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6. 03, 목)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종로반)
1. 강의
가) 텍스트(Text)와 서브텍스트(Sub-text)
주된 이야기(겉 이야기, Text, Structure)와 보조 이야기(숨은 이야기, Sub-text, Sub-structure) 두 개의 이미지와 정황이 겹치며 하나의 주제를 향하는 고난도(?) 글쓰기 기법. 보조 이야기에 무게가 실리는 점에 깊이와 강렬한 여운이 있다.
나) 수필 작품의 예
-텍스트: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마음에 둔 여성에게 작업을 시도.
-서브텍스트: 엄혹한 시대와 역사인식, 사회적 책무에 대한 부끄러움.
“싱그러운 오월 어느 날 작가의 가슴에는 사랑이 다가온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만난 여인(지금의 아내)이다. 작가는 그녀 옆에 앉아 부끄러워하면서 쭈빗쭈빗 말 건넬 기회를 엿본다. 그때 라디오에서 아나운서의 긴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소식을 전하는 속보다. 작가의 마음은 본디 부끄러움에 외부로부터 촉발된 또 다른 의미의 부끄러움이 섞여 소용돌이친다. 작가는 그 여인을 깜빡 잊고 있다가 내릴 때야 비로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부끄러운, 참으로 부끄러운 날이에요, 그렇죠?’ ”-<오월의 노래>(김창식)
-그 밖의 표현들
“아시나요? 오월의 나무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산다는 걸. 바람이 일 때마다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차르르르 초록 물고기 떼처럼 반짝여요.”
“여린 나뭇잎들이 반짝임을 멈추었어요. 나뭇잎들이 죽은 물고기(死魚)떼처럼 떨어져 내리며 수근거려요.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그해 말 통근버스에서 만난 그녀와 결혼을 했죠. 잿빛 구름이 낮게 드리워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물고 스산한 바람이 일며 긴 호루라기 소리를 내던 11월 하순 어느 날이었죠”
“*루나 예나!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그녀의 주름진 얼굴에서 푸르게 빛나던 오월의 젊음을 보아요”
“오월이여/부디 너의 노래 들려다오/우레보다 더 큰 침묵의 노래를/**‘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 하려는 내게.”
*<루나 예나(Luna Llena)>: 만월(滿月)이라는 뜻. 라틴 그룹 로스 트레스 디아망테스가 부른 비가(悲歌). 우리나라에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애틋하고 사랑스런 제목으로 널리 알려짐.
**<한바탕 웃음으로>: 이선희가 부른 노래. 가사를 음미해보면 5.18 민주화항쟁과 맥이 닿아 있다.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하기엔/이 세상 젊은 한숨이 너무나 깊어/한바탕 눈물로 잊어버리기엔/이 세상 젊은 상처가 너무나 커’.
2. 합평
<노랑나비 흰나비>
겉 이야기와 속 이야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주제로 향한다. 제목은 작품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나비야 청산가자.
<인사이드 르네 마그리트>
르네 마그리트 종합 선물 세트(비평서)다. 비논리적인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세계에 체계를 부여. 코로나19로 배달이 늦어졌다.
3. 동정
상임고문이며 러시아반 반장 겸 종로반 ‘명예’(라고 쓰고 ‘영예’라고 읽는다)회원인 정진희님의 참석으로 합평 분위기가 아연 활기를 띠었다. 묻는 말 한 마디에 기존 회원들의 얼굴이 홍조를 띠고 가슴이 펴졌다. “합평작이 왜 이리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