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오포읍에는 새벽부터 안개가 짙었습니다. 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차에 혼자 남은 둘째 아이가 "엄마, 저기 바다가 보여!" 하길래 "바다가 보고 싶어?" 물었더니 "조금 전에 봤다니깐." 하는 거에요^^ 자욱한 안개를 바다라고 믿은 네 살 아이의 눈을 다시 가질 수만 있다면 멋진 글을 넘치도록 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수업은 작품 합평으로 시작했습니다.
- 합평 작품 -
<낯선 시간 앞에서> 이정희
<'소 혀'와 '창경궁'> 이지영
<너무 성급했다> 신성범
* '둘 중 하나' --> 둘 가운데 하나
눈을 흘기고 마는 수 밖에 --> 흘기고 넘어가는 수 밖에
그리고 한국 산문 10월호를 읽었습니다.
* 허형만 (만화가 '허영만'의 사촌 형이기도 하다.) 의 시는 주로 향토적 서정을 그린다. 가지런하게 쓰는 스타일이다.
시인 백석은 장황하게 썼지만 감칠맛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시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으로 꼽힌다.
* 말과 글은 다르다. 말을 재미있게 잘 한다고 글도 재미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요, 글을 재미지게 쓴다고 해서 꼭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 모든 글에는 '위트'나 '해학'이 담겨야 읽는 맛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읽기에 뻑뻑한 글이 된다.
* 글은 치유의 힘이 있다.
* 문학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글에서 '한 말씀' 하고 싶은 욕심은 버리고 또 버리자.
이렇게 수업을 마쳤습니다.
- 이건형 선생님 떡 감사했습니다. 팥을 좋아하는 '먹보 이지영'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 한영자 선생님, 송경미 선생님 성지순례 무사히 다녀오셨는지요? 나숙자 선생님, 우경희 선생님, 그리고 오길순 선생님 다음주에 꼭 뵈어요^^ 아, 신진선 선생님두요^^
-오늘 새로오신 이수연 선생님 격하게 격하게 환영합니다~~!!^________^
- 예쁜 가방 선물 해주신 하다교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허형만 시인과 백석 시인의 시 한 편씩 적어봅니다.
한국 산문 10월호에서 만났던 '디카시' 감상을 위해 링크도 올립니다. 둘러보니 멋진 사진이 많네요^^
모두모두 편안한 수요일 밤 되세요!
<겨울 들판을 거닐며>
허형만
아무 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메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만치 맞으며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밭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 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이 쉬고 있음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고향>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神仙)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平安道) 정주(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