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월. 교수님 합평 정리]
1. 글 쓰는 것도, 합평 받는 것도 포함해서 세상 모든 일을 즐겨야 한다. 즐기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딴 것은 몰라도 글이야말로 즐겨야 한다. 재미로 쓰는 것이다. 돈이 생기거나 권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재미로, 재밌게. 그리고 비판 듣는 것은 예사로 알아야 한다. 합평을 통해서 살아가면서 남에게 듣는 비판을 예사로 아는 훈련을 해야 한다. 글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욕은 아니거든. 그야말로 사랑하기 때문에 해주기 때문에 해주는 말인데, 그걸 긴장하고 들으면 다른 사람들이 말을 못 하게 되요. 자꾸 하고 싶은 말을 대놓고 하도록 유도를 해야 합니다. 떨지 말고 즐겨요.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어떤 일이든 다 들어주고, 화내거나 긴장을 하면 여러분 자신만 손해에요. 모든 병은 화와 긴장에서 오는 것이거든요. 화내는 게 30초 이상 되면 몸이 나빠져요. 화내고 긴장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만 나빠져요. 그러니 긴장 푸는 게 최고의 운동입니다. 근데 잘 안되죠. 화내는 순간은 곧 패배고 패배자다. 전쟁에서 장군이 화를 내면 그 전쟁은 이기지 못한다. 화를 잘 다스려라.
2. <책상의 소리> 이 작품은 구체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멋진 표현들이 계속 나온다. 이 작가가 관찰력이나 민감성, 감수성이 대단한 것이다. 시를 공부했거나, 썼거나 한 사람이다. 이런 특징을 살려나가세요. 독특한, 감각적이면서, 지성적인 형이상학적인 문장이에요.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튀는 문장이다. 이런 특징을 잘 살려서 앞으로 글을 쓰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문장입니다.
3. <위험한 사랑이어도> 글이 좀 산만하죠. 왜 산만합니까? 그게 구성의 문제입니다. 구성을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순조롭게. 어느 주말에 갔잖아요. 음악을 들었고. 처음 들었던 음악이 화양연화잖아요. 그럼 화양연화를 제일 먼저 얘기해야 합니다. 주제곡을 들으면서 화양연화의 사랑을 얘기해주고, 그다음에 이런 사랑인데 또 다른 사랑 영화도 있다. 이런 식으로 풀어 나가야 하는데, 음악을 얘기해놓고는 영화순서는 뒤에 나오는 것을 먼저 했잖아요. 그러니까 독자들이 헷갈리고, 산만해져 버립니다. 가장 잘 쓴 글은 어떤 글이냐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글. 흐르다가 어쩔 때는 폭포에 떨어지듯이 확 떨어지는 장면도 있고, 잔잔히 갈 때도, 한 바퀴 삥 도는 장면도 있고, 구성이라는 게. 그렇게 흘러가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글쓰기의 구성이란 말이에요. 시, 소설, 수필, 드라마 다 똑같습니다. 줄거리를 넣느냐 마느냐하는 문제는 이 글에서 영화를 안 본 사람은 내용을 모르거든요. 여러분 어떤 소설이나, 시나, 드라마나 영화나 내가 인용하고자 할 때는, 내가 쓰는데 필요한 것만 넣는 것이에요. 전체 얘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하면 다 넣고, 그렇지 않고, 나는 이 영화에서 이 장면만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으면 그 부분만 인용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인용이나 소개는 짧을수록 좋습니다. 수필에 대화체가 들어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글쓰기, 문학은 인생살이입니다. 인생살이에 황금비율이 있습디까? 정해진 법CLR이? 그래야 돼. 꼭 이래야 해. 그런 거 없거든요.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인생이 그렇듯이 문학도 때에 따라 다르다. 대화체 자체로 사랑을 나타내 주었으니까, 이런 경우에는 대화체를 넣어도 됩니다. 명심하세요. 모든 문학에는 법칙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 다 사용해도 된다. 다만 불필요하게 길 필요는 없다.
4. <마주 볼수록 희미해지는> 여러분도 트라우마가 생기면 트라우마를 극복 못 하는 여러 요소가 있어요. 어려서 방어기제를 작동 못 시켰기 때문에 상처가 트라우마로 변해 버린 거거든요. 상처를 받았어도 방어기제가 잘 작동이 되면, 한동안 아프다가 극복한단 말이에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말하면 방어기제라는 말은 상처를 주는 것을 인간의 무의식이 저절로 예방주사를 놔버리는 거예요. 그게 방어기제인데. 그 방어기제가 잘 작동이 안 되기 때문에 깊이 상처를 받는단 말이에요. 상처받은 분들이 트라우마 단계까지 깊어져 버리면, 본인도, 주변 사람도 힘들고, 치유도 힘들어집니다. 이 글에 미루어 보건대, 자신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극복하고자 심리학책을 읽는 것 같아요. 이것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은 그야말로 문학작품을 보면서 고차원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글에서 인용한 책들은 보통 처세법적 심리학 수준밖에 안 됩니다. 이런 글 보다는 원천적으로 내 영혼 자체를 바꾸는 것. 그것은 예술밖에 없어요. 문학, 음악, 미술, 예술을 통해서 자기 영혼을 영혼의 깊은 근본을 바꿔야 합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예술에 침작하세요. 이글은 참 잘 쓴 글입니다. 그런데 숨겨진 얘기가 있는 것 같고, 사정에 따라서 못 털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털어놓으면 훨씬 쉽게 극복한다. 털어 놓음으로써 사람도, 글도 달라진다. 소설 쓴다는 사람들은 다 보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100% 다 그래요.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게 제일 명작입니다. 우리나라의 일류작가들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냄으로써 트라우마가 없어졌다고 후련해 해요. 그러면 사람이 달라져요. 창작 방법도 한 계단 올라가고요. 털어놓는 습관을 들이세요. 되도록 털어놓을 수 있을 수 있는 만큼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5. <옥상> 사촌들과의 에피소드가 나와 있습니다. 그들이 이 글을 읽으면 좀 서운할 수 있겠어요. 큰 집에서 살았던 기간 동안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있었을 것인데, 당시 서운했던 감정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그들과 웃으면서 풀어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글에서도 당시 사건을 편하게 인용할 수 있습니다. 문학은 치유제라고 나는 항상 믿고 있습니다. 문학이라는 게 이런 에피소드를, 그러니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사건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다 치유가 되는 거예요. 읽고 씀으로써 치유해요. 그래서 문학이 인생의 교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집안의 누가 봐도 괜찮게, 서운하지 않게 다시 한번 잘 고쳐 써봤으면 좋겠습니다.
6. <부칠 수 없는 편지> 이 작품은 문장, 문체, 내용 다 좋아요. 그런데 자연묘사나 뭐든지 문장에서 복잡한 수식을 삼중 사중으로 하는 것은 어떤 문장에서도 좋지 않아요. 그런 것은 조금 줄여버리면 간단합니다. 너무 많이 수식하면 아름다운 문체가 오히려 방해될 수도 있습니다.
7. <오늘 생각> 글을 쓰면서 인물이 나올 때 바로 소개를 해버리세요. 본명을 넣어도 됩니다. 간첩이 아니잖아요. 모임 만나는 것 비밀도 아닌데 다 공개해버리세요. 그리고 나도 이 모임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면 혼란스럽지 않고 훨씬 글이 편해집니다. 내가 글에서 ‘오늘’이란 단어는 곧 과거가 되버릴 것이므로 되도록 쓰지 말라고 했지만, 하루를 주제로 쓴 이런 글이라면 써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