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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을 왜 공부합니까? (디지털대 수수밭)    
글쓴이 : 문제원    21-04-18 16:53    조회 : 4,183


[2021. 4월. 교수님 합평 정리]

 

 1. 합평할 때 항상 강조하는게 있죠? 주제가 잘 나타났느냐. 주제를 말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얘기꺼리, 소재, 글 주제와 소재가 일치하느냐? 그 다음 구성은 재미있게 되었느냐.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재미있어 하면서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느냐. 그리고 나서 마지막이 문장이거든요. 여러분 남의 글을 볼 때 그렇게 봐버리세요. 훈련을 그렇게 하세요. 멋진 문장 자꾸 얘기하는데, 그거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문장은 나중에 쓰다보면 저절로 되는 거에요. 글에 너무 수식을 많이 넣으려 할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것만.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진솔하게 쓰면 되는 겁니다.

 

2. 여러분. 문학을 왜 공부합니까. 문제점을 찾을 줄 아는 것이 공부예요.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인간이 살아가면서 문제가 뭐냐. 그것을 파악할 줄 아는 능력, 그게 공부거든요. 그럼 문학이라는 것은 뭐냐. 사안이나 현실을 꽤 뚫어 보는 눈. 어떤 학문을 해도 문학적인 소양을 가져야 해요. 사람들이 문사철, 문사철 하는 이유가 인문학의 중요성이 거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여러분 잊지 마세요. 그래서 문학을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긴다. 인간도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그런 눈이 없으면 다 쓸데가 없어요. 나중에 다 사기당하고 그래요.

 

3. 어때요. 이글 잘 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의 글에 칭찬하기 싫죠? 배 아픈가요? 남의 글 칭찬에 인색하지 마세요. 잘 쓴 글은 잘 썼다고 해줘야 나중에 자기 글도 칭찬을 받는 거에요. 좋은 글은 칭찬을 많이 해 주세요.

 

4. 이 글은 왜 읽는데 재미가 있습니까? 수필가 중에 코로나 가지고 글을 안 쓴 수필가가 한 명도 없거든요. 다 한번은 썼어요. 그럼에도 이글은 또 재미가 있어요. 왜 그래요? 다들 타령만 한 거에요. 코로나 때문에 어쩐다 신세타령만. 그런데 이 글은 신세타령만 한 게 아니잖아요. 이 안에서 그런 환경 속에서 나름 또 즐길 수 있는 인생이 있잖아요. 그것을 쓴 것이에요. 그러니까 새로운 것이지요. 이게 뭡니까? 세상을 뒤집어서 볼 줄 아는 눈. 여러분 상식만 가지고는 글이 안되요. 상식을 따라줘야 좋은 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상식을 뒤집어서, 옆에서, 밑에서, 위에서, 올려다보는 것. 이 글 은 그런 것이 잘 나타나 있는 글입니다.

 

5. 소설이나 수필이나 대화체를 사용할 때는 그 분위기에서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을 때 사용하는 것이 대화다. 안 그러면 재미없거든요. 그냥 서술로 넘어가는 것이 더 나아요. 이글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라는게 심오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오히려 평범한 대화여서 더 진실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이걸 서술로 하면 또 재미가 없으니까. 상황에 맞춰서 대화체를 써도 된다.

 

6. 소설적인 문체다, 수필적인 문체다 이렇게 구분할 필요가 없어요.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을 고민하지 마세요. 소설처럼 써도 수필이고, 수필처럼 써도 수필이에요. 소설의 문체가 수필을 많이 닮아가고 있어요. 오히려. 다만 내용에서 소설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필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없고, 그 차이일 뿐이에요.

 

7. 작가 분들이 어떤 분들은 너무 세심하고, 어떤 분들은 너무 대담해요. 나와 합평한 여러분은 잘 알겠지만, 외부적으로 문제가 될 글, 주변사람에게 해가 될 만한 구절은 제가 다 체크합니다. 소설은 상처를 줘도 그만이에요. 소설가는 좀 뻔뻔해요. 소설에 필요하면 뭐든지 씁니다. 그런데 수필은 그렇지 않아요. 같은 문학이어도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그야말로 작가가 너무 세심한 거에요. 대담한 사람들은 시어머니 욕도 막 해요. 책에 막 써요. 그래도 아무 일 없이 잘만 삽니다. 그러니 너무 자기 글이 세상에 나갔을 때 반응이 어떨지에 대해 신경 많이 쓰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