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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장하나    
글쓴이 : 백춘기    17-02-01 21:51    조회 : 4,254

                                                 훈장하나

 

                                                                                                                                  백 춘 기

  사람들은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인다고 하면 얼굴이 환해진다. 가까웠던 사이라도 어디 아팠어? 한동안 안 보았더니 주름살이 늘고 나이가 더 들어 보이네!”라고 말한다면 의절하자고 하는 말이나 같은 것이다. 비난보다는 칭찬이 귀에 더 잘 들리는 법이라지만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인사말로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고등학교 동창회 모임에 가서 나보다 네댓 살은 더 연상으로 보이는 선배 같아서 말을 높였는데 알고 보니 무려 4년이나 후배였다. 주름살이 많은 상대방이 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선배로 보여서 내가 더 젊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도 나를 보고 자신보다 한참은 더 선배로 알고 대화를 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모습이 나이 들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서로 상대방이 자기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머리염색 하는 것도 그렇다. 대부분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이 싫어서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 젊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머리염색을 한다. 나이든 사람은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도 그렇고 젊은 사람들이 나이든 사람을 상대하기가 불편해 할까봐서 그렇다. 그래도 사람은 얼굴이 자기 나이 값을 해야 사람 대하기가 편해진다.

  소리꾼 장사익과 가수 최백호의 노래를 좋아한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애절하다 못해 한이 녹아 있다. 그 두 사람은 나이에 비해 유난히 주름이 많고 보통사람들의 주름살과는 달리 아예 깊이 파인 계곡 같다. 얼굴에 주름하나 없이 팽팽하였다면 과연 그들이 부르는 노랫소리의 애절함에 공감하는 이가 몇이나 됐을까? 꼬불꼬불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더 아름답게 들리듯이 그의 주름진 얼굴에서 가슴을 울리는 한이 흘러내린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늙어 가는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남의 주름진 얼굴을 보고 안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우리는 종종 남의 주름진 얼굴을 볼 때 오히려 편안해진다. 마치 매사에 너무나 뛰어난데다가 완벽한 미모까지 갖춘 사람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가까이 하고 싶어지지 않는 것처럼, 늙어 보여야 할 나이임에도 늙지 않은 친구는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주름진 얼굴을 애써 감추지 않음으로써 남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보다 훨씬 동안(童顔)으로 매끈한 얼굴을 한 사람은 정이 없어 보이고 쌀쌀맞은 인상을 준다. T.V에 나오는 연예인 중에서도 주름살을 없애려고 얼굴에 주사를 많이 맞는 등 항 노화치료를 하였지만 오히려 그 부작용으로 인하여 심하게 변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요즘 뉴스의 중심에 있는 몇 사람은 강남의 회원가가 1억 원이 넘는 어느 병원에 직장 출근하듯이 수백차례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의 사진을 보니 찐빵같이 부풀어 오른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하물며 국가 지도자가 대리처방까지 하여가며 그렇게도 젊게 보이고 싶어 했었을까! 국가의 안위와 경제, 국민의 안정된 생활로 고뇌하는 지도자의 주름진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좋아해도 내 얼굴이 찍히는 걸 싫어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늙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어느 날 갑자기 나이보다 더 늙어 보여 내가 내 얼굴을 보아도 어느 세월에 이렇게 늙었을까싶어 낯설어 보인다. 세월과 함께 주름살은 점점 더 많아지고 깊어질 것이다. 해서, 나는 비록 내 얼굴에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주름진 모습을 받아들이기는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니 우선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거울을 보면서 나의 주름진 얼굴이 남을 편안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어쩌면 나의 주름진 얼굴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내 얼굴에 책임을 지기 위한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누구든 연륜과 관록을 하루아침에 속성으로 쌓을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그 부록으로 따라붙는 주름살 역시 좀 너그럽게 봐줘야 하는 것 아닐까? 굳이 세월의 훈장이라고 치켜세울 것까지야 없겠지만 말이다.

 

T.V를 보면서 주름살이 늘었다.

차라리 속 편하게 털어 놓고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산문 20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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