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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볶이    
글쓴이 : 서미숙    25-12-09 17:45    조회 : 22

                                                                                  떡볶이

                                                                                                                                       서 미숙(천호반)

 몇 년 전 큰 아들이 독립을 했다. 전주로 시집간 나의 여동생과의 만남에서 독립하고 싶은데 엄마가 서운해하실 것 같아서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큰아들은 독립을 준비했었나보다 엄마인 나도 모르게.. 사실 같이 사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두 아들이 어릴 때는 괜찮았지만 다 큰 두 아들이랑 같이 사는 것이 마냥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어느 날 큰아들이 독립하겠다고 나의 눈치를 보며 얘기한다. 순간 나는 당황해서 아들의 눈을 보지 못하고 말을 이어 갔다.

 

어 그래?”

진짜?“

어디로 갈 건데?”

송파구는 안 벗어날 것 같아요.”

일단 여기저기 알아 볼께요.”

그래 가긴 가야지..”

 중얼거리며 아들 방을 나왔다. 그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띄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뱃속에서부터 고이고이 키워낸 나의 분신이었다. 단 한 순간도 눈과 마음에서 떠나보낸적이 없었다. 이젠 떠나 보내야 하나보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한동안 쓸쓸한 마음으로 지내야 했다. 이후 아들의 독립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강동역에 집를 얻었다고 한다. 드디어 이삿날이 다가오고 몇 가지 옷과 그동안 준비해둔 가재도구와 사용하던 침대 등을 용달에 실어주고 아들 차를 타고 새집으로 향했다. 가전제품도 시간에 맞춰 배달이 되었다. 작은 짐들이 없어서 이사는 금방 끝이 나고 방들을 훑어보며 남편과 나는 새집이라 공간도 좋고 쾌적하다며 좋아했다. 아들에게 전자제품 사용법과 가스등 집안 살림할 때 주의점 등을 일러주었다.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 같은데, 엄마 아빤 가야겠다.”고 하자 아들이 엄마 아빠 절 받으세요.”라고 말을 한다. 순간 남편과 나는 당황했다. 그리고 남편은 절은 무슨 절이냐며 안 받겠다고 하는 것을 그냥 받읍시다.”라고 말하며 남편의 옷자락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아들이 그동안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절을 하며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본래 갈 길을 잃고 홍수가 되어 나의 온 얼굴을 타고 내려왔다. 남편은 고개를 계속 돌린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큰아들이 보낸 장문의 카톡을 읽었다. 읽어내려가며 하염없이 울었다. 마치 아들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말이다.

 그 이후 한동안 나의 분신을 잃어버린 듯이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지냈다. 다행히 집에 막내아들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만의 위안이었을까? 막내아들은 대학원을 가겠다고 했다. 학교 근처로 가야 해서 집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한꺼번에 두 아들이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이다. 또 다시 머리가 혼미해졌다. 시간은 쉬지도 않는지 막내아들 이사하는 날이다. 이것저것 짐을 다 싸고 막내아들과 잊은 것 없나 하고 주변을 살폈다. 이제는 막내아들만 집에서 나가면 되는 순간인데 막내아들이 못 나가고 내 주변만 왔다 갔다 한다. 아마도 자기까지 나가면 엄마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면서 나에게 여러 가지 색상이 섞인 요사스런 연필 한 다스를 내 손에 쥐어준다. 엄마가 글을 쓴다고 하니 나름 생각했던 선물이었나 보다. 순간 나의 눈물샘이 터지고 바보가 되어 울어 버렸다.

 아들들이 독립하자 온 집안이 텅 빈 듯했다. 한동안 거실에 서서 무엇을 할지 모르고 지내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가 아들들이 생각나면 아들 방에 들어가서 냄새를 실컷 맡고 놓여져 있는 책상에 앉아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흠뻑 흘렸다. 몇 달 동안 아들들의 냄새가 없어질까봐 아들 방의 방문을 꼭 닫고 열지 않았다. 집안의 생명체는 나와 남편뿐이었다. 거실에 앉아 왔다 갔다 하는 남편의 움직임에 나의 눈동자는 고정되어 있었다. 남편은 부지런한 사람이다. 항상 집안일을 열심히 해주는 나의 분신이다. 나는 쇼파에 앉아 있고 남편은 바쁘게 집안일을 한다. 내 눈앞에 아들들 대신 남편이 들어왔다. 언제나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려는 남편이다. 나의 눈동자는 아들들에게 가 있어 남편의 존재를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보인다. 묵묵히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이젠 남편이 사랑받을 시간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쓸고 닦아준다. 먹는 음식에서부터 운동, 영양제, 병원, 패션 등 전체적인 멀티프로그램이 나의 머리속에서 작동되기 시작했다. 남편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진다. 아내가 행복해야 남편이 행복해진다. 우리 부부는 서로 웃는 얼굴을 보며 행복해한다. 웃을 일은 만들면 된다.

 큰아들 사는 동네 앞을 자주 지나다닌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는다. 독립하고 두 번 가봤다. 어느 날 떡볶이를 해준다고 꼭 오라고 해서 남편과 손을 잡고 갔었다. 요리해 본 적 없는 큰아들이 어떤 떡볶이를 만들어 낼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주방에서 한동안 조리하는 모습이 보이고 드디어 다 되었다며 양초 같은 불 위에 떡볶이가 든 후라이팬을 올려놓는다. 비주얼은 그럴싸해 보인다. 떡볶이를 입에 한 자락 넣어 봤다. .. 맛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남편과 나는 그 많은 양의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 진짜 내가 한 것보다 맛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떡볶이를 잊을 수가 없다.

 큰아들은 외국 다녀오면 항상 선물을 사 오고 지방에 놀러 가도 지방 특산품을 사서 한밤중이라도 주고 간다. 집에 있을 때보다 얼굴색도 좋아지고 건강해 보인다. 헬스 PT와 영어학원도 다닌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빨리 독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나 엄마의 보호 속에 갇혀있을 것인가? 두 아들 훨훨 멀리 각자의 갈 길로 날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 아닌가? 나는 먼저 전화하지 않는다. 찾아가지도 않는다. 먹을 음식도 해주지 않는다. 엄마인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그것은 기도 뿐이다. 언제나 그들을 위해 밤이나 낮이나 기도할 뿐이다. 만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안다. 우리는 안테나가 연결되어 있어 서로를 그리워하며 응원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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