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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의 서두는 어떻게 쓰나?(종로반)    
글쓴이 : 안해영    18-11-09 22:24    조회 : 4,012

문화인문학실전수필(10.25~11.8, 목)

-수필의 서두는 어떻게 쓰나?(종로반)

1. 수필에서 보는 서두

가. <난 알아요>

한밤중이나 새벽녘쯤 되었을 것이다. 그 무렵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수상한 소리에 깨어났다. 머릿속에 작은 쇠 구슬들이 조야한 소리를 내며 굴러다녔다. 홀린 듯 거실로 나와 보니 냉장고가 신음하고, 베란다의 화초는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푸른 안개가 강물처럼 흐르는데 단지 내 가로등이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김창식)

*불안하고 맥 빠진 화자의 복잡한 심리를 서두에서 주위 사물에 투사하여(냉장고가 신음하고 베란다의 화초가 숨을 몰아쉬며 가로등이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고) 표현했다. 나중 서태지의 노래 <난 알아요>가 어떤 형태로든 인용되어 주제를 뒷받침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나. <안개>

‘이상하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으로 시작하는 헤세의 시(詩) <안개 속>을 학창시절 즐겨 외우곤 했다. 시간과 함께 스러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 유랑, 파토스, 적막과 체념의 정조에 한동안 심취했다. 언제부터인가 안개는 낭만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거나 사유와 성찰의 단초를 전해준다기보다 마음을 짓누르는 요인이 됐다. 안개를 보며 부정적인 심상을 떠올리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 금기시하는 변화는 졸업 후 시작한 회사 업무와 관련이 있는 성싶다.(김창식)

*안개에 대한 부정적 심상을 보여주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두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상하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헤르만 헤세의 시 <안개 속> 중 유명한 첫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결국 인간은 혼자이고 인생의 항로를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으로 비유해 주제를 언뜻 내보인다.

2. 그러니까 수필의 서두는?

- 단도직입. 호감이 가고 매력적이어야 한다(신선, 간결, 흥미, 긴장)

- 주제와 상관이 있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키워드(그러나 함축적으로 암시만)

- 적당한 동기의 포착, 하지만 간단히(글을 쓰게 된 계기, 정서적 시발점)

- 설명이나 훈시는 불필요. 고사, 잠언, 명구 인용도 바람직하지 않음

- 30초 전쟁(교훈이나 지지부진한 설명, 보편타당한 일반론은 사양)

- 액자 구성(현재-과거-대과거-현재), 수미쌍관도 좋으나 소재에 따라서

- 서두를 대화체로 시작하는 것은 수필의 본령에서 어긋남(소설을 쓰던가?)

- 서론(과정)을 줄이고 바로 본론(주제)으로 들어가는 것이 현대수필의 흐름

3. 반원 글 합평

<아사달이 새긴 두글자>(최준석)

뒤로 갈수록 몰입하게 되는 글. ‘영(英)=영(影)-아내’를 시사하는 결미가 좋음.

<누님과 메이스필드의 시>(최준석)

아름다움, 치열함, 절실함을 두루 갖춘 글임. 막판의 반전이 독자를 숙연케 함.

<추석 전야>(윤기정)

추석을 맞는 소회가 상식적이지 않아 차별화됨. 전편에 흐르는 처연함과 멜랑콜리.

<묵법과 수법>(김순자)

난이도를 더하는 화론이지만 논리적. 적묵, 파묵, 발묵, 색묵혼용, 묵파색, 색파묵...

<필묵기법>(김순자)

청람(靑藍) 김순자 화백의 화론은 점입가경(漸入佳境). 준법과 찰법 보완 필요.

<해피엔딩 영화처럼>(김기수)

<소망과 희망은 영화처럼>을 <해피엔딩 영화처럼>으로. 제목이 달라지니 글 또한!

<마음의 속도><박재연>

자동차와 마음의 속도를 병치, 대비한 점이 참신함. 박재연 표 해학과 기지는 여전.

<노인과 바다>(최준석)

하나로 엮인 노인, 바다, 헤밍웨이....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당하지는 않는다.’

4. 종로반 동정

-11.8(목) 수업 후 그냥 지나갈 수 없어 교실 앞 ‘방앗간(만찬)’에서 회동. 교수님을 비롯한 윤기정, 안해영(잠깐 참석), 최준석, 김기수, 그리고 존재 자체로 자체 발광(發光, 發狂 아님!-낯설게 하기?)하는 박재연 님이 참석해 모이를 쪼거나 물(?)을 마심.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한국산문》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에세에스트》의 발행인 김종완 평론가가 깜짝 참석하여 종로반 문우들의 사기를 북돋음. 알고 보니 모 문예지에서 윤기정 님의 수필 <사릉(思陵)에서 길을 잃다>를 읽고 감동한 터에 이리저리 수소문해 방문한 것임. “이래저래 할 일은 많고 수필 세상은 넓다!”


안해영   18-11-10 11:58
    
글의 서두는 글 전체 중 가장 오래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시작을 어디서 할까? 이 부분에 가면 길이 탁 막힙니다. 
어디서 시작? 첫 단어 시작이 글의 성패를 좌우하는 듯합니다. 시작 글이 마지막 문장까지 끌고 가는 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가을이다 보니 여기저기 행사가 많아 강의 시간에 빈자리 만들기도 했는데, 교수님의 도움으로 되새김하니
강의실에 앉은 기분입니다.
류미월   18-11-11 14:26
    
요즘  TV프로  '쇼 미 더 머니' 를 보다보면  느끼는바가 많아요~~
    출연자들의 현란한 복장과 빠른 랩이  낯설다가도  귀담아 듣다보면 가사가 현 시대의 젊은이들의 아픔을
    콕콕 찍어 노래합니다. 핵심 키워드가 살아 있단 얘기
    글 또한 문체가 화려하고  기교가 좋아도 알맹이 메시지가 없으면  꽝이죠..
    일관된  메시지를 끌고가는 과정 속에  비유와 상징. 문체등 장식도 빛날때 글은 더욱 빛나리라 생각됩니다.
    수필에서  서두의  미끼역할 ..잘 읽고 갑니다.
이재현   18-11-11 16:50
    
늘 고민되고 어려운 서두에 대한 명강의가 진행되었네요~^^ 요새 일이 바쁘다고 여러가지로 잘 챙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던 차에 반가운 후기입니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종로반 선생님들과 교수님을 못뵙고 있어 헛헛함이 큰 겨울 초입이네요. 금주에는 기쁜 얼굴로 맞이하겠습니다.
윤기정   18-11-12 00:04
    
날마다 낙엽을 씁니다. 밤새 바람이라도 분 날 새벽이면 데크를 걸을 때 마다 낙엽 바스라지는 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뗍니다. 또 한번의 가울 앞에서 앞뒤를 헤아려 봅니다. 사라진 것과사라질 것에 대하여 생각이 머물기도 합니다. 밤을 까고, 감을 깎아 매달고, 고염을 손질해서 갈무리합니다. 갈무리는 꺼냄을 전제로 하는데 가끔은기억력 떨어지는 다람쥐처럼 갈무리한 것을 잊기도 합니다.  자꾸 비워내야 새 것을 갈무리 할 텐데 말입니다. 갈무리 한 기억을 불러내어 향기로운 글을 지으렵니다.  먹은 얘기 뒤로 돌리고, 감추는 게 종로반 후기의 향기입니다.
박재연   18-11-12 22:15
    
명쾌하고 간결해야 한다는데 제 글도 아직 군더더기가 많다는 것을 매시간 느끼곤 합니다 ㅠㅠ  직접 설명보다는  무엇인가에 투사, 묘사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쭘이나 그런 것이 가능할지요 ㅠ
방앗간에서 모이를 쪼고 물을 마시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지요. 더욱이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는 더욱요 ㅎ
김순자   18-11-13 17:58
    
동양화의 원근법을 논하자면 층자이다. 11월호 한국산문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동양화에 있어 사군자,화조,산수화 기법에서도 다양한 선의 사용과 층차공간의 사용이 그림을 얼마나 깊고 기운생동하게 하는지~~~
문우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보려 노력해야겠지만 전문적인 이론 때문에 조금 늦어지는 것이 아쉽다.히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그림과 글은 창작할때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으로 더욱 노력해야 하는 숙제이다. 즐겁게하자. 문우님들과  교수님과  반장님과  총무님의 건승을 위해~~^^*
김기수   18-11-14 11:43
    
요즈음 스모그, 미세먼지, 자욱한 안개가 하늘을 채운다.
두문불출에 쇼파에서 미적거리다 하늘을 보러 창문앞에만 선다.
맑고 쾌청한 날엔 구름이 두둥실 떠간다.
마음이 괜스레 하늘에 뜬 구름처럼 내마음이 헤엄친다.
무엇을 써야 할까 하는 고민에 휩싸이며 나를 찾아 본다.
나는 늘 헤맨다. 생각에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간만에 한산 종로반에 합평이 떴다. 반갑다.
지난 강의 시간과 합평이 삼삼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동정이.
이래저래 할 일이 많다. 이사도 해야 하고, 호주로 날아가야 하고,
무튼 세상은 넓은데 좁은 안목과 식견으로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항상 닫힌 마음을 활짝 열고 날고픈 마음뿐이다.
권태에서 벗어나 종로반으로 향하려는 마음이 우선이다.
교수님과 문우님들, 언제나 건강하시고 평안과 더불어 건필하시길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