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2일 평론반 강의 후기
■ 합평 ■
-수필-
1. 조선근 님, ?세상의 모든 음악?
2. 이정화 님, ?버버리 언니?
3. 양상훈 님, ?새해 첫 하이킹데이?
-평론-
4. 오정주 님, ?운명의 두 여인, 위기으 차이콥스키?
■ ?한국산문?3월호 합평 ■
1. 김삼진 님,?마지막 선물?
2. 김숙자 님,?돼지들 잡혀가던 날?
3. 류금옥 님,?오줌싸개 제리?
4. 유병숙 님,?잃어버리지 말아요?
5. 소지연 님,?길 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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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평의 시작은? 소재, 주제 찾기부터.
- 주제가 명확하지 않는 글은 산만하다.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이끌어가야 한다.
- 평론도 주제가 명확해야 한다. 평론 합평도 주제 찾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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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평론을 합평하면서 교수님이 물으셨습니다. 전에 했던 차이코프스키 강의가 기억납니까? 순간, 어색한 침묵만 흘렀습니다. 눈치 없는 두부 씨만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교수님을 바라보며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교수님은 차이코프스키의 죽음과 ?비창?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셨고, 평론반의 고참 수강생들은 ‘아! 맞아! 배웠던 내용이었어!’ 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잘 알면, 여기서 논문, 평론, 수필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교수님은 강조하셨습니다. 이렇게 교수님이 구체적으로 알려 주신 글감들을 평론반 전문 용어로 ‘교수님이 차려 주신 밥상’이라고 하고, 이것을 외면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교수님이 차려 주신 밥상을 발로 찼다’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교수님이 ‘좋은 글의 소재’라고 구체적으로 던져 주신 글감들이 강의실이 있는 월드오피스텔보다 너 높게 쌓여 있는데, 오늘도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툭하고 발로 차버리며 지나친 밥상들, 예를 들어 이태준, 이상, 이육사 등을 떠올려 보며 자책했습니다. 배우는 동안은 이걸로 글을 써야지, 라는 생각을 자주했는데, 그뿐이었습니다. 반성했습니다.
강의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반성은 강력하게 저를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식당 ‘이원’에서 ‘북엇국’을 한 숟가락씩 먹어갈수록 제 안의 반성은 저도 모르게 서서히 옅어졌습니다. ‘만찬’, ‘궁’, ‘이원’ 같은 식당은 그런 공간인 것 같습니다. 강의시간 동안 내 안에 있었던 반성이나 결의, 심지어는 강의 내용 등이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마법이 일어나는 곳. 아무래도 그곳의 음식에는 배운 것들을 지우는, 글쓰기의 욕구를 누르는 작용을 하는 뭔가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의심스럽습니다.
육체적인 허기를 채우는 밥상이 교수님의 밥상을 밀어내는 이런 작용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식당을 나올 때 저는 ‘교수님의 밥상’ 같은 것은 전혀 기억 못하는, 배부른 육체를 이끌고 운니동 골목을 걸어갔습니다. 운니동 골목 사이로 바람이 불자 여기저기 밥상들이 나뒹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