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실전수필(10. 12, 목)
- 달빛, 소리를 훔치다(종로반)
교수님은 ‘일급비밀’이라며 세계 유명 작가의 짧은 산문을 읽고 명작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을 전개하면 독창적인 글을 쓸 수 있을 것을 넌지시 내비쳤다. 반원 대부분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 듯 반응은 별로. (그러니까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지금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혹 그럴 수 있으니 그냥 참고 견디라고요. 어쩌고저쩌고!^^) 아래 카프카에 나오는 내용은 에세이스트에 연재된 ‘김창식의 비평 에세이 <카프카는 없다>’에서 인용한 것이에요.
1. 카프카는 없다
가. 작은 우화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로 좁아지는구나. 처음에는 하도 좁아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드디어 좌우로 멀리에서 벽이 보여 행복했다.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양쪽에서 좁혀드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구석에는 덫이 있어서, 내가 그리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 "너는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오리지널 산문(카프카)
나. 강둑에서
쥐가 강에 빠졌다. 여느 때 같으면 어렵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으련만, 장마로 물이 불었고 그날따라 허기가 져 있었다. 쥐는 온 힘을 다해 헤엄쳐서 강안에 이르러 앞발을 강둑에 걸쳤다. 이제 한 걸음이면! 마지막 한 호흡이 문제였다. 체력이 다한 것이다. 혼미한 정신을 수습하던 중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고양이와 쥐가 친한 사이는 될 수 없겠지만 다행히도 안면이 있는 고양이였다. 쥐는 고양이에게 애타는 구호의 눈길을 보냈다. 고양이가 조금만 거들어주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야, 넌 참으로 용감한 쥐다. 원래 어려움은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란다." 하며 쥐를 잡아먹었다." -패러디 작품(김창식)
다. 비교 분석
<강둑에서>를 원전과 비교해 보자. 현저히 밀도가 떨어지고 현시성(現時性)이 결여돼 말 그대로 우화에 머물러 있다. 그에 비해 카프카의 <작은 우화>는 더욱 간결한 데다 짜임새가 있고 극적인 데다, '좁아지는 벽'의 상징을 통해 우화를 넘어서 현대인의 내면에 자리한 존재의 불안을 형상화하고 있어 울림이 크다.
나는 이 글을 쓰고 나서 적잖이 실망, 낙담했다. 그러면서도 투지가 타올랐다. "그렇게 이왕 이리됐으니 갈 데까지 가보자. 어쨌든 카프카와는 '쥐'로 시작했으니 '쥐'로 승부를 보고야 말 테다. 그래서 쓴 글이 <쥐는 이렇게 말하였다>이다. 결과적으로 글을 쓰고 나서 나는 또다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었지만.
라. 카프카는 누구?(Franz Kafka, 1883~1924)
체코 출생의 유대계 독일 작가.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과 존재의 불안을 통찰하여 인간 존재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사르트르, 카뮈, 보르헤스로부터 실존주의의 비조, 마술적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칭송받는다.
카프카의 인물들은 항상 어디론가 떠나지만 도착하는 곳은 언제나 출발지, 곧 ‘무(無)의 근원(根原)’이다. 카프카의 작품에는 '엔드 크레딧'이 없다. 방황과 도돌이표만이 있을 뿐. 카프카는 ‘지금, 여기, 이곳의 모습’ 즉, 우리가 조우하는 닫힌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존재의 무근저성(無根底性)을 기괴하게 은유한다.
주요 작품으로 <변신(變身)> <선고> <시골 의사> <유형지에서> 등이 있으며, ‘고독의 3부작’으로 일컫는 장편 <<성(城)>> <<소송(訴訟)>> <<실종자(失踪者)>>가 모두 미완성의 형식으로 끝을 맺지 못했음은 시사점이 크다.
* 카프카는 해석되지 않음으로써만 해석될 뿐이다. -벤노 폰 비제
* 카프카는 꿈을 흉내 내어 생(生)의 기괴한 그림자놀이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비웃은 몽상가였다. -토마스 만
2. 회원 글 합평
이덕용 님의 <꿈>은 어릴 적 한 조각 꿈에 얽힌 에피소드로 오라버니에 대한 속 깊은 정을 그렸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큰 물결 속에서 한 개인과 가족의 삶에 진 살얼음의 그림자를 꿈 매개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적 기법의 작품은 작가의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어렵지 않은 어휘와 문장으로 삶의 소회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개성이 드러났다는 평에 수긍하였다. 꿈과 무의식은 특이한 수필의 영역을 넓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본디 양자는 두서가 없고 질서가 없지만 글로 쓸 때는 흐릿하게나마 함의와 맥락이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는 대폭 축소 또는 삭제하여 시선을 한 방향(오빠 이야기)으로 모아야 혼란스럽지 않다.
김기수 님의 <굳 모닝, 하이>는 호주에 사는 외손녀와 필자인 할아버지 사이에 펼쳐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대화체로 구성하였다. 수필을 묘사와 서술이 아닌 대화 위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같은 소재(손녀-하부지의 알콩달콩)의 경우는 효과적으로 쓰였다. 외국어는 우리말로 표기하고 괄호 안에 원문을 적는 일반적인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기수 문우는 합평에 글이 오를 때마다 정확한 문장을 바탕으로 한 서술과 묘사의 핍진성(逼眞性)이 눈에 띄게 좋아져서 교수님과 문우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다만 도치법을 자주 사용하면 글이 끊김에 주의한다. 부연설명이나 같은 의미의 자구가 반복되는 것 또한 간결체 문장의 사용으로 개선할 수 있다.
3. 종로반 동정
오랜만에 류미월 작가가 에스프리(esprit) 산문집 <<달빛, 소리를 훔치다>>를 들고 ‘짜잔~’ 나타났다. 몽환적인 색(色)과 상(相)의 표지로 일순 월하(月下)의 분위기를 만들며... 추카! 추카! 참신한 제목을 착안하기까지의 과정과 책을 완성하느라 애쓴 기나긴 ‘고난의 행군’을 들으니 멋짐에 멋짐을 더한다.
문우들은 자기 일인 듯 눈시울을 붉히며 류 작가를 격정적으로 축하했다. 기념 촬영 후 번지 없는 주막에서 축하연이 이어지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모두가 달빛 몽환에 젖었다. 수탉 이천호 대형의 부재가 안타까웠다. 건배사는 당연히 ‘달빛, 소리를’(류미월) ‘훔치다’(일동)! 너나없이 달빛 빼고 무언가를 훔쳤다.
4. 우리말 바루기(11회)
?담장이 : ‘토담장이’(담을 쌓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준말.
담쟁이 : ①‘담쟁이덩굴’의 준말. ②痰病을 앓는 사람.
?닷새 : 닷새를 굶어도 양반 행세. (다섯 날)
댓새 : 일이 댓새는 걸릴 것이다. (닷새 정도)
?당기다 : 그물을 당기다. 입맛이 당기다. 날짜를 당기다.
댕기다 : 등잔에 불을 댕기다(옮아붙게 하다). 옷자락에 불이 댕기다(옮아 붙다).
땅기다 : 얼굴이 땅기다. 상처가 땅기다.(몹시 켕기어지다) ※‘땡기다’는 비표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