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아버지를 쓴 글, 한금희님의 <아버지(3)> 합평으로 긴 연휴 이후 첫 수업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에 간혹 언급되곤 하던 하와이 별장 친구가 쓴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를 작가가 번역, 대필한 글입니다. 남편의 이야기에서 아버지, 다시 대학 졸업사진 이야기로 이어지는 글이 후반부로 갈수록 이력서처럼 딱딱해졌다고 평했습니다. 교수님은 아버지의 마음과 딸의 감정이 드러나게 섞어 쓰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번 시간 창작교실 <가사비약밀몽전>은 작품 내용에 앞서 창작 의도가 담긴 작가의 말을 중심으로 수업했습니다. 군대 내에서의 사고를 군대 밖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야기의 주체인 ‘솔’과 이야기를 끌어낼 ‘한’, 두 인물이 인터넷을 통해 채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사비약밀몽전이란 거짓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신비한 약, 꿀과 같이 단꿈의 처방이라고 설명한 작가는 제목을 잠과 꿈만이 위로가 되었던 군복무시절 불침번을 서면서 펼쳤던 공상의 나래들 가운데 하나였던 내용을 썼다고 했습니다.
가을이니까, 가을이 가기 전에 교수님께 시를 배우는 행운의 시간.
그 첫 번째, 윤동주의 시 <눈 오는 지도>입니다.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 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 생략 -≫
눈 내리는 창밖에서 방 안으로, 역사로 이어지는 윤동주의 시는 마치 한편의 그림을 보듯 장면을 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순이는 내 님을 뜻합니다. 윤동주는 산천 자연 등의 대상을 좁혀 ‘지도’에 자신의 세계로 그려 넣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화상’에서는 ‘우물’을 모티브로 했죠.
내가 슬픈지, 순이가 슬픈지, 눈 내리는 풍경이 슬픈지... 이 가을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한 번 더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윤동주의 시는 서거 10주기 기념 유고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1955년 정음사 오리지널 초판본)을 교재로 했습니다.
수업이후 점심식사와 티타임도 즐거우셨겠죠?
가을가을한 한 주 보내시고 다음 수업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