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가을한 아침, 어디론가 훌쩍 떠나신 님들이 많아 교실은 한산했습니다.
박상률교수님은 몇십 년 동안 수많은 강연을 다니시면서 딱 세 번 지각을 하셨다는데 모두 가을이었다고, 단풍구경을 떠나신 님들의 교통체증을 염려하셨습니다.
주기영님이 내신 흑임자 고물과 흰 쌀떡이 흑백의 퇴적층을 이룬 사이사이에 견과류가 화석처럼 박힌 오늘의 고급진 떡을 오물거리며 수업을 하였습니다.
떡 좋아하시는 선생님들이 생각났습니다.^^
** 합평
장정옥선생님의 <뚱딴지>와
이신애선생님의 <내가 슬픈 이유> 를 합평하였습니다.
한 편의 글에서 과거와 현재를 혼용하는 것을 지양하자.
- 과거형은 소설, 수필 등 산문에서 주로 쓰고 이야기성이 높아진다.
- 현재형은 희곡, 시나리오 등에 쓰며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므로 중계력이 높아진다.
산문에서 현재형을 쓸 경우 도드라지게 해서 강조하거나 변하지 않는 사실을 적시할 때 쓴다.
한국어 사용은 늘 어렵습니다. 기억해둡시다.
- '~같은(이)'의 올바른 사용
한 단어화된 것은 붙입니다. 예) 뚱딴지같은, 생때같은
'~처럼'으로 바꾸어 말이 되면 토씨로, 붙여 씁니다.
단어 사이에 '와(과)'가 생략된 경우(~과 같은) 부사어로, 띄어 씁니다.
두 편의 글을 합평한 후 함민복시인의 <잘 가라, 이봄>과 진모영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읽었습니다.
강화도의 어부로 가난의 대명사였던 함민복시인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는 술도 안 마시고 가난하지도 않게 되자 글은 더 못해졌다네요. 개인적으로는 함시인이 결혼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정말 좋고 다행이라고 생각하신다는데 동감입니다. 이제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시와 산문을 쏟아낼 날이 오겠지요.
시인이기에 풍경묘사에 느낌을 더한 서정수필을 주로 쓰는데 문학적 형상화는 덜 이루어졌다고 하십니다.
몇 해 전 노부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촬영한 진모영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던 낭만주의자, 사랑을 아는 남자였던 할아버지와 그 가장을 꼭 닮아 엽렵한 색시의 이야기를 보며 많은 감동을 느꼈던 이야기지요.
사랑은 '지금'이다.
사랑은 '하였다'도 , '하리라'도 아니다.
언제나 사랑은 '한다'이다. -고은
이것을 실천했던 할아버지가 정말 최고의 로맨티스트입니다. 사랑을 아는 남자는 아내가 90 노파가 되어도 예뻐하고 어리광도 다 받아 줍니다. 서로 '지금'을 실천하는 부부는 나이가 들어도 천진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분들처럼~
결혼도 안 하고 애도 낳지 않는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글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솜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맛있는 식사와 수다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오늘 결석하신 이정희선생님, 오길순선생님, 최화경선생님, 임미숙선생님, 김화순선생님, 하다교선생님, 우경희선생님... 다음 주 꼭 뵈어요.
* 공지사항 *
1. 한국산문 가을세미나
10월 30일 (월) 15:00 조계사 국제회의실
2. 피천득 기념강의
10월 26일(목) 저녁 7시 30분 서초문화재단
많은 참석 바랍니다.
가난했던 시절의 함민복시인을 읽어봅니다.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