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일 평론반 강의 후기
줄줄 풀어쓰는 후기
- 부제 : 쏟아지는 칭찬 합평의 무게를 견디는 자, 회식을 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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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지금 쓰려고 합니다만, 늦은 후기는 기억의 감퇴로 인하여 곤란함을 겪습니다. 뇌리에 깊게 새겨진 몇 개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살을 붙여야합니다. 강의 노트를 펴봅니다. 2018년 여름의 폭염이 저를 통과하면서 저에게서 성실함, 필기욕구, 그나마 20분 정도 가능했던 집중력을 앗아갔습니다. 노트엔 별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전반장님이 본인이 쓴 후기에 대해 자조적인 어조로 씁쓸하게 하신 말, ‘강의 후기가 작성자의 신세한탄으로 가득하다’란 말이 떠오르며 제 기분도 자조적으로 씁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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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은 판사적인 합평과 의사적인 합평이 있습니다. 판사처럼 그냥 판단만 하는 합평, 의사처럼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합평을 말합니다. 제 비루한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이 말씀은 기억납니다. 물론 정확한 용어는 가물가물하여 제가 적당히 말을 꾸며 써 보았습니다. 우리는 작품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치료법을 같이 생각하는 ‘공동체’입니다. (-> 이건 제가 지어낸 말입니다.) 이날 합평은 정말 그런 ‘공동체’가 되어 진행되었고, 합평의 수준은 ‘고퀄리티’이었으며, 대부분의 회원들(두부 같은 분 제외)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작가는 그들의 합평을 진심으로 경청했습니다. 교수님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시며 회원님들의 합평을 정리해주셨습니다.
카사노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다큐박(복학생 P씨의 새 별명입니다. 누가 지어주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씨는 카사노바를 좋지 않게 묘사한 글을 보고 카사노바가 억울할 것 같다고 말해 우리 모두 웃었습니다. 우리는 다큐박씨 때문에 수업 중 자주 단체로 웃습니다. 다큐박씨는 이날 합평 솜씨가 대단하다고 칭찬을 받았는데, 본인은 그 사실을 잘 기억을 못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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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혀진 이름, 두부씨를 아시는지요? 두부씨는 지병이 있습니다. 발표할 때 심하게 떠는 병인데, 이를 발표공포증, 무대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지만, 사실 조금 다릅니다. 이 병은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발표도 끝까지 다 합니다. 단지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 병입니다. 목소리만 떨리기 때문에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간 어조로 농담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병이 전염이 된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두부씨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숨겼습니다. 결국 이 병은 그동안 발표 시 떨지 않고 잘 하던 다큐박씨에게 전염이 되었고, 다큐박씨는 발표 때마다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다큐박씨는 늘 두부씨 옆에 앉았지요. 그러면 다음 감염자는 누구일까요? 늘 두부씨 앞에 앉는 분, 그분입니다. 그분을 ‘다른은하’씨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분은 지난 목요일 심포지엄 때 마이크를 들고 떠셨습니다. 여러분 조심하세요. 두부씨를 조심하세요. 그와 음식을 공유하지 마시고, 그와 신체적 접촉을 하지 마세요. 믿을만한 정보통에 의하면, 평소 다큐박씨와 다른은하씨는 말하면서 옆의 사람을 만지는 버릇이 있는데 두부씨를 자주 어루만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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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많은 분들이 <풀 (pool)> 작품을 칭찬했습니다. 이리 칭찬을 받았으니 밥이라도 사야겠어요? 라고 교수님이 농담을 하신 말씀에 이정화 님은 활짝 웃으시며 ‘좋아요, 제가 점심 살게요’ 라고 하셨고, 정화 님 덕분에 레스토랑 만찬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시트콤의 한 장면 같은 일들이 소소하게 있었지만, 길어지는 후기를 방지하기 위해 패스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말만 하겠습니다. 다른은하야 회덮밥 남은 거 안 줘서 미안해. 내가 다 먹어서 미안해. -> 래퍼 마미손의 ‘소년점프’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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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 사장님의 환한 환대 속에 커피집으로 위풍당당하게 들어갔습니다. 새로 오신 최서진 님이 최신 문명 사용자의 위엄을 뿜으시며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아주셨습니다. 다년간의 총무 경력이 있는 분들은 아십니다. 평론반을 비롯한 한국산문 각 반 선생님들의 유일한 단점, 단체 주문 시 갑자기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엉켜들면서 카오스가 되어버린다는 것. 이 어려운 일을 새로 오신 최서진 님이 해냈답니다. 감격의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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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어 분주한 반장님과 총무님께 감사드립니다.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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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문영애 님의 <이태리에서 ‘아름다운’ 남자를 만나다>, 오정주 님의 <우울한 세레나데>, 이명환 님의 <성찬경의 시에 부치는 이명환의 이야기>, 이정화 님의 <풀 (pool)>을 합평하고 한국산문 9월호 합평 발표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