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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없는 루쉰의 울림> 4월 29일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4-04-30 20:57    조회 : 672

쉼 없는 루쉰의 울림

 

429일 루쉰의 야단법석을 읽고 배웠습니다. 원제는 풍파(風波)인데 작품을 읽는 관점에 따라 미묘하게 달리 다가옵니다. 야단법석이든 풍파이든 얽매이지 않고 열린 마인드로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할 듯합니다.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가 코믹하게 때론 결코 가볍지 않게 전해집니다. 그 흐름 가운데 결코 놓쳐선 안 될 루쉰의 메시지가 은밀하게 숨어있습니다. 숨은 그림 찾듯 하나씩 면밀하게 찾아 읽으면 당대 중국인들을 지배하는 사상과 문화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소설은 평온한 강변 마을 여름날 저녁 무렵 정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며 시작합니다. 신해혁명을 겪고 난 후 다시 삶의 터전을 되찾은 시골 풍경이 정겹게 그려집니다. 다만 앵앵거리는 모기떼가 불길한 앞날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이 마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몸무게 근수에 따라 아이 이름을 짓는 유별난 관습이 있습니다.

()가 갈수록 시원찮아진다니까!”

위 대사는 구근(九斤) 할머니가 육근(六斤) 증손녀를 빗대어 내뱉는 말인데 소설에서 모두 여덟 번 나옵니다. 할머니는 말끝마다 혁명이후 사는 게 더 나빠졌다며 계속 투덜거립니다. 혁명이전 봉건 사회의 잔재로 할머니가 묘사됩니다.

육근의 아버지 칠근(七斤)은 뱃사공으로 동네에선 유명 인사인 듯 행세합니다. 황제가 다시 보위에 오를지 모른다는 소문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그가 자른 변발이 심각한 이슈로 떠오릅니다. 변발을 다룬 루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단발 이야기」 ⸀Q정전」 ⸀풍파가 있습니다. 변발의 유무가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시대상황을 충분히 인지해야 작품이 명확하게 그려지겠지요. 이와 비슷하게 우리에게도 엄격한 규율과 질서에 꼼짝 못하던 학창시절이 있었습니다. 수구세력으로 등장하는 자오치 영감은 마오위안 주점의 주인인데 동네에선 유일하게 학자로 통하지만 루쉰은 나리마님 같은 퀘퀘한 냄새가 났다.”며 구습에 젖은 면면을 비판합니다.

육근이가 들고 있던 밥사발이 떨어져 깨지는 장면은 그들 이름 끝 자 '근'()에 담긴 의미와 관련 있습니다. 도끼로 자르거나 베는 의미를 지닌 과 더불어 깨진 사발은 혁명을 거치며 혁명 이전과 달라진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메타포 같습니다. 망치를 들고 철학하는 니체가 떠오릅니다. 기존 전통 철학과 결별한 후 모든 가치와 사상을 새롭게 사유한 니체는 혁명의 길을 외롭게 걸어간 전사에 다름없지요.

변혁을 꾀했던 혁명은 실패로 돌아가고 봉건적 사고가 되살아난 듯한 장면을 비추며 야단법석은 끝납니다. 깨진 사발을 수리하여 돌아온 칠근, 여전히 기력이 센 구근 할머니, 변발과 전족을 한 육근의 뒤뚱거리는 모습. 그들 내면 깊이 각인된 관습과 의식을 무 자르듯 자르기가 불가능하리란 걸 루쉰도 헤아렸겠지요.

근대화의 지난한 여정 길에 쉼 없는 루쉰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 펴집니다. 미셸 푸코 평전의 한 대목으로 루쉰의 울림을 대신합니다.

광기의 역사건 이 책(감시와 처벌)이건 간에 나의 모든 책들은 자그마한 연장통이다. 사람들이 권력 제도를 단락시키거나 그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혹은 완전히 분쇄하기 위해서는 이 연장통의 뚜껑을 열고 마치 드라이버나 펜치를 찾듯이 거기서 어떤 문구(文句), 어떤 관념, 어떤 분석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다.” (미셸 푸코, 1926~1984그린비 391~392)  


차미영   24-04-30 21:07
    
1) 봄 학기 남은 세 번에 걸쳐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읽습니다.
 2) 2교시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 첫번째 단편 '렉싱턴의 유령'을 읽었습니다.
꿈 속에서라도 만나 보고싶은 그리운 가족들 떠올려봅니다.
 죽음이 가져다주는 상실과 비애가 애틋하게 그려집니다.
신재우   24-05-01 09:16
    
1.무라카미 하루키 수업 기대됩니다.
2.2025년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기행에 가슴이 설레입니다.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신주쿠의 재즈 성지 '더그'에서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의 음반을 들으면서 맥주를 마십시다.
3.하루키가 '꼭 더그를 뛰어넘겠다' 이런 야심과 기백으로 재즈바 '피터 캣' 오픈하고, 밤에는 글을 썼지요.
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제이스 바'에 앉아서 친구 '쥐'와 함께 마시는 맥주, 하루키는 맥주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