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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부 능선을 넘어 강의실을 관통하는 해학(평론반)    
글쓴이 : 홍정현    18-11-28 11:26    조회 : 4,460

11월 27일 화요일 평론반 강의 후기

 


◆ (수필) 눈동자와 입술 - 임헌영 -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란 구절에 매료당하는 사람은 바람둥이거나 그럴 개연성을 가졌다면 인생이 너무 삭막하니 차라리 낭만적이라고 얼버무릴까 보다. 눈동자가 정신적인 운기를 상징한다면 입술은 자식을 비롯한 육체적인 기운을 담고 있기에 이 둘만 보면 한 인간의 전체상을 파악할 수 있대도 지나치지 않다.   

사랑스런 눈이기에 우안牛眼이나 사목蛇目, 삼백안三白眼이 아님은 물론이고, 전택田宅, 처첩妻妾, 간문奸門, 남녀男女부위가 단아한데다 어미魚尾와 와잠臥蠶이 산뜻한 가운데 검은 동자가 자그마하고 샛별처럼 총명했을 터이다. 입술은 뾰족하지도 넙적하지도, 삼각입술도, 아래 위 어느 한쪽이 두껍지도 않는 알맞게 긴장된 자손의 관官을 지닌 모습이었음에 틀림없으렸다.  

박인환이 이런 구절을 읊조렸던 서른 살도 못되던 한창 시절(그는 서른에 죽었다)의 배도 더 살아온 나로서는 그리 뛰어난 기억력이 아닌데도 눈동자 입술은 몰라도(그럴만한 경력도 없지만)이름은 알 것 같은데 어찌 그는 20대 후반의 총총하던 시절에 이렇게 고백했을까.  

혹 이름을 대면 당사자 하나 이외의 서운해질 다른 눈동자와 입술을 가진(그걸 안 가진 사람도 있나?)대상들이 떠올라 그들을 고려한 박애주의적 의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름 밝히기가 싫었거나 그래서는 안 될 상대라 입막음용 수사법의 활용일까.  

이런 해석은 무의식적으로 시인이 한 여인과 육체적 접촉이 있었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여기에다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날의 공원'을 연상하면 하루 이틀도 아닌 두 계절에 걸쳐 모종의 사연이 축적된지라 더더욱 육감적인 상상력을 자극한다. 러브 호텔이 없었던 시절이라 가로등 그늘이나 벤치 위에서의 사랑이었겠지만, 요즘처럼 애정의 속도전에 익숙한 사람들은 쉽게 당시의 실제 상황보다 더 진한 연출 장면을 상정하여 이를 기절 사실화해 버릴 소지가 있다. ?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시인과 여인은 그저 바라만 보던 관계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호숫가를 맴돌며 애틋하게 바라만 봤지 그 명경지수明鏡止水에게 한 점 부끄럼도 없었을 것이며(하기야 그 자체가 오히려 최대의 수치라고 우기면 할말이 없지만), 벤치에서도 그 원래의 기능을 이탈하여 다른 목적으로는 결단코 전용轉用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무슨 근거에서냐고 따진다면 신체의 다른 부위가 아닌 눈동자와 입술을 유독 부각시킨 점이 이들의 결백을 증명할 만하다고 변호하겠다. 이런 고운 자태를 갖춘 사람이라면 가로등 그늘이나 호숫가의 옹색한 벤치에서 입술을 도둑맞지는 않았을 터고, 이만한 아름다움을 알아 볼 만한 미학적 식견을 가진 자는 그 초라한 무대에서 구차한 욕정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은 필시 입맞춤의 미수범일 것이다. ?  

사람에 따라 처음 만날 때 상대를 유심히 관찰하는 신체적 부위가 다른데, 그게 어쩌면 그 인간됨을 은연중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누굴 만나면 상대의 시선이 나의 어디를 관찰하느냐를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간혹 돋보이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유난히 특정 부위로 상대의 시선을 끌어들이기도 하는데, 이 역시 해당 부위가 그 위인의 운명을 상징한다고 치부해도 무방하리라. 요즘은 신체부위보다 옷이나 장신구로 상대의 시신경을 마취시키려는 위장전술도 빈번하지만, 웬만한 식견을 가진 인격체들은 이내 투시경으로 무장하여 그 허위성을 간파하고 만다.  

첫 시선이 가는 부위에 대한 통계는 안 내봤지만 대개 눈동자와 입술에 가장 빈도수가 높지 않을까 싶은 건 그만큼 관상에서 이 부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관찰하기에 제일 편하기 때문이다. 눈동자와 입술을 보여주는 게 어쩌면 최상으로 진솔한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지 않을까 싶다. ?  

거기에다 눈동자와 입술은 얼굴에서 가장 조화와 질서를 중시한다. 눈은 아름다우나 코가 못 생기거나, 입술은 좋으나 귀가 못 생긴 예는 흔하지만 눈동자가 예쁘면서 입술이 못난 경우는 드물다. 눈과 입술은 천상 운명을 함께 하는 것 같다. 코를 뛰어넘어 눈동자에서 바로 입술로 시선을 머물게 하는 내력이 이렇다.  

사진으로 본 박인환의 인상 또한 선량한 눈동자와 유혹에 잘 넘어갈 듯한 입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그러나 '세월이 가면'의 남녀는 미처 유혹하거나 당할 여유도 없이 후닥닥 여름과 가을을 보내 버렸고, 그 아쉬움이 시인으로 하여금 눈동자와 입술을 그리워하도록 만든 것 같다. 이룩한 사랑의 추억에 못지않게 그리워만 했던 사랑의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인생은 이렇게 미완성 행위의 축적 위에서 예술을 잉태시킨다. 그 눈동자 입술은 정복되(하)지 않았기에 영원히 남은 셈이다.?

  

조영숙 님의 합평 글, <그리고 명동, 우리의 오래된 미래>에 등장하는 박인환 시인의 시 <세월이 가면>에 관한 교수님의 수필입니다.

    웹페이지에서 가져와 들여쓰기가 되어 있지 않고, 문단구성이 원 작품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합평

1. 유병숙 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2. 조영숙 님 <그리고 명동, 우리의 오래된 미래>

3. 박영화 님 <생존 신고>

4. 박옥희 님 <오래된 것에 대한 애착> - ?한국수필? 10,11월호를 읽고

5. 이옥희 님 <톨스토이, 참회의 늪에서 민중을 만나다 - ?참회록?을 중심으로>

6. 이정화 님 <세기를 관통하는 해학 - 이희승 수필의 유머>

 

 

 

◆ 합평 내용 중

? 기행문은 여정과 정보 중심이고 기행수필은 여행 관련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대해 쓰는 것

? 주제의 중요성 -주제에서 벗어난 부분은 글을 산만하게 만든다.

주제를 극적으로 보이게 구성해야 한다.

? 작품을 쓸 때 충분한 사전 정보 조사가 필요하다. 정성을 들여서 쓰자.

? 평론의 제목은 그 책에서 발췌한 인용 부분에서 힌트를 얻어 정하는 것도 좋다. 제목이 끌려야 한다. 본 제목과 부 제목에 중복 단어가 없도록 한다.

?(중요도 최상) 평론에서      - 분류는…

                                        - 꿀만 채취할 것!

 

 

 

◆ 강의 내용에 관한 사과의 글 -‘꿀’에 대한 정중한 사과

저의 집중시간 최대치가 1시간 10분 정도입니다. 또한 12시가 넘으면 제 위장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정신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번 강의 마지막에 교수님이 해주신, 평론에서 ‘분류의 꿀팁’과 ‘꿀-꿀벌이야기’ (중요도 최상)의 자세한 내용은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 <평론반의 유머 - 구부 능선을 넘어 강의실을 관통하는 해학>

평론반 강의실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든 말들을 모아봤습니다. 강의를 집중해서 들으신 분들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생싱하게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신변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제목은 이정화 님의 평론 제목과 이옥희 님의 ‘능선’ 발언에서 가져왔습니다.

 

1. 가장 큰 웃음이 터진 순간

- 합평의 달인인 분이 ‘다큐’스럽고 따스하면서도 날카로운 합평을 한 직후, 갑자기 급 태도를 바꾸어 부끄럽다는 듯이 수줍게 이리 말했습니다.

   “더 이상 제가 뭐라 하겠습니까?”

 

   정말 모두들 크게 웃었습니다만, 이리 적어놓으니 그때의 상황이 표현이 안되네요. 안타깝습니다.

 

2. 소소한 웃음이 터진 순간

- (너무나도 조심스럽게) “너무 저만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아까 그분이 다시 합평의 말문을 열며.


- “아무리 내가 얘기해도 안 들어요. 여러분 고집, 대단해요.” 교수님의 말씀.


- (정말 지친 표정으로) “톨스토이가 지겨워졌어요.” 평론 발표 중에.


- (놀라면서) “팔 부 밖에 안됐어요?”


- (여전히 조심스럽게) “저는 맞을 각오를 하고 하겠어요.”

   (공감의 표정으로)“‘늪’이란 단어에서 선생님의 괴로움이 느껴졌어요.”


- (동그랗게 눈을 뜨고) “제가 희승이 오빠랑 바둑을 두는 느낌이에요.”


- (단호하게, 결연한 표정으로) “희승이 오빠를 이기고 싶습니다.”


-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몇 부 능선 정도인가요?”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분 옆에서 교수님이 물으심)

   “이@@씨가 그리 잘 웃기나요?”

   (몇 분이 큰 목소리로) “네에!”


- (누구의 목소리인지 확인불가, 평론에서 텍스트 분류가 쉽다고 하시는 교수님께)

   “아, 교수님은 그것이 쉬우시구나!”

 

 

 

3. 산만하고 개인적인 웃음이 픽하고 터진 순간

- (뒷자리 구석에서 누군가 '훕'하고 짧게 웃으며) “키스한 여자 이름을 모른다고? 설마~”


- “꼼꼼하고 성의 있고......박@@ 씨는 교수님 같아요.”

   (제일 뒷자리 하늘색 코트를 입으신 분의 칭찬을 받은, 박@@가 매우 어색해하며 조금 웃음)


- (냉장고 앞쪽 어디선가에서 매우 크게) “꼬르륵”

   갑자기 놀란, 방금 칭찬 받아 어색해서 웃은, 그분이 “난 아니야!”라고 외치자 그 옆자리 분이 피식 웃음

 

 

◆ 강의 후 점심과 티타임

 

-점심시간에 만찬 구석 자리에서 ‘에델바이스’ 한 잔씩 하셨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티타임은 첫글을 내신 조영숙 님이 사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안궁안물’이겠지만) 지면 관계상 지난 회에 예고된 내용은 다음(언젠가)으로 미룹니다.

 

 

※ 안궁안물 : 안 궁금하고 안 물었다는 뜻, 젊은이들이 쓰는 줄임말.

 

 

 


이정화   18-11-28 21:52
    
안물안궁 -  젊은이들이 쓰는 줄임말 - 실제로 두부씨는 평론반에서 제일 갸름하고 예쁘고 영특한 젊은이입니다
                 
 꿀벌(?)론  -  이어령선생님 왈 : 평론가는 꿀벌이다. 꿀벌만 되도 평론가이다.
                    벌이 꽃에 가서 꼭 필요한 꿀만 채취하듯, 각 작품에서 꼭 필요한 꿀(글)만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
                    고로 평론가가 꿀을 많이 채취할 수 있는 글 - 이런 글이 명작이다

  이번주엔 제가 아침밥을 먹었던 관계로 평소와 달리 집중을 했답니다.
  그 결과 ---본의 아니게 유식해보이는 후기 댓글--- 을 달게 됐습니다. 경주 이씨 가문에 영광입니다  *^^*
     
오정주   18-12-03 20:32
    
정화씨 진짜 모범생!
  등단을 앞두고  나날이 작품 수도 늘어가니
  앞으로 기대 만땅임다.
김선봉   18-12-03 19:50
    
그 작품에서 핵심만을 골라 볼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지요.
문자라는 보여지는 것에서 안보이는 행간이란 골짜기를 두루두루 여행하는 즐거움.
그것을 느끼면 재미있고 즐거우나, 못느끼면 재미없고 지루할 겁니다.
     
오정주   18-12-03 20:33
    
선봉샘
댓글에  자주 와주시니 반갑습니다.
언제나 열공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오정주   18-12-03 20:43
    
사부님의 관상학적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명수필을 읽으니
흥미진진하여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납니다.
이렇게 멋진 후기를 써주는 우리의 홍티!
눈팅만 하고 지나치는 분들의 그 속정과 사랑은 
댓글이 없어도 다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