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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를 드러내지 말고 묘사하라(서울디지털대수수밭반)    
글쓴이 : 문제원    20-10-18 07:55    조회 : 4,408

1. 소실 형식을 빌려 쓴 글이라며 이런 소설 같은 글도 수필이 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기존에 여러 번 말했다. 수필은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 수필 뿐 만아니라 시도, 소설도, 문학 어떤 장르도 마음대로 써도 된다. 쓰는 것은 작가 마음대로다. 내용이 중요하다.

 

2. 내용과 문장표현이 참 재미있다. 파리를 잡는데 정신이 팔렸다가 아이가 없어지는지도 몰랐다는 사건인데, 마무리를 소설처럼 끝냈다. 독자는 아이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 당연히 궁금하다. 이럴 때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 알고 봤더니 남편이 돌보고 있었다든지 등으로 밝혀서 일단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줘라. 그러면 독자들은 작가의 사건에 공감해서 어쩌면 인생이 이런 것인 줄 모른다며 공감할 거예요. 우스갯소리로 여러분도 알고 보면 다 하찮은 것에 빠져가지고 지금 요 모양 요 꼴로 사는 것 아닙니까? 본질에만 충실했으면 다 잘 살고 있겠지. 그러나 그게 인생이다. 독자에게 그런 것을 느끼게 하면 되거든요. 이유를 설명하지 말고, 느끼게 하면 됩니다.

 

3.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쓴다면, 예를 들어 내 어머니의 죽음을 쓴다면 살아왔던 삶을 소개하면서도 독자들의 가슴이 찡할 만한 에피소드를 하나 정도 만들어 넣어보자. 수필에 인물이 등장할 때는 독자에게 어떤 인상을 줘서 독자들이 그 사람을 한 번 쯤은 만나게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수필의 매력이다. 글 자체는 멋지고 좋다. 에피소드 하나만 넣어서 고쳐보자. 너무 많이 고치지 말고, 합평을 받고나면 너무 많이 고쳐서 글이 이상해지는 경우도 많다. 고치고 손대라는 것만 고쳐라.

 

4. 제주도의 난개발에 대해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개발하는 문제 같은 것은, 개발문제에 대한 내용은 좋지만. 사실 이렇게 길게 안 써도 된다. 앞에 제주도의 주거문화 하나만 가지고도 글이 좋다. 개발 폐해는 나중에 결말에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다 있다. 신문, 방송을 보는 웬 만한 일반 국민들은 제주도의 난개발 문제를 다 안단 말이에요. 한 두세 줄로 소개하고, 결말에 가서 이래서 점점 이런 제주 고유의 주택이 사라져간다. 그런 식으로 끝내면 글 자체의 메시지가 훨씬 감동적이 된다. 그럼 서정미도 살아난다.

 

5. 문학이 일반 신문 사설이나 사회 과학의 글과 다른 점은 내 생각을 직접 나타내지 않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가치론을 안 쓰는 것. 예를 들어 이래야 옳다. 저래야 옳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또 기쁜 일인가와 같은. 이런 말은 가급적 글에서 쓰지 마라. 그냥 그대로 묘사해서 나타내 줌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슬프게 만드는 것, 분노하게 만드는 것 그게 문학이다. 글을 오래 쓰다보면 점점 이렇게 쓰게 된다.

 

6. 장독대에 관한 글을 썼다. 앞으로 이런 글 더 애착을 가지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다면 그런 명인들을 찾아가지고, 다니며 값이 얼마고, 어떻게 만드는 가를 찾아서 계속 쓰는 것. 그런 글 만 따로 써도 된다. 그러면 독자가 아 나도 장독대 하나 쯤 만들어야겠다. 아파트 생활에서 장독대가 있는 단독주택으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멋진 글을 앞으로 기대한다.

 

7. 오늘 첫 글을 냈는데, 아주 잘 쓴 글이다. 차원이 있는 글이다. 자신의 질병을 통해 자기 내면의 성찰에 초점을 두고 쓴 글이다. 앞으로 이렇게 쓰면 된다. 수필은 이런 것이다.

8. 최근 대단한 국민의 반응을 이끌어 냈던 나훈아의 공연을 가지고 쓴 글이다. 권하는데 이런 소재도 써보세요. 이런 글 잡지에 나가도 굉장히 재밌잖아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런 일이나, 현상, 이벤트 그런 것을 자꾸 다루어라. 맨날 자기 얘기만 쓰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