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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흔드는 손들 (평론반)    
글쓴이 : 홍정현    18-11-07 22:17    조회 : 3,857


2018. 10. 6 강의실 평론반 후기

? 합평 ?

1. 이정화 님, 수필 「나는 못 생긴 편이다」

2. 이명환 님, 수필 「그늘 좋구나」

3. 이옥희 님, 평론 「어떻게 살 것인가 - 톨스토이의 ?참회록?에 대하여-」

다음  시간엔 최인훈 작가의 아들, 최윤구 님의 특강이 있습니다.

 

 

 

 

? 실명 대 서사시 - 그냥 흔드는 손 - ?

 

강의가 끝났느냐

모두 어디로 갔느뇨?

졸다 일어나 침을 닦는 내 비루한 손, 그 손

잡아 이끄는 김형자 님 손

그때 우리가 간 식당은

만찬이더냐? 평론반 많은 회원들

앉을 자리 없어 당황하는데,

어디선가 새 테이블을 들고 나타난 손은

든든한 총무 박영화 님 손

그리고

의자를 들고 온 손은 누구더냐?

……

얼굴은 사라지고 기억은 침몰하고 고마운 그 손만

의자를 옮겼더냐?

 

만찬의 구석자리

고급 회덮밥은 박윤정 님에게

비비지 않은 흰 쌀밥은 이정화 님에게

건네는 숟가락을 든 내 손이 가엽더냐?

가여워 마시라, 내 손

남은 밥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배불렀으니, 충분했으니

그것은 ‘갈취’가 아니오, 에이 설마 그러겠소?

당신, 제발 의심의 손을 넣기를,

그 둘의 손이 유독 매운 손인 것은

믿어주오, 그것은 우연의 일치라오.

 

배부르다, 강조하며 주섬주섬 밥값을 꺼내는 내 손,

내 손을 억누르고, 돈을 넣으라고 말하는

아까 그 몹시 맵다던, 내 밥을 먹어 더 힘이 세진 손 저편에

평론반 전원의 밥값을 지불하는 아름다운 손은 누구신가?

달려가

그 손 부여잡고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드릴 때

느껴지는 정진희 님의 부드러운 감촉, 웃으며

내 얼굴의 대왕 뾰두락지까지 걱정해주는

고마운 그 손

 

미세먼지 가득 찬 가을

누런 하늘을 보니 쓸쓸해지는 마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마냥 걷고 싶어라

운니동 거리가 날 잡아 당긴다,

미세먼지들이 날 이끈다. 창덕궁 저편에서

옛 왕들이 이리 오라 손짓한다

조상의 부름에 어찌 모른 척 하리

내 그들에게 가리라

내 미세먼지 마셔가며 그 곳 단풍을 보리라

허우적 거리는 내 손

방황하는 내 손

 

아틀리에송 커피집 앞에서 회원님들

내게 묻는다

안 들어가요? 어디가?

그냥 혼자 돌아다니려고요

왜?

그냥요

그래

 

우리는 그냥, 그냥이면 된다.

설명이 필요없는 손들,

오늘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문장을 만들 손들,

그냥 잘 가라고,

잘 가라고 흔드는 손들,

공중을 휙휙 가르는 손들,

아틀리에송 사장님의 환대를 받을 손들,

그녀의 따뜻한 차를 감싸 안을 손들,

그리고 지금은 문 밖에서

잘 가라고 흔드는 손들,

그냥 흔드는 손들…


 


이정희   18-11-07 23:48
    
근래 이리도 감동적인 서사시는 처음으로 접합니다그려!
홍정현 쌤,
그대의 상큼, 발랄,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로부터 샘솟는 것인지요?

문학기행 다녀오신 이명환 선생님과 정진희 명예회장님, 그리고 박옥희 선생님,
어제 모두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셨어요.
값진 수필집과 맛있는 점심과 달보드레한 초코렛.
정말 고맙습니다!
조선근 선생님은 티타임을 마련하셨죠. 고맙습니다!
재미있는 글 써내고, 똑부러지게 합평 잘하고, 두루 능력을 발휘하는 쌤들이 많아 부럽습니다!
김선봉   18-11-08 12:17
    
기억의 저 편에서
내게 오라며 흔드는 손.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미래의 저 편에서
날 향해 부르는 손.
이렇게 현재를 살아간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문득 삶의 의미가 궁금한가 봅니다.
지금은 그럴 시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