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10.25~11.8, 목)
-수필의 서두는 어떻게 쓰나?(종로반)
1. 수필에서 보는 서두
가. <난 알아요>
‘한밤중이나 새벽녘쯤 되었을 것이다. 그 무렵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수상한 소리에 깨어났다. 머릿속에 작은 쇠 구슬들이 조야한 소리를 내며 굴러다녔다. 홀린 듯 거실로 나와 보니 냉장고가 신음하고, 베란다의 화초는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푸른 안개가 강물처럼 흐르는데 단지 내 가로등이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김창식)
*불안하고 맥 빠진 화자의 복잡한 심리를 서두에서 주위 사물에 투사하여(냉장고가 신음하고 베란다의 화초가 숨을 몰아쉬며 가로등이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고) 표현했다. 나중 서태지의 노래 <난 알아요>가 어떤 형태로든 인용되어 주제를 뒷받침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나. <안개>
‘이상하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으로 시작하는 헤세의 시(詩) <안개 속>을 학창시절 즐겨 외우곤 했다. 시간과 함께 스러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 유랑, 파토스, 적막과 체념의 정조에 한동안 심취했다. 언제부터인가 안개는 낭만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거나 사유와 성찰의 단초를 전해준다기보다 마음을 짓누르는 요인이 됐다. 안개를 보며 부정적인 심상을 떠올리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 금기시하는 변화는 졸업 후 시작한 회사 업무와 관련이 있는 성싶다.(김창식)
*안개에 대한 부정적 심상을 보여주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두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상하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헤르만 헤세의 시 <안개 속> 중 유명한 첫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결국 인간은 혼자이고 인생의 항로를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으로 비유해 주제를 언뜻 내보인다.
2. 그러니까 수필의 서두는?
- 단도직입. 호감이 가고 매력적이어야 한다(신선, 간결, 흥미, 긴장)
- 주제와 상관이 있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키워드(그러나 함축적으로 암시만)
- 적당한 동기의 포착, 하지만 간단히(글을 쓰게 된 계기, 정서적 시발점)
- 설명이나 훈시는 불필요. 고사, 잠언, 명구 인용도 바람직하지 않음
- 30초 전쟁(교훈이나 지지부진한 설명, 보편타당한 일반론은 사양)
- 액자 구성(현재-과거-대과거-현재), 수미쌍관도 좋으나 소재에 따라서
- 서두를 대화체로 시작하는 것은 수필의 본령에서 어긋남(소설을 쓰던가?)
- 서론(과정)을 줄이고 바로 본론(주제)으로 들어가는 것이 현대수필의 흐름
3. 반원 글 합평
<아사달이 새긴 두글자>(최준석)
뒤로 갈수록 몰입하게 되는 글. ‘영(英)=영(影)-아내’를 시사하는 결미가 좋음.
<누님과 메이스필드의 시>(최준석)
아름다움, 치열함, 절실함을 두루 갖춘 글임. 막판의 반전이 독자를 숙연케 함.
<추석 전야>(윤기정)
추석을 맞는 소회가 상식적이지 않아 차별화됨. 전편에 흐르는 처연함과 멜랑콜리.
<묵법과 수법>(김순자)
난이도를 더하는 화론이지만 논리적. 적묵, 파묵, 발묵, 색묵혼용, 묵파색, 색파묵...
<필묵기법>(김순자)
청람(靑藍) 김순자 화백의 화론은 점입가경(漸入佳境). 준법과 찰법 보완 필요.
<해피엔딩 영화처럼>(김기수)
<소망과 희망은 영화처럼>을 <해피엔딩 영화처럼>으로. 제목이 달라지니 글 또한!
<마음의 속도><박재연>
자동차와 마음의 속도를 병치, 대비한 점이 참신함. 박재연 표 해학과 기지는 여전.
<노인과 바다>(최준석)
하나로 엮인 노인, 바다, 헤밍웨이....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당하지는 않는다.’
4. 종로반 동정
-11.8(목) 수업 후 그냥 지나갈 수 없어 교실 앞 ‘방앗간(만찬)’에서 회동. 교수님을 비롯한 윤기정, 안해영(잠깐 참석), 최준석, 김기수, 그리고 존재 자체로 자체 발광(發光, 發狂 아님!-낯설게 하기?)하는 박재연 님이 참석해 모이를 쪼거나 물(?)을 마심.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한국산문》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에세에스트》의 발행인 김종완 평론가가 깜짝 참석하여 종로반 문우들의 사기를 북돋음. 알고 보니 모 문예지에서 윤기정 님의 수필 <사릉(思陵)에서 길을 잃다>를 읽고 감동한 터에 이리저리 수소문해 방문한 것임. “이래저래 할 일은 많고 수필 세상은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