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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에서, 아침의 만남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7-04-28 14:41    조회 : 3,601

<고향에서>, <아침의 만남>

바실리 벨로프 (1932~2012)

 

묵직한 주제의 <<죄와 벌>>에 빠져 있다가 짧은 단편 두 편을 대하니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고향에서>를 읽을 때 자작나무에 대한 묘사가 상큼한 바람같이 마음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매력적인 문장을 쓴 작가가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1932년 러시아 북부 볼로그다 농촌 출신인 벨로프는 전쟁 중에 아버지가 사망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회상록 <돌아오지 않는 시절>에서 이 시기의 시골 친척들을 자세히 묘사합니다.

취학 전에 읽기를 배우고 아버지 서재에 있던 레닌, 톨스토이, 고골, 위고의 작품들을 읽으며 책읽기에 빠졌고 목공일을 좋아했습니다.

7년제 시골학교 졸업 후 회계일을 하기도 했고 공장교육학교에서 수리공, 기계조립공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장 노동자로 취직합니다. 이 무렵의 벨로프에게 19세기 말의 작가 도브로류보프의 책들이 첫 번째 문학 선생이 됩니다.

레닌그라드에서 군복무 하는 동안 시를 쓰기 시작하고 시인이 되기를 꿈꿉니다. 제대 후에는 공장에서 일하거나 영화 기술공으로 일하다가 <코무나르>지 편집부에 들어가서 시골생활에 대한 시사, 풍자기사를 씁니다. 그 즈음에 야간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졸업장을 취득합니다.

60년대 들어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하고 소설, 희곡, 사회평론을 집필합니다. 대표작으로 <목수 이야기> <불멸의 코세이> <무더운 여름> <익숙한 일> <화목> <모든 것은 앞으로> 등이 있습니다.

구소련 최고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으며 레닌상, 노동의 붉은 깃발상, 구소련 국가상, 러시아 연방국가상, 러시아 정교회 훈장을 받았습니다.

노년에는 자비로 고향의 교회를 복구하는 일에 전념했고 2012년 뇌졸중으로 사망했습니다.

 

60년대에 활동한 러시아의 작가들은 거창한 주제로부터 벗어나서 일상적인 주제의 작품들을 집필했습니다. 이때 농촌이 집단 농장으로 공장화 되면서 농촌의 본질과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농촌소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고향에서>는 시와 수필과 소설의 경계가 없는 작품처럼 보입니다. 오래전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이 옛집 주변의 숲길을 걸으며 사색합니다.

교활한 여우처럼 내 길은 꼬리를 휘감더니 풀밭으로 사라졌다’ ‘어린 자작나무 숲이라기보다는 내 땅의 하얀 전설들’ ‘내 눈물일까? 아니면 한 낮에 드물게 내리는 짠맛이 나는 이슬일까

이런 문장들에 매혹되어 읽은 소감은

이제는 사라진 내 어린 시절의 집이 생각났다

좋은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같은

자작나무 숲에 대한 묘사가 아름답다

소설과 수필의 영역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힐링이 되는 작품이다. 잔잔한 수채화 같다

잃어버린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허망함과 상실감 때문에 잘 찾지 않던 고향을 떠올렸다

미적인 형상화가 잘 된 글이다

나무가 우리를 지켜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의 만남>은 여성이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큰소리치던 시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징병연령대의 70~80%의 남성이 전쟁으로 사망하면서 여성이 노동력의 중요위치를 차지하고 여권신장을 주장하던 때였습니다. 남성들 대부분이 전쟁에서 죽거나 다쳐서 돌아왔으므로 러시아 문학은 아버지 부재문학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아침의 만남>은 지극한 부성애가 나타납니다.

아내와 이혼한 조린은 일요일 아침마다 어린 딸 랄까를 아이엄마 모르게 몰래 만나곤합니다.

아빠, 이제 더는 어디로 가지 않을 거지?”

울다가 마음을 가라앉힌 딸이 이렇게 말하자 조린은 강하게 이 유일하게 자신을 따르는 그렇게도 무방비한 생명의 뭉치를 자기에게로 끌어당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눈을 시큰하게 했습니다.

읽은 소감은

“‘무방비한 생명의 뭉치라는 문장에 마음이 아프다. 언제나 의 위치에 있던 내가 유일하게 질 한 것은 아들이 어릴 때였다

약자의 편에 서고 싶다

부성애가 강하게 다가왔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 사랑해서 결혼했어도 끝까지 가정을 꾸려가는 것은 책임과 의무이다

못난 부성애는 아이에게 좋지 않다. 무능한 아버지는 아이를 못 만나는 고통도 감수해야한다

젊은 날의 사랑은 풋풋하지만 너무 서툴다

시대의 흐름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고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작가는 윤리적, 도덕적, 철학관을 갖고 있다. 러시아에 교훈을 주고자 쓴 작품같다

이 작품 속에 들어 있던 말, ‘습관적인 교태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러시아 여자들은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화장을 한다는 것과 바람기가 있다는 재미난 이야기 속에는 아픔이 공존합니다. 전쟁터에서 남자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남자부족 현상이 심각했던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에 읽을 작품은 <크로이처 소나타> 입니다

 

 


박서영   17-04-29 07:47
    
딱 이계절의 이른 아침에 작가를 길잡이 삼아  숲길을 산책하고 온 느낌의 <고향에서>.
러시아문학의 다양함에 또 한번 행복했던 목요일이었네요.
지난주 고창 읍성을 이른 아침 산책했던 여운이 남아서인지 몸과 마음이 환해지는 수필같은 소설이었습니다.
내게 누군가 어떤 수필을 쓰고 싶냐고 물어봐 준다면 딱~ <고향에서> 와  비스꼬롬한 이라고~~ ㅠㅠ
해피주말들~
박현분   17-05-02 07:11
    
바빴던  4월이  가고  더바쁜  5월이네요  러시아문학에 푹 빠진 제 후기를 보신 분이  그렇게 좋냐고  물으시더군요
    정말 좋아요  ~ 요즘    책읽기에  빠져서  기쁘기도  합니다    자작나무 숲에  가서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  들어보았으면 합니다
    사물을 더 깊이 느끼고  봐야겠다  아울러 깊은 사색도...
    요즘의  내모습에    가족들이  격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