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euronia’에서 유래한 말인 아이러니는
감춤, 위장, 시치미 뗌, 은폐됨 뜻을 지닙니다.
아이러니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언어적 아이러니’로
속마음과 정반대로 표현하는 반어법이 이에 해당됩니다.
가장 보편적 아이러니로서
충청도 언어인 ‘됐이유’, ‘괜찮아유’ 같은 말이나
‘우리 똥강아지’ 같은 말이 있지요.
반어법과 혼동해서는 안 되는 ‘역설법’은
모순되는 말이지만 진실이 있는 경우입니다.
‘황홀한 재앙’이나 ‘찬란한 슬픔’ 같은 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둘째, ‘내적 아이러니’는
자신을 타자화하여 자신을 비판, 야유, 풍자, 성찰, 반성하는 것으로
자아가 두 개 있어서 한 자아가 다른 자아를 풍자, 야유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에는 반드시 두 개의 인물이 설정되는데
알라존과 에이런입니다.
알라존은 현실적으로 힘이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리석고 우둔합니다.
에이런은 약자로 보이지만 지혜롭고 영리합니다.
두 인물의 대결에서 언제나 승자는 에이런입니다.
우리나라 봉산탈춤에 나오는 양반이 알라존이라면
양반을 가지고 노는 말뚝이는 에이런에 해당됩니다.
대체적으로 문학작품에서는 에이런이 숨어서
알라존을 풍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낭만적 아이러니’는 이상과 현실 간의 갈등 관계를 그립니다.
시 <깃발>에서 바다와 하늘은 이상 세계를 뜻합니다.
그네가 묶여 있어서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 운명인 것처럼
깃발도 묶여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하염없이 이상 세계를 그리워 하지만
신이 아니므로 떠날 수 없습니다.
넷째, ‘구조적 아이러니’는 극적 아이러니로
이야기가 있는 시에 많이 나옵니다.
영화, 소설에서 많이 사용하는 아이러니이지요.
반전 드라마에서 나오는 극적 아이러니는
재미있는 수필을 위해서도 필요한 아이러니입니다.
소설 <운수좋은 날>, 사감과 러브레터>가
구조적 아이러니를 사용한 소설에 속합니다.
전에도 아이러니에 대해 배웠지만
열심히 들으면서 부지런히 잊어버리는 우리들을
너무도 잘 아시는 선생님은
칠판에 네 가지 아이러니를 써가며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번에는 멀리 달아날 수 없도록,
그래서 아이러니를 잘 활용하여 멋진 수필을 쓸 수 있도록
머릿속에 꽁꽁 싸매어 놓아야겠습니다.
4월의 마지막 날은 아이러니와 함께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