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8. 23/30,목)
-5매 수필, 어떻게 쓰나?(종로반)
1. 5매 수필은 무엇?
가. 5매 수필의 종류
5매 전후의 짧은 수필을 통칭. 장편(掌篇)수필, 손바닥 수필, 도편(陶片) 산문, 조각 수필, 4분 수필(요리 아님) 등. 이러다 엄지 수필, 손가락 수필, 발가락 수필도 나올라!
나. 5매 수필/12매 수필
5매 수필은 12매(때로 15매) 수필의 요약본이 결코 아니다.
그 자체로 완성된 형식이다. 기승전결, 서두/본문/결미, 또는 본문만 제시.
허구의 콩트와도 결을 달리한다. 복선이나 반전도 필수 요소는 아니다.
다. 5매 수필의 주안점
사람의 가슴을 치거나 생각할 거리를 주어 여운이 남도록 해야 한다.
재미가 있어야 읽히지만, 재미로 끝나면 허당, 수필은 아재 개그가 아니다.
라. 참고할 작품
짧은 수필이나 산문(김기림, 나도향, 윤오영....) 동화, 우화, 콩트, 단편소설
카프카의 소품 산문, 오 헨리 <20년 후> 오스카 와일드 <왕자와 제비>,
내더니 엘 호오손 <큰 바위 얼굴> 등
마. 5매 수필 감상
*그렇게 보인다고(김창식)
아닐걸,
겉으로 보인다고 그대로인 것은 아니야.
변형된 모습이거나 왜곡된 이미지일 수도 있지. 아니면 정반대의 것이거나.
사물의 안과 밖이 다르듯 남자와 여자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니까.
이를테면,
호젓한 공원의 벤치에서 병든 닭처럼 머리를 맞대고 있거나,
스낵코너에서 라면을 나누어 먹는다고 해서,
그럴듯한 레스토랑에서 칼질하다 말고 젖은 눈으로 서로를 응시한다거나,
사람 없는 찻집에 마주 앉아 밤늦도록 낙서를 한다고 해도,
고즈넉한 카페에서 남자 품에 얼굴을 묻고 어쭙잖은 말을 경청한다고 해서,
늦은 밤 팔짱을 끼고 찧고 까불며 M.O.T.E.L 문을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은성(殷盛)한 파티에 참석하여 갈채에 화답하며 애정을 피로(被露)한다고 할지라도,
그렇다 해도 말이야,
그것이 서로 간에 견고한 관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야.
그들 모두가 너무너무 좋아 죽고 못 사는 것은 아닐걸.
헤어짐의 차례를 기다리거나 이별의 의식을 치르는 관계도 있어.
혹, 이혼 서류를 점검하여 내일 아침엔 가정법원에 가야 하는 지도 모른다고.
거창한 마무리에 뒤따르는 허무의 순간에 시나브로 인접해 있는지도 모르지.
영원히 헤어지기 위한 찰나(刹那)의 순간에 어렵게 당도한 것인지도 알 수 없어.
사랑은 말이야,
역용 마술(易容 魔術) 같아. 항상 두 개의 탈을 쓰고 나타나더라고.
삶이 그러하듯 사랑함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되더군.
위기 속 반전의 계기가 숨어 있고, 기쁨 속 몰락의 씨앗이 움트기도 한다니까.
되돌아보면,
어디선가 사랑의 노래 들려 오네
아, 기쁜 우리 젊은 날!
*현상과 실체의 간극을 리듬감 있는 문체로 표현한 이 짧은 글을 뒷받침하는 철학은 칸트의 물자체(物自體, Ding-an-Sich) 개념과 후설의 현상론(Phaenomenonlogie)이다. 매연마다 압운(押韻)이 있고, 윤형주의 <우리들의 이야기>, 토셀리의 <세레나데>를 일부 패러디해 인용했다. 이 같은 미적 장치를 반드시 눈치채지 못해도 상관없다. 공감을 불러오거나 생각할 거리를 주어 마음을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2. 반원 글 합평
<층차>-김순자
허허실실 농농담담. 명확한 층 차가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필묵 속에 층 차가 분명함.
<슬픔금지>-이천호
5매 수필. 참치잡이의 애환을 노년의 허허로운 마음가짐과 연결한 점이 바람직함.
<이상한 풍금>-최준석
유년의 추억을 소환해 애틋한 느낌을 주는 글. 풍금보다 클로버를 전면에 배치해야만.
<소라의 노래>-안해영
수필의 여러 요소를 두루 갖춘 우수작. 간 문단마다 슬픔의 정조가 배어나도록 함.
<왼손잡이>-정진희
곱씹을 만한 지식과 정보가 가득해 지적 희열을 안기는 수필. 나의 관점 강화 필요.
<구름과 인생>-류미월
인생을 구름에 비유하는 사유의 개진이 설득력 있음, 군데군데 서정적 표현도 좋음.
<부메랑 앞니>-김기수
유머와 해학이 넘치면서도 절제와 중용이 있는 종로반 입성 글. 일취월장한 문장력.
<날개로 본 벌레>-최준석
영화의 크로스 컷 기법(날개/벌레/날개/벌레....)을 활용해 재구성하면 어떨는지요?
3. 종로반 동정
8월 강의를 마감하는 날 떡 박물관을 견학했다.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아 의미 있는 견학이었다. 떡을 만드는 갖가지 도구, 돌부터 팔순 잔치까지의 상차림에 올라가는 떡이며, 갖가지 행사에 맞춤한 상차림에 어울리는 떡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떡 박물관의 해설사가 마침 윤기정 선생님의 제자여서 여러 편의까지 제공해 주었다. 윤기정 선생님은 떡 박물관 견학 후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떡 빙수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빚은 떡 시식 비용을 추석 전 선물로 문우들에게 선물해주었다. 윤 선생님 자주 이런 기회 가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