안준철 교사의 에세이집 《넌 아름다워, 누가 말하든》(교육공동체 벗刊, 2011)에 나온 글을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부교재로 받았습니다. 제자들의 생일에 시를 써서 준다는 마음 따뜻한 이 교사의 에세이를 박상률 선생님은 강력히 추천하시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 책소개를 보면 안준철은 이런 분이라고 합니다.
저자 안준철(전남 순천 효산고 교사)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 산책하러 나가고 글을 쓰는 일이 주된 일과다. 이런 단순한 일상의 반복을 지루해하지 않는 것이 특기라면 특기다. 그 덕분에 늘 행복에 겨워하다가도 문득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하고 묻곤 한다. 그 물음은 “지금 아이들은 행복한가?”라는 물음과 잇대어 있다. 그래도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교직을 선택한 일과 제자들의 생일 때마다 시를 써 준 일이다. 교사로서 별다른 재주가 없어도 한 아이의 고유한 생명에 대한 설렘만 잃지 않는다면 교육의 실패란 없을 거라는 다소 낭만적인 믿음에 아직도 푹 빠져 있다.
이 책에 실린 40여 편의 글 가운데 지난주에 받았던 〈‘낯설게 하기’ 화법〉에서 몇 부분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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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란 문학 용어가 있다.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사물을 선명하게 인식하려는 일종의 창작 기법이다. 시인들은 어떤 대상을 좀 더 생생하게 그려 내기 위해 흔히 비유를 사용한다. ‘꽃 같은 여인’이 그 한 예이다. 여기서 꽃은 원관념인 여인을 묘사하기 위한 하나의 보조관념, 즉 비유인 셈인데 그들은 이런 상투적이고 진부한 비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뻔 하고 낯익어 시적 긴장이나 감동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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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정을 걷거나 퇴근길에 “학교가 뭐지?” 하고 느닷없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져 보는 것도 ‘낯설게 하기’의 한 유형일 수 있다. 학교를 늘 바쁘게 오가면서도 “학교가 뭐지?”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은 바쁘게 사는 사람일수록 “인생이 뭐지?”라는 식의 난데없고 다분히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늘 거기에 있었으니 어떤 정서적 감흥을 주지 못하고 머리에 자동으로 처리되어 버린 탓이다. 이것을 시 창작 이론에서는 ‘자동화’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낯설게 하기’는 그런 자동화를 거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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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백과사전은 학교를 ‘일정한 목적하에 전문직 교사가 집단으로서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전다운 해석이요, 아주 틀린 말도 아닌데 상상력이 빈곤한 우리네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아 숨이 탁 막힌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정상적인 의식을 가지고 행복을 추구하며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 몇 년이나 될까? 길게 잡아도 70년이다. 그 70년의 삶 속에서 한 사람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16년의 세월을 짧다고 말할 수 있을까? 4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뺀다 해도 한 아이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기간이 12년이다. 더욱이 그 12년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행복에 민감한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그 결정적인 시기에 학생들은 ‘일정한 목적하에 전문직 교사가 집단으로서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인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특히 고등학생이 되면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온종일 학교에서 지내야 한다. 자발적인 개인이 아닌 집단의 일원으로서, 삶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서 말이다. 이것이 사전적인 해석뿐만 아니라 실제 학교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학교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나무가 자라듯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라고, 어린 생명이 공부하고 뛰놀면서 삶을 배워 가는 곳이라고.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함께 행복해지는 상생과 공존의 삶을 연습하는 곳이라고. 물론 현실의 학교와의 사뭇 거리가 먼 얘기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끔은 학교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수업시간에 다루지는 못했지만 집에 가서라도 꼭 읽으라 하신 〈네가 내민 사탕에서는 언제나 담배 냄새가 났지!〉에도 소위 말하는 문제학생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며 품어주는 안 교사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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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학교를 졸업한 현아는 한마디로 좀 센 아이였다. 중학교 때 놀 만큼 놀아서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그런 것들이 싱겁게 느껴졌는지 말썽 없이 학교생활을 잘하는 편이었는데, 그러다가도 가끔 한 번씩 일을 저지를 때는 세게 저지르곤 했다. 자기주장도 강하고 고집도 센 편이어서 선생님들도 웬만하면 현아와 충돌을 피하려는 눈치였다.
고백하자면, 나에게는 은근히 학생들을 못살게 구는 구석이 있다. 특히 공책 정리를 하지 아이들은 내 등쌀에 못 배겨나 결국은 하게 된다. 고집 세기로 유명한 현아도 나한테는 두 손을 들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그 관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려운 고비 때마다 나는 케케묵은 사랑 타령을 했다. 너를 사랑하니까 너를 포기할 수 없다는 식으로. 그것이 통하는 곳이 학교였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가는 길에 현아를 만났다. 가만 보니 우연한 만남이 아니었다. 현아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아이의 손에는 사탕이 쥐어져 있었다. 물론 그 사탕은 나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그 뒤로도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었다. 받기만 하는 것이 미안해서 사양하려고 하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주먹으로 내 등짝을 마구 내려치기도 했다. 아이의 폭력(?)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사탕을 받아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현아가 내민 사탕에서는 늘 담배 냄새가 났다. 종이를 벗기고 사탕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곤 했다. 그 사탕 종이에서 나던 담배 냄새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
이 뒤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니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사랑이 안 교사에게 낯설게 보는 눈을 선사했고 결국 좋은 글을 쓰게 한 것 같습니다.
사실상 이번 주가 저로서는 마지막 수업이었는데요, 백화점 복사기에 문제가 있어 근처까지 다녀오느라 그마저도 잘 듣지 못해 수업후기 내용이 부교재 중심임을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갑작스런 반장 사임 소식을 접하자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들어온 반장 제의를 물리치지 않고 수락해주신 장장옥 선생님, 그저 감사하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부족한 반장을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지하고 함께해주셨던 모든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7월 28일 금요일 오후 3시 목동 대한민국예술회관에서
제14회 한국문협 작가상 시상식이 있습니다.
큰 상 받으시는 오길순 선생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7월 26일(수)~ 8월 1일(화)까지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열리는
이신애 선생님의 개인전 “호랑이 이마에 오줌누기”에도
많은 선생님들의 참여과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