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 영화 기법의 시

가난한 시인은 바람이 휙휙 부는 밤에 네모난 작은 방에 있습니다. 가구 하나 없는 한 벽면에 시를 씁니다.
영화처럼요.
흰 벽면에 빔프로젝터를 쏜다고 생각하면서 시를 읽어보세요.
백석 시인의 시네포임 <흰 바람벽이 있어>를 감상해봅니다.
https://youtu.be/J1pwpDRrHi8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 글은 다 낡은 무명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
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
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아 대굿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여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
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
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
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르 쟘’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2교시 : 손님에게 글 한 편 대접하세요
1. <<한국산문>> 1월호
·우리반 세 편의 글이 올라오니 1월호가 더 반짝반짝 빛나 보입니다.
·수필잡지 중 가장 수준 높은 ‘한국산문’이 되도록 우리 모두 애씁시다!!
·손택수 시인의 시를 만나면 멈춰서 꼭 읽기. ‘보았을 때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대추같은 시라는 뜻이시지요.
2. <<쓰기의 말들>>
은유 작가는 글쓰기를 ‘남을 위한 요리 만들기’에 비유합니다.
“손님에게 글 한 편 대접한다고 생각하고 쓰세요. 더 정성을 들이게 됩니다.”
* 수업시간에 유튜브로 보았던 시낭독 영상을 제대로 연결해서 몽타주적 후기를 쓰려고 시도했으나
잘 안되네요ㅠ
능력부족으로 영상미 흐르는 후기는 아니지만 결석하신 쌤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어서 오셔서 함께 수업하고픈 바람을 담아서요.
다음 주는 황영미 교수님의 ‘영화인문학기행’ 강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