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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댈 보니 내 가슴도 뛰네    
글쓴이 : 신은영    26-08-09 09:05    조회 : 25

그댈 보니 내 가슴도 뛰네

신은영 

데스크 톱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귓가에 쟁쟁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넘친다. 갑자기 그들이 보고 싶어 동영상을 찾아내 화면 가득 띄워낸다. 고개를 까딱이고 발을 덜덜 떨며 리듬을 맞춘다. 입가엔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 이 가슴에 가득 차오르는 이 감정은 무어냐. 오래간만에 심장이 세차게 뛰고, 열기로 뺨은 발그스름하게 물든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부류의 음악은 나와 맞지 않았다. 가끔 딸이 내미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시큰둥했다. 새내기 PD가 되어 빡빡한 촬영과 편집으로 지쳐가던 딸이 분연히 선언했다.

나 이번 뷰민라 페스티벌에는 꼭 갈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촬영일만 겹치지 않으면 돼. 엄마도 같이 가요. 엄마 나이에 지금 아니면 언제 가겠어요? 웹소설에도 관심이 있다면서요? 그럼 이런 경험도 필요하잖아요.”

엉겁결에 그리하마고 대답했지만, 하루 종일 야외에서 보내야 하고 좋아하는 그룹의 노래는 무대 앞에 서서 들어야 한다니, 체력이 뒷받침해 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내 이제껏 해보지 못한 경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살포시 깃들었다.


페스티벌의 아침이 밝아왔다. 푸른 하늘이 펼쳐진 쾌청한 날씨가 예고되었다. 돗자리와 물, 양산, 간단한 요깃거리를 각자 배낭에 챙기고 우리는 일찌감치 월드컵경기장역으로 향했다. 전철역에서 내려 페스티벌이 열리는 문화비축기지까지 걸어갔다. 10시경에 도착하니, 아직 티케팅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큰길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뷰민라Beautiful Mint Life 페스티벌은 감성적인 음악과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즐기는 편안한 분위기로 20~30대 관객 비중이 높은 편이란다. ‘봄을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 잡아 17년째 이어지고 있댔다. 올해인 2026년부터 530~31일에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있는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되었다. 페스티벌 첫날인 오늘은 터치드, 루시, 페퍼톤스, N.Flying, 카더가든, 소란, 안예은, 하동균 등 그룹과 가수들이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다.

입장 띠를 손목에 두르고 입장하기까지 1시간 반이 넘게 소요되었다. 무대가 보이는 광장에 먼저 온 무리가 양산 하나로 햇볕을 막으며 진을 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뙤약볕을 견뎌낼 엄두가 안 난 우리는 공연이 열리는 문화 마당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이 보이는 나무 그늘 밑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밴드가 공연하는 동안에 간식을 사러 내려왔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긴 줄을 서느라 화장실을 다녀오고 간식을 사기까지 30여 분의 시간을 지체했다. 그래도 소란페퍼톤스의 공연은 여유 있게 자리에 앉아 관람하였다. 다음 무대는 번잡한 화장실을 피할 겸 위쪽에 자리한 공연장으로 향했다. T2 실내 공연장은 어둡고 화려한 레이저 조명이 쏘아져 밴드 음악을 동굴에서 듣는 것 같은 음향효과가 났다. 좀 더 위로 올라가 T2 야외무대로 가니, 청량한 그린 톤의 무대와 200여 석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어 쾌적한 분위기의 콘서트 느낌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공연하는 하동균안예은의 공연을 보고도 싶었지만, 오늘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터치드LUCY 공연을 보려고 다시 문화 마당으로 내려왔다.

문화 마당에는 민트 스테이지(왼쪽)와 브리즈 스테이지(오른쪽) 공연이 번갈아 마련되어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공연은 왼쪽 무대에서 열리는 610터치드 공연과 마지막 공연으로 저녁 810분에 열리는 LUCY 공연이다. 앞자리에서 관람하려면 510분에 오른쪽 무대에서 열리는 카더가든의 공연부터 나가 왼쪽 무대 근처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 카더가든 공연이 끝나 팬들이 빠지면 좀 더 앞으로 나가 터치드 공연을 볼 수 있다. 그다음의 N. Flying의 무대가 오른쪽에서 진행되는 동안 더 가까이 왼쪽 무대로 진출하여 LUCY 공연에는 무대 앞에서의 관람이 가능해진다. 그러려면 그 자리에서 장장 4시간을 서 있어야 하니, 이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드디어 터치드 공연이 시작됐다. 우리와 같은 계산을 한 터치드 팬이 앞에 포진해 있어 우리는 조금밖에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터치드 싱어를 실물로 영접하니, 그녀는 영상에서보다 훨씬 예뻤다. 그녀의 힘 있는 목소리와 카리스마 있는 태도에 나는 단박에 빠져들고 말았다. “, 머리 위로 올렷!” 가수의 고함에 관중들의 와~하는 함성이 일제히 울려 퍼졌다. 손을 들어 올리고 “Highlight!”라 외치며 떼창을 하였다. 가수가 노래하지 않는 사이에 피곤해 보이는 낌새가 있었지만, 노래할 때는 힘이 넘치고 펄펄 살아 움직였다. 한꺼번에 수천 명의 떼창이 터지고, 박수가 커져 가수가 관객에게 에너지를 받는 듯했다.

N. Flying 공연이 시작되며 낮 동안 작열하던 태양의 빛이 점차 수그러들었다. 황혼에 물든 무대 분위기에 공연의 열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N. Flying 공연이 끝나자, 우리는 좀 더 가까이 무대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LUCY 공연이다. LUCY는 페스티벌의 강자로 부상하기 훨씬 이전부터 딸이 좋아하는 밴드다. 바이올린의 강렬한 음색이 곁들인, 청량함과 서정성을 지닌 밴드라 할 수 있다. 딸이 가끔 들려주던 LUCY 음악은, 보컬의 밝고 맑은 음색과 소년 같은 질감, 가성과 진성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안정감이 좋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내게서 스쳐 지나간 청춘의 시간과 성장의 다짐, 여행과 같은 설렘의 느낌이 묻어났다. 그들의 노래에는 현실은 힘들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은, 꿈꾸는 듯한 이미지가 담겨 있었다. 나도 그들의 순수함에 동화되어 갔다.

세 곡이 끝나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섭섭해하는 딸을 홀로 남겨두고, 뒤로 돌아서서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나아갔다. 열광하는 관중 속을,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빠져나왔는지. 한참 후에야 대열의 끝에 다다랐다. 화장실로 가보니,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후다닥 볼일을 마치고, 돗자리가 깔린 우리 자리에 앉았다. 무대에는 3개의 대형 스크린이 띄워져 있어, 앉은 자리에서 무대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몸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이 알싸하니 좋았다.


“2026530,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오늘 지금 바로 여기, 이 멋진 우주 한복판에서 너를 만나 정말 기뻤다. 눈을 감고 소리치며 21세기를 함께 느꼈던 우리 기억되길” -페퍼톤스 <21세기의 어떤 날> 중에서

페스티벌 안에서 오늘 하루는 일상과 다르게 이어졌다. ‘우주 한복판에 던져진 각자가 만나, 우리가 되는 시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기가 모여 특별한 시간의 무늬를 만들어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로이 노래하고 춤추며 함께 하는 하루가 소중해졌다. 무뎌진 가슴이 세차게 뛰는 걸 느낀 하루였다. 10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에 맞춰 딸이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사운드가 좋은 스피커로 집에서 음악을 들어도 오늘처럼 생생한 느낌은 살아나지 않아요. 페스티벌에 작년부터 다녔는데, 더 어릴 때부터 쫓아다닐걸 그랬어요. ‘내가 지금 이곳에 있는 느낌을 더 일찍 맛볼걸

딸의 넋두리를 들으며, 하마터면 딸아, 환갑이 넘은 나이에 처음 페스티벌에 와 본 이 엄마는 어쩌겠니?’라고 말할 뻔했다.

덕분에 오늘 삶의 특별한 한 자락이 생겼네. 좋은 경험했어. 고맙다, 딸아. 앞으로 같이 기억할 추억거리를 만들어줘서.”

오늘도 글을 쓰거나 청소할 때면 라이브 공연을 틀어놓는다. 떼창을 하는 구간에 이르러서는 손을 흔들고 목청껏 따라 한다. 이제 나도 함께 느끼는 감정을 원하고 집합적 열광에 강렬하게 빠져든다.

딸아, 내년에도 같이 가주면 안 되겠니? 다음엔 페스티벌 티켓 비용을 내가 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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