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톨스토이 (1828~1910)
톨스토이 영지에서 그의 흔적을 느끼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수업 중에 화면으로 보는 영지 입구의 자작나무 숲길이 더욱 정답게 다가왔습니다. 그 길을 지나 왼편으로 가면 사과 꽃 만발한 사과밭이 있고 그 옆에 마굿간과 마부들이 살던 집을 지나서 손님들이 머물던 집을 지나면 톨스토이의 집이 있었죠. 두 번째 방문이어서인지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5년 전 처음 러시아 문학기행을 하고 돌아와서 읽기를 시도했던 ‘전쟁과 평화‘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총 4편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장편소설은 쳐다만 봐도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두툼합니다.
‘러시아에는 두 개의 권력이 있다. 하나는 차르 정부의 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톨스토이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존해 있는 동안 이미 권위와 영예를 누린 ‘살아있는 권력’인 톨스토이는 ‘러시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풍요롭고도 복잡했던 생애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 까지 위기와 변화로 가득했습니다.
1828년 모스크바 동남쪽 툴라의 야스나야 폴랴나 영지에서 유서 깊고 부유한 톨스토이 백작가문의 넷째 아들로 출생합니다. 두 살과 아홉 살에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의고 고모들 손에 자라며 프랑스, 독일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습니다.
카잔대학 철학부 동양어학과에 입학했다가 법대로 전과 했으나 자신의 경험과 학문이 일치하지 않음을 깨닫고 중퇴합니다. 이후 ‘자신만의 대학’을 통해 여러 언어로 쓰인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책들을 읽으며 영적 탐구를 수행합니다.
형을 따라 군에 입대하여 카프카스와 크림지역에서 많은 전투에 참전하며 전쟁이 인간 이성과 인류 본성에 대립됨을 깨닫습니다.
농노문제에 대한 고민과 교육, 사회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직접 농사를 짓고 농민 자녀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펼칩니다.
‘가장 방탕한 농부처럼 죄를 지었고, 다윗 왕처럼 장엄하게 회개했다’ 는 말처럼 방탕과 참회 사이를 넘나들던 그는 독일계 의사 베르스의 딸 소피야와 결혼합니다. 소피야는 현모양처였으나 대 작가에 대한 소유욕으로 갈등을 일으킵니다. 싸우면서 늙어 간 부부는 13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60여년에 걸친 창작활동 중에 90여권의 작품집을 냈습니다. 그의 문학은 삶의 진실 묘사, 예리한 문체, 사회적 불평등, 악에 대한 과감한 폭로, 밑바닥 까지 통찰한 심리분석, 생생한 인물 형상화 등으로 예술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카자크 사람들><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바보 이반><크로이체르 소나타><부활>등의 대표작 속에는 인간 영혼의 비밀을 낱낱이 드러내 주는 힘이 있습니다.
1910년 아내와의 불화로 가출하여 간이역 아스타포보 역장의 관사에서 사망하고 야스나야 폴랴나 영지의 숲속에 십자가도 비문도 없이 묻혔습니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나는 민중의 역사를 쓰려고 노력했다” 고 했습니다. 36세 쓰기 시작하여 41세에 완성한 이 소설은 프랑스 군이 러시아를 침략했을 때 다섯 귀족 가문의 눈을 통해 본 차르 치하에서의 시대를 그려냈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에 두고 쌍방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치열했던 격전지 ‘보로지노‘ 전투를 비중 있게 다뤘으며 559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번에 공부한 1편은 안나 파블로브나의 야회로 시작됩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소설의 진행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편의 끝부분은 부상당해 포로가 된 안드레이가 나폴레옹의 호의를 받지만 삶과 죽음의 기로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음 주에 2,3,4편과 에필로그를 마저 공부하고 다다음주에 영화로 전쟁과 평화를 볼 예정입니다.
1편을 읽은 소감은
“대하소설이 주는 단점이 보인다. 서설이 많아서 지루하게 읽었다. 그러나 고전의 정치, 역사, 철학, 사상이 들어 있는 장점이 있다”
“여성들의 삶이 남성의 액세서리 정도로 보이고 있다”
“제복과 환경이 사람을 변모시키는 계기가 된다”
“최상류층을 경험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다”
“자연에 대한 묘사가 훌륭하다”
“<전쟁과 평화>는 큰 산이다. 정상에 올랐을 때 낮은 산이 보여주지 못한 것이 있을 것 이다”
“일상과 전쟁이 교차하는 서술이,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성자와 같은 길을 가려는 톨스토이의 모습이 보인다”
“끝까지 마지막까지 가는 것이 사람이다”
“나폴레옹은 뛰어난 전략가이다. 숙달된 직관과 육감으로 전쟁을 이긴 자아도취형 인간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저속하고 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승리인가. 그렇게 많은 생명이 죽었는데 전쟁의 승리를 위대하다고 만 볼 수 있을까”
토론 중에 의견이 갈렸던, 패배가 뻔한 전쟁에서의 항복은 비겁하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수많은 생명을 잃고 얻은 명예보다는, 생명을 구한 불명예를 택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새롭게 느낍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어떤 토론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수업이 끝난 뒤 인사동 헐리우드에서 러시아 문학기행 뒷풀이를 했습니다. 맥주를 곁들인 맛있는 음식과 정담이 오고갔습니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오신 김숙자샘과 목동반에서 오신 이정임샘, 제일 늦게 오셨지만 예쁜 선물 보따리 들고 오신 우경희샘, 함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헐리우드에서 나온 뒤에 헤어지기 섭섭하여 전통찻집에 들렀는데 우경희샘이 차를 사주셨네요.
이번 주에 나오지 못한 샘들, 담주에는 꼭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