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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을 박다    
글쓴이 : 문경자    12-06-24 16:47    조회 : 4,110
못을 박다
 
문경자
 
  요즈음은 이삿짐센터가 있어 이사 하기가 수월 해졌다. 일가 친척들이 총 동원하여 도와 주던 풍경은 먼 이야기로 사라 진지 오래다. 새집으로 이사 하면 벽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고 못을 하나 박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옆집에서도 간섭이 심해서 못질을 잘 못 했다가는 큰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거기에다 딱딱한 시멘트에 못질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못에 종이를 씌워서 망치로 때리면 시퍼런 불똥이 튀어 무섭기도 하다.
 남편은 못 박는 것을 두려워해서 내가 나서서 한번 시험 삼아 망치로 때려 보지만 잘 못하면 손가락을 때려서 손톱에 시커먼 멍이 들기도 한다. 못이 튕겨 멀리 도망을 가든지 아니면 구부려져서 쓸모가 없게 된 적도 있다.  
옆집 아줌마는 남편이 못질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래도 남자라고 큰 소리 뻥뻥치는 모습이 눈꼴이 시어 못 봐 준다고 떠들어 댄다.    
 
 어렸을 적 내가 자라던 시골에는 이발관이 없었다. 의자 하나, 가위, 면도기를 준비해놓고 동네 사람들 머리를 잘라 주는 아저씨가 있었다. 기술도 없고 눈 대중으로 하는 것이 제대로 머리 모양이 나올 리가 없다. 그래도 믿고 부모님들은 자식들 머리를 예쁘게 잘라 달라고 부탁을 한다. 가위나 면도기가 소독이 되지 않아 여러 가지 피부병이 옮길까 걱정도 되었다. 까까머리 머슴애들 머리에는 희끗희끗하게 피부병이 생겨 고생을 하기도 했다.
  머리를 자를 때는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게 보자기로 목을 감아서 묶어 놓는다. 물을 묻혀 빗으로 가지런하게 빗은 양쪽 옆머리를 몸을 눕다시피 하여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른다. 허리를 구부리고 목을 약간 돌려서 내 머리를 보는 아저씨의 폼이 얼마나 웃기는지 나는 히죽히죽 웃었다. 요리조리 보고 조금씩 잘라 나간다. 잘리는 소리가 엇비슷하게 느껴지다가 일자로 싹뚝 하는 소리에 ‘ 내 머리’ 하고 걱정이 되었다.
 면도를 하기 위해 기둥에 걸어 놓은 가죽띠에 아래 위로 재빠르게 쓱쓱 칼을 문지르자 면도날이 달빛을 받은 것처럼 빛이 났다. 몇 분 뒤에 아저씨는 “이쁜이 머리 잘 다듬어졌다. 시원하제.” 하시는 말씀에 고개를 들고 손으로 만져 보니 이상하다. 깨어진 거울을 손에 들고 보는 순간 내 얼굴이 없어졌다. 거울 속 아이는 완전 남처럼 보였고 머리는 오르락 내리락 균형도 없었다.
  얼굴이 반쪽만 보이니 더 이상했다. 옆 사람들이 ‘못 난아’ 하며 흉을 보는 것 같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막 울면서 속으로 ‘아이구 못 난아’ 하고 말했다.
 며칠 뒤 목 뒤에 기계 충이 생겨서 너무 아팠다. 생살을 뚫고 물집이 생겨 이슬방울이 맺혔다. 동네에서 좋다는 약은 다 발라 봐도 낫지 않았다. 아직 자국이 남아 있는데 심할 때는 엄청나게 가렵다. 피부과에 가도 잘 모른다고 했다. 그 이발사는 내 목 뒤에 가려운 못을 하나 남겨 주었다.
 
사람이 살아 가는데 남의 가슴에 못질을 하는 사람도 많다. 돈으로 인해서 원수가 되기도 하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사람도 주위에 엄청 많다. 돈을 빌려 달라고 할 때는 입에 꿀을 발랐는지 달콤한 유혹을 뿌리 칠 수가 없어 빌려 주지만 돌려 받지 못할 때도 있다.
남의 돈은 갚지 않아도 자기 쓸 것은 다 쓰고 다니는 것을 보면 가슴에 대못이 박힌다고 했다.  
옛날에는 시집살이에서 고부간의 갈등으로 가슴에 못이 박힌 여자들이 많았다.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남편에게 사랑도 못 받고 대접도 못 받고 살았으니 불쌍하기 짝이 없다.
 시어머니의 손바닥은 못이 얼마나 많이 박혀 있는지 만져보면 송진 박힌 송판 같다. 눈으로 보이는 큰 것은 일을 많이 해서이고 작은 것은 살아가는데 힘이 들어 생긴 한숨의 못이며, 아주 작은 것들은 자식들에게 모든 걸 다 주시기 위해서 밤낮으로 끊이지 않는 근심이 낳은 것이다. 손자 녀석들은 할머니의 손이 더럽다고 손으로 김치를 찢어 입안에 넣어 주면 방바닥에 누워 손으로 입을 막고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어린 손자들이 하는 말에 화를 낼 수도 없어 달래기 위해서 “이 할매 손은 너거들 줄려고 농사를 짓고 밭에 풀을 뽑다 보니 이렇게 시커멓다. 더러운거 아이다. 묵자.” 하시며 손자와 싸움을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머니의 발바닥은 금이 가고 발톱은 새까맣게 죽어 있었다. 새끼발가락에는 동그랗게 갈치 눈처럼 반질거리는 못이 박혀 있다.
 
  나름대로 다 하나의 못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 못을 빼어 버려야 심신이 편하고 삶이 즐거울 것이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은 반대로 생각하면 자기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격이다. 어느 한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면 되지만 앙숙으로 지내면 상처의 못이 깊어만 간다.
사람들은 가슴에 못을 빼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음의 벤치로 뽑으면 속 빠져버릴 그 못을.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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