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합평을 마친 후
연암 박지원의 《연암집》에 실린 글 두 편을 공부했습니다.
짧은 글 가운데 무릎을 치게 하는 비유를 사용하여
독자의 정신을 일깨우는 연암의 솜씨가 대단했습니다.
연암이 제시하는 가치관과 글쓰기에 대한 가르침은,
저마다 제 목소리 내느라 시끄러운 세상에서
의미 있는 한 줄 쓰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됩니다.
박상률 선생님과 함께 읽은 연암의 글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몇 부분을 옮겨봅니다.
〈말똥구리의 말똥덩이〉
(…)
이로 미루어 의논한다면 천하에서 잘 보이는 곳이 발만 한 데가 없건만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갖신과 깁신도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관찰은 옳고 그른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땀이 이로 되는 것도 지극히 미세해서 살피기가 어렵다. 옷과 살 사이는 제대로 공간이 있으니 어느 한편에서 떨어져 있지도 않고 어느 한 편에만 붙지도 않고 오른편도 아니고 왼편도 아니다. 누가 그 가운데를 알겠는가?
말똥구리는 둥그런 제 말똥덩이를 대견히 여겨 용의 구슬을 부러워하지 않고, 용도 또한 자기의 구슬로 말똥구리의 말똥덩이를 비웃지는 못할 것이다.
(…) - ‘낭환집에 부쳐’ 중에서
〈글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이다〉
글이란 것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일 뿐이다. 제목을 놓고 붓을 잡은 다음 갑자기 옛말을 생각하고 억지로 고전의 사연을 찾으며 뜻을 근엄하게 꾸미고 글자마다 장중하게 만드는 것은 마치 화가를 불러서 초상화를 그릴 적에 용모를 고치고 나서는 것과 같다.
(…)
이렇게 본다면 잘 짓고 못 짓는 것은 내게 있고 헐뜯고 칭찬하는 것은 남에게 있는 것이니, 마치 귀가 울고 코를 고는 것과 같다. 어린아이가 놀고 있다가 자기 귀가 잉 하고 우니 그만 혼자서 좋아했다. 그래서 그 아이는 동무 아이에게 말하였다.
“너 이 소리 좀 들어 보아라. 내 귀에서 잉 하는 소리가 나는구나! 피리 부는 소리가 다 들린다. 마치 별처럼 동그랗게 들린다.”
동무 아이가 귀를 맞대고 아무리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아 안타까워하니 그 아이는 딱한 마음에 소리를 지르면서 남이 들어 줄 수 없는 것을 한스럽게 여겼다.
일찍이 시골 사람과 같이 자는데 그 사람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다. 휘파람을 부는 듯, 탄식을 하는 듯, 천천히 숨을 쉬는 듯, 불을 부는 듯, 물이 끓는 듯, 빈 수레가 덜컥거리는 듯한데 들이쉴 때에는 톱을 켜다가 내쉴 때에는 돼지처럼 씨근거렸다. 옆 사람이 잡아 일으키니 그는 불끈 골을 내면서 말하였다.
“내가 언제 코를 곯았단 말요?”
아아, 자기가 혼자만 아는 것은 남이 몰라주어서 걱정이요, 자기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남이 일깨워 주어도 마땅치 않다. 어찌 코나 귀에만 이런 병이 있겠는가? 글을 짓는 것은 더한층 심하다. (…)
- ‘공작관문고 머리말’ 중에서
벌써 여름학기도 중반으로 가고 있네요.
더운 날씨에도 수업에 나와 함께하시는 선생님들 모두
이 여름 지치지 말고 건강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사하느라 한 주 결석하셨던 한영자A 선생님,
맛있는 떡으로 수업시간을 풍성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후기를 쓰지 못해 제때 감사를 표현하지 못했던 오길순 선생님, 우경희 선생님,
간식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금요일 부친상을 당하신 김화순 선생님,
말로 위로가 다 되진 못하겠지요...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학기 새로 나오신 노재정 선생님,
함께 식사하며 좋은 시간 가져서 기뻤습니다. 아무쪼록 오래오래 함께 공부하며 교제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임미숙 선생님, 건강하게 여행 잘 다녀오시구요,
이번 학기 못 뵙는 무역센터반 모든 선생님들께도 안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