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인 임성용의 산문을 통하여 수필의 또 다른 장르를 공부했습니다.
수필이 가진 보편적 관점은 관조, 사색, 관찰을 통한 글쓰기로
자칫 한 말씀 들려주는 다소 무거운 색깔이었다면,
지금은 수필의 영역이 다양하고 가볍고 재미있는 글쓰기도 많으므로
여러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간접체험으로 지식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 수필이 꼭 도덕적일 필요는 없으니 철학적 에세이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 꽁트 수필은 반전이 꼭 필요하고 ‘의미’있는 재미가 있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
- 글을 쓰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법칙은 기대하도록 하고 예상을 깨는 것이다.
가을 단풍에 취하고 싶은 계절이라 그런지 빈 자리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글을 내고 결석하신 분들이 계셔서 합평은 다음 시간으로 미루고,
심포지엄에서 다뤘던 시인 백석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 주셨습니다.
누구나, 너무나도 잘 아는 이야기라 생략하고,
찬란한 사랑을 했었지만 이루지는 못했던 김영한(길상화)과의
애절한 시 두 편을 소개하고 수업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오늘 풍성한 가을 만큼 먹거리도 풍성했었지요.
콩설기로 배를 든든하게 해 주신 노재정 선생님,
여행 다녀오시면서 수요반 회원들을 생각하시며 무거움도 잊고
달콤한 과자를 가져오신 이정희 선생님,
아삭한 단감을 가져오신 최화경 선생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결석하신 선생님들~~
우리만 맛난 것 먹어서 죄송합니다.
담 주에는 꼭 만나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 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 것은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내가 백석이 되어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들고 갔다.
간밤에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 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은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 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들어 갔다는 말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