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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의 프로메테우스 (3월 18일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4-03-19 18:14    조회 : 861

카프카의 프로메테우스

 

318일 프란츠 카프카 두 번째 수업에서 카프카의 짧은 글 프로메테우스를 읽었습니다. 미리 생각하는 자,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탄 신족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의 능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죄로 제우스의 미움을 받은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 산 바위에 사슬로 묶인 채 고통스럽게 세월을 보냅니다. 더구나 제우스가 보낸 독수리에게 그의 간이 쪼이는 형벌까지 받지만 결코 제우스에게 굴복하지 않습니다. 독수리는 제우스의 상징이지요. 프로메테우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여러 있습니다.

다음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 소개된 괴테의 시 프로메테우스마지막 연입니다. 여기서 당신은 제우스입니다.

나 여기 앉아서 인간을 빚노라. 나의 형상에 따라. 나와 같은 족속을,

고난을 겪으라고, 눈물을 흘리라고, 향유하라고, 기뻐하라고, 그리고 당신을 개의치 말라고.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고대 그리스 세 명의 비극작가들.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작품을 비교 분석해서 비평합니다. 니체가 최고로 여기는 작품은 아이스퀼로스의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같습니다. 니체가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에게 강하게 끌린 이유가 있을까요. 고대 그리스 경구에 파테이 마토스’(고통을 통한 배움)가 있습니다. 니체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프로메테우스의 강한 저항 정신에 방점을 둔 듯합니다. 비록 제우스의 뜻을 어겨 신성모독을 범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단연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능동적인 행위의 주체로 다른 신들과 맞섭니다. 니체의 처녀작 비극의 탄생(1872) 초판본 표지에 결박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 그림이 있습니다. 니체는 이 그림과 함께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헌정하는 서문을 씁니다. 물론 십여 년이 지나 바그너와 결별한 후 자기비판의 시도라는 새로운 서문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카프카는 프로메테우스를 신화에서 전설로 패러디합니다. 처음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를 그리지만 그 다음부터 카프카가 창작한 프로메테우스가 펼쳐집니다. 독수리가 준 고통으로 결국 바위와 하나가 되어버린 프로메테우스, 숱한 세월이 흐른 후 자신조차 잊는 프로메테우스, 망각과 더불어 지쳐버린 프로메테우스, 마침내 남은 건 수수께끼 같은 바위산뿐입니다.

카프카의 프로메테우스를 읽으면서 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의 시지프가 떠올랐습니다. 프로메테우스처럼 신에게 형벌을 받은 시지프는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려야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이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지요. 까뮈의 에세이를 읽으면 카프카가 전하는 메시지가 뭔지 보일 듯합니다. 까뮈의 부조리가 카프카에게도 비껴갈 리 없겠지요.

동구 유대인 출신인 카프카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고뇌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카프카 소설들은 카프카 자신의 삶이 투영된 듯합니다. 바위산이 되어버린 카프카의 프로메테우스는 돌덩이에 얼굴을 바싹 닿아 이미 돌 그 자체가 된 까뮈의 시지프 아닐까요. 카프카의 프로메테우스가 부조리한 세상을 헤쳐 나갈 카프카 자신이라면 까뮈는 그 부조리한 세상마저 긍정합니다. 카프카의 작품에 나타난 부조리를 주도면밀하게 담은 까뮈의 에세이를 시지프 신화에서 만난 건 뜻밖의 행운, 세렌디피티입니다.                


신재우   24-03-21 09:47
    
1.카프카의 <프로메테우스>를 괴테의 시<프로메테우스>와 윤동주의 시<간>과 비교하여 읽어봅시다.
2.카프카의 1913년 29세 쓴<나무들>과 유고인<사이렌의 침묵>도 함께 읽었습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여러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