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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키소스와 호수(잠실반)    
글쓴이 : 김성은    20-08-28 09:57    조회 : 4,800
지난 월요일은 여름학기 종강일이었습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부득이 결석생이 많았어요. 그래도 열 분이나 오셔서 자리를 채워주셨어요. 수업에서는 서양 근대 단편 소설 작가 세 분의 작품을 읽고 유성호 교수님의 인문학 강의에 이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파상의 <목걸이>,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

위 세 편은 너무도 유명해서 다들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해요. 내용은 다 아실 것이고 교수님 말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해드립니다. 모파상의 <목걸이>의 주인공 마틸드를 말하면서 허영심에 관해 좀 더 깊게 들어가보았습니다. 아래 이야기는 오스카 와일드가 각색했다는 나르키소스 신화입니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매일 호숫가를 찾던 나르키소스는 그 아름다움에 매혹돼 결국 호수에 빠져 죽었다. 나르키소스가 죽었을 때 요정들이 찾아와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는 호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움을 매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호수에게 그의 죽음이 얼마나 슬프겠냐고.

 그러자 호수는 오히려 요정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이 뜻밖의 말에 요정들은 되물었다. “그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그대의 수면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호수는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수면 위로 얼굴을 비출 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위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나서  "허영이란 말에서 허영의 사치스러움을 빼고 나면 자기애, 자기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 인간은 다 자기 허영이 있는 것 같다. 다 타인에 비친 내가 중요하지 타인이 중요하지 않다. 나한테 소중한 사람은 그냥 소중해서가 아니라 그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소중하다. 나한테 잘하는 사람에게만 잘하게 된다. 허영심을 자기 도취로 협의로 해석할 게 아니라 다양한 사물이나 타자를 자신의 존재 증명으로 끌어들이는, 인간의 본성으로 봐야 맞다. 본성이기에 나쁜 건 아니다. 병적으로 강하면 구제불능이지만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덧붙여, 글쓰는 이들도 타인이 쓴 글에서 자신이 나온 글만 읽고 기억하며, 친구들과 놀러가서 찍은 단체사진을 볼 때도 자신만 본다구요. 종종 타인에 의해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상처를 받으면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소설처럼 우리는 욕망과 허영과 아이러니를 겪으며 살 수밖에 없다고요. 나르시스트로만 살면 구제불능이지만, 능동적인 장치를 만들어 타인을 배려하고 칭찬해야 한답니다. 겸손과 성실이 중요하다고요. 성취에도 자신 혼자 힘으로만 이룰 수 없듯이 타인의 나르시시즘을 잘 간직해주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타인의 글과 SNS에 '좋아요'도 많이 눌러주라는 말씀을 남기고 강의를 끝내셨습니다. 

잠실반 문우님들, 한 학기 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김성은   20-08-28 09:59
    
저희 집 강아지가 급성 장염으로 며칠간 입원하는 바람에 후기가 늦었습니다. 양해해주신 잠실반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홍정현   20-08-29 14:00
    
SNS를 잘 하지 않지만, 친구들의 소식에 좋아하는 작가들과 연예인의 소식에 좋아요를 꾹 누르며 지냅니다.
집에 묶여서 놀러가지 못하는 친구 집의 아름다운 정원을 휴대폰 화면으로 보며 대리 만족합니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으로 여러 상황들이 좋지 않네요.
강의실에 너무 많은 인원이 있는 것보다 적당히 적은 인원이 수업을 듣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 의견을 조심스럽게 주장하면서~~~~~~~~~~~
저는 뒷걸음치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잔걸음으로 퇴장하면서
김성은 샘께 손하트 살포시 날려봅니다.
     
김성은   20-08-30 08:26
    
정현 선생님은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도 참 예뻐요. 후기를 쓰면 제일 먼저 찾아와서 댓글로 웃음과 감사의 인사를 남겨주셨지요.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어도 벌써 맛난 음식 쏘았을 텐데요. ^^ 마음만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