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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 레인    
글쓴이 : 김은비    26-03-23 17:02    조회 : 210

실버 레인

 

김은비

 

천주교에서 세례명을 받는 것처럼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자신들의 바람을 담아 이름을 짓는다. 그래서인지 한글 이름이라도 그 속에 한자 뜻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뜻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라는 이유에서일까. 그런가 하면 한글로만 된 사람들도 있다.

내 이름 은비도 그런 경우다. 엄마가 뜻이 없는 단순하고 부르기 쉬운 한글 이름으로 그렇게 지어 주셨다.

그런 탓일까. 어려서부터 나는 자유분방함을 좋아하고 그렇게 살기도 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느낌이 항상 설렜다. 사람들로부터 은비라는 이름이 예쁘다는 칭찬을 자주 받았고, 그 덕분에 무슨 일이든 기분 좋고 산뜻하게 시작했다. 이런 순수한 한글 이름은 언제나 선하고 바른 마음을 잃지 않도록 나를 지켜주었다. 비록 인생에서 뇌병변 중증 여성 장애인으로 살면서 힘들고 서러운 일도 많이 겪었지만. 엄마가 지어 주신 은비란 순수한 한글 이름 덕분에 세상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내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게 뒤를 돌아보면 한결같이 힘을 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은비란 순수한 한글 이름과 함께 처음의 설렘을 가지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쉼 없이 달려온 지금, 어느덧 30대 재택근무 사원이 되었다. 그러나 순수한 한글 이름도 모진 세상을 달려오느라 지친 걸까. 무엇 때문인지 지금 나는 아프다. 1년여 전쯤부터 발현된 강박, 불안 증상과 함께 나는 계속 곪아 왔다. 그런 영향으로, 잘 먹고 잘 지내는 것 같아도 운동도 전보다 활발히 하지 못했다. 당연히 다리 상태는 더 말도 못 하게 퇴화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구들과 연락할 때도 부정적인 영향과 심리적인 부담을 알게 모르게 주고 있었다. 나는 이런 소중한 친구들을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추위가 무서워서 봄이 이 세상에 오는 걸 망설이고 있었다. 2월 어느 날의 한겨울. 나는 이제 너무 바빠질 거라면서 미리 카톡 생일 선물과 함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며 알 수 없는 잠깐의 거리를 둔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하루 뒤인 밤 10시에 친구들 중에 한 친구에게서 카톡 문자가 왔다.

내 한글 이름을 영어로 직역한 ‘Silver Rain-맑은 은빛 비이라고 각인된 책갈피 선물과 함께 늘 응원한다는 메시지였다.

며칠 후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을 위한 책갈피가 집으로 배송이 됐다. 책갈피를 읽고 있는 책에 끼워 넣는다. 책에 끼워둔 책갈피와 눈이 마주쳤다. 어느새 마음에 고여 있던 은은한 비가 내린다. 책갈피에 각인된 오직 나만을 위한 문구가 세상에 지쳐 있던 내 이름에 새로운 힘을 부여한 것이다.

비록 지금은 친구들과 연락하고 있는 거리는 더 넓어졌지만, 책갈피가 주는 힘으로 친구들과 나누고 있는 사랑과 정은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갈 것이다.

책갈피 안에 각인된 ‘Silver Rain-맑은 은빛 비이 문구처럼

나는 새로운 이름 뜻과 함께 앞으로 글로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순수하고 맑은 마음에 가득 담고자 한다.

실버, 실버, 실버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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