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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 연탄재, 데미안, 이선희 ...(종로반)    
글쓴이 : 안해영    18-12-15 22:06    조회 : 2,958

문화인문학실전수필(12.06~12.13, 목)

-릴케, 연탄재, 데미안, 이선희...(종로반)

1. 수필 감상

참으로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

지난여름이 위대하였다고? 천만에, 위태(危殆)했다. 비를 기다릴 땐 빛의 그물을 촘촘히 펼쳤고, 산뜻하게 더워야 할 땐 낮게 드리운 먹구름이 축축한 어둠을 몰고 왔다. 게릴라성 호우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음은 물론. 장마철을 벗어나 안심하며 넋 놓고 있는 사이 도적떼[群盜]들이 우막(雨幕)을 헤집으며 일상을 급습했으니.

치졸한 도시의 여름은 매미 군단이 장악했다. 매미는 시도 때도 없이 깨진 꽹과리 소리를 내며 시위했다. 매미에게 물었다. 왜 힘겹게 울어대느냐고? 매미가 대답했다. 나는 ‘목’으로 운 것이 아니라 ‘몸’으로 운 것이다. 매미가 되물었다. ‘그런 너는 한 번이라도 제대로 울어 본 적 있느냐? 그 많던 매미들이 일시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풍경은 황량하고 사물은 연무(煙霧) 속처럼 흐릿하다. 그렇다고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 산책길 ‘새의 주검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언뜻 내려앉고’, 철로 길 코스모스가 창백한 웃음을 흩뿌리며,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가 발밑에서 뒤척인다 해도 가을이 온 것은 아니리라. 길가에 웬 여자아이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하자. 그렇다 해도 가을이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수족관 어항 속 금붕어가 푸푸 물풀을 내뿜고, 횟집 수조의 가자미가 무덤처럼 엎뎌 있다 하더라도.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렸다’ 해서 상기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 아침의 적요함 속에 말발굽 같은 북소리를 듣고, 한낮에 ‘분수처럼 흩어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해 질 녘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를 듣는다 해서, 그렇다 한들 가을이 온 것이라고 말할 순 없다.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벽을 타고 전해오는 냉장고의 신음소리를 듣는다 해도 아직 가을이 온 것은 아니리라. 유령처럼 거실을 떠돌다 내려다보는 낡은 아파트 단지에 푸른 안개가 강물처럼 흐르고 목이 긴 보안등이 숨죽여 흐느낀다 한들.

 아니, 이제 진실을 말해야겠다. 어떻든 가을이 오기는 왔다. 이제야 알겠다. 참매미, 꽃매미, 말매미, 털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 한여름 개구리울음 울다 사라진 매미들의 행방을. 베란다 방충망에 달라붙어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채집(採集)하다 도시의 빈 하늘을 벗어나 유년의 숲으로 떠나간 로봇 매미의 궤적을. 그들의 껍질로 남은 주검이 가을을 불러온 것임을!

잿빛 모노톤의 가을은 음(音)을 소거한 TV 화면과 같다. 가을은 침잠의 계절. 지금 우리는 침묵으로 향하는 중. 그러니 ‘침묵의 소리’를 들어라. 눈길을 돌려 자신을 들여다보게 될 때 '비로소' 가을이 온 것이리라. 아, ‘내가 나 자신에게 도달하는 일이 왜 그다지도 험난한 것일까?’ 소슬한 바람이 살갗에 소름을 돋게 하는 이 계절, 집 없는 사람을 떠올린다면 그제야 ‘참으로’ 가을이 온 것이다! ‘주여, 이제 그들은 더는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이제 기억해야 한다. 바이올린의 현(絃)처럼 바람을 타고 나는 제비 한 마리가 여름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듯, 창턱에 실로폰 음(音)처럼 내려앉은 참새 한 마리가 가을을 데리고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또한 한 마리 기러기가 끼룩끼룩 울며 한료(閑廖)한 밤하늘을 가로지른다고 하여 가을이 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김창식)

*윗글을 두고 반원들 사이에 설왕설래 활발한 브레인스토밍식 의견 교환이 있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실험적 수필이다’ ‘출렁출렁한 시적 운율이 있다.’ ‘가을의 황량한 풍광에 빗댄 작가의 처연한 심사가 가슴을 건드린다.’ 등등 칭찬 일색.

-어느 눈 밝은 문우가 급제동.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인용과 수식이 천지삐까리로 많다. 그런데도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새로운 미감을 전해주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다.’

-화들짝 놀란 교수님의 더듬더듬 고백.

“도대체 숨질 못하겠네! 이 글에서 따옴표로 표기한 대목은 다른 텍스트(시, 수필, 격언, 소설, 노래........)에서 모티브를 얻었거나 직, 간접으로 패러디한 것이에요. 짜깁기의 달인이랄까, 뭐 이런 유의 글도 쓸 수 있다는........ 그만 넘어가죠. ㅎㅎ”

-실러의 <군도>, 릴케의 <가을날>,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김광균의 <추일서정>,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헤세의 <데미안>, 사이먼 가푼켈의 <침묵의 소리>, 짐 리브스의 <먼 북소리>, 이선희의 <수선화에게>.........

-이 글의 주인공은? 당근 매미(It's not carrot!)! 마지막으로 이 글의 주제는?

‘소박하고 소중한 우리의 일상적 삶이 어쩌면 우리가 지나쳤거나 눈여겨보지 안 았던 것들의 희생에 빚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구저쩌구.......’

2. 반원 글 합평

<잘 하는 보다 더 잘하는>(윤기정)

교훈적이나 지나치지 않은 완성도 있는 글. 글 흐름에 어긋남이 없는 적절한 지식과 정보의 배치.

<욕이 말이래요>(최준석)

소년적(소녀적?) 감수성이 빛나는 최준석 표 시그니처 수필. 여러 등장인물의 정리정돈이 필요함.

<조금만 참았다면>(안해영)

흥미로운 노래방 야화(夜話). ‘지레짐작’이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균열로 주제를 강화하면 더욱 바람직.

<본질로의 회귀>(김순자)

회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난해한 전개로 드러나는 회화와 화단에 대한 각성이 주위를 숙연케 함.

3. 종로반 동정

한국산문 송년회를 마무리하자마자 다음 날 종로로 향하는 마음. 하루쯤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은 마음이겠지. 송년회에서 각 반 소개를 하는 것은 뻔한 소개말 일색. 어떻게 하면 종로반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까? 궁리하던 중

지난가을 용인에 있는 최 작가님 댁에서 야외 수업 때 함께 했던 대방동 성당 ‘하랑’ 우쿨렐레 팀에 한국산문의 송년회 모습도 보여 줄 겸 찬조 출연을 긴급 요청. 신나고 유쾌한 한국산문 종로반 소개에 일조한 대방 성당 하랑 우쿨렐레 팀이 송년회 분위기 띄우기에 한몫했는지의 결과는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건 감사 인사를 전한다.

특히 김창식 교수님이 강의하고 있는 일산 롯데반이 송년회 참석은 처음이라 참여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는지. 한국산문의 송년회 모습을 어떻게 보았는지. 선배 반인 종로반에서 챙겨주지 못한 점은 없었는지. 내년에는 더 잘 챙겨주어야 겠다.


안해영   18-12-16 09:22
    
12월이면 여기저기서 한 해 마무리 행사가 있다.
지치지 말고 "참으로 한 해 잘 지냈는지?" 스스로
수고의 다독임이라도 해주면 어떨는지?
김기수   18-12-16 16:42
    
오랜만에 댓글 올립니다.
12월의 끝자락에서 멀리 날아오려 했는데 여의치 못해 12월 초에 날아왔습니다.
함께 했던 시간이 벌써 무척 그리워 지네요.
교수님의 다정한 글, 강의와 여러 문우님들의 다감한 작품들의 합평을 대하니 마음이 울적합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하루하루입니다.
손주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힘에 부치는 즐거운 노동입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다람쥐의 쳇바퀴 도는 일상이구요.
침대에서 책읽고, 침대에서 하늘을 나는 구름을 바라보는 일상은 벌써 한국을 향하는 마음뿐입니다.
외로운 마음을 가눌 수없어 오수와 수면속에 빠지곤 합니다. 꿈에서도
매주마다 한 번씩 시간을 만들어 갔던 한산이 더욱 기쁨을 주었다는 것을 떠나온 뒤에 깨닫습니다.
아직 2주차의 헤어짐이 이렇게 큰 것은 아마도 한산을 사랑했나 봅니다.
어제부터 아내와 브리즈번 시내의 호텔에서 Free Time을 갖습니다.
비록 3박 4일의 일정이지만 간만에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되니 만사가 평안입니다.
마침 노트북을 갖고 와서 이렇게 두서없이 글을 쓸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달립니다.
교수님 & 문우님!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많이많이 쓰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미리 메리 구리스마스 n 해피 니우 이어! 모두 행복하세요!
     
안해영   18-12-16 19:14
    
에구, 존재의 의미. . . . .
자꾸 빗방울 같은 눈물이 맺히려고 해요.
오수와 수면, 그냥 길거리에서 집 잃은 강아지나 괭이처럼 마구 뛰어다니심 안될까요? 
처음 약속처럼. 체중 줄여 오기로 했잖아요.
브리즈번의 Free  time이 부럽습니다.
지금 호강 중이십니다.
저는 호주 뉴질랜드 가는 것이 버킷리스트입니다.
윤기정   18-12-17 01:04
    
오후에 눈발 몇알 날리다 그쳤습니다. 해 가기 전에 서정적인 글 한편 남기고 싶습니다.  엄청난 일을 겪고나니 일상이 새롭습니다. 늘 만나던 그대들의 무게도 새삼 크게 다가옵니다. 어릴 적에 한번 앓고나면 큰다던 외할머니 말씀이 생각납니다.  종로반 문우들이 마누라 빼고는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입니다. 함께 걷는 소중한 인연입니다. 양평 감호에는 덩치 큰 겨울 철새가 보이더군요. 덩치로 보면 고니인데 검은 고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강물이 어제의 강물은 아니지만 겨울철새가 이맘 때면 찾아오는 자연의 법칙은 여전하여 다행입니다. 기수 작가. 부럽네, 그 여유가.  잘 지내다 오시게. 깊고 너른 바다 보면서 사유의 깊이와 폭도 넓어지고 깊어지지 않겠나.
     
안해영   18-12-17 19:38
    
엄청난 일? 무슨 일 있었어요?
고니? 저도 며칠 전 여의도 샛강에서 커다란 잿빛 새를 봐서 페북에 올리고 두루미 아닌가? 했더니 페북 친구들이
왜가리라고 수정해 주었어요.
김순자   18-12-17 14:52
    
목적의식, 잘못생각하면 어떤 주의나 이념이 시키는 작업으로 오인 될까 몇자 적습니다. 창의적 발표전은 어떤 형태이든지 뚜렸한 명분이 있어야하고 목적의식을 갖고 열정적인 작업에 임해야 조금이라도 후회가 덜 하겠지요.힘들어 발표한 작업에 자부심을 갖게 되겠지요, 목적의식이 없는 맹목적인 개인전에서는 얻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안해영님 여러가지로 수고 많으십니다. 온곳으로 돌아간다는 회귀를 회기로 오타하셨군요, 정정 해 주셨으면~~ 존재의 의미에 눈물방울이. 절절히 공감합니다.연말 행사,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기회 였기를 바람니다.
     
안해영   18-12-17 19:30
    
김 선배님 회기를 회귀로 수정했어요. 죄송^^
선배님도 제 이름 해영을 혜영으로 하셔서 제가 해영으로 수정했습니다. ㅎㅎㅎ
김순자   18-12-17 15:54
    
낮설게하기에 이어서 참으로 가을이 온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방법의 다양함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같이 많이  있는것 아닌가요 .생긴대로 진솔한 모습을 그리거나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매미는 너무 울어서 껍질만 남게 된 것은 아닌지? 상상력은 늘지만 글이 늘어야 할텐데~ 김기수님 여전하시다니 반갑습니다.신년 새해에도 화이팅하시고 문우님들도 ~ 화이팅!~.
김창식   18-12-17 16:22
    
김기수 선생님과의 재회를 우리 모두 손꼽아 기다립니다.
청람 김순자 화백님을 여기서 뵈니 더욱 반갑습니다.
본질로의 회귀=사태 자체로(Zu den Sachen selbst:獨)!
     
안해영   18-12-17 19:42
    
회기를 회귀로 수정 완료했어요.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