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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으로 쓴 거짓말이 피로 쓴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루쉰 (평론반)    
글쓴이 : 신현순    24-01-17 23:54    조회 : 549

다시 또 새해라는 길 위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옷깃을 여며봅니다.

오늘 수업은 2년여 대장정의 중국문학기행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그 휘날레의 주인공은 지난 시간에 이어 근대중국의 부조리에 저항하며 혁명을 일으킨 루쉰입니다루쉰을 통해 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현장 깊숙이 살아 움직여야 함을 다시 일깨웁니다.

 

제1부- 중국 문학기행 (루쉰- 두번째 시간)

 1919년 5.4운동을 거친 이듬해인 1920년 가을학기부터 루쉰은 베이징 대학에서 중국 소설사’ 강의를 시작한다그는 고향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신해혁명 과정에서 직접 체험한 사건을 모티브 삼아 첫 창작집 <<납함(吶喊>>(1923)을 발간하며 <광인일기>. <콩이지>, <>, <고향>, <Q정전>, <사희등 초기 중요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역사의 격변 속으로

<노라는 집을 나와서 어떻게 되었나>(1923)로 여성운동사의 한 획을 그으며 학교 강사로 있던 루쉰은 북경여자고등학교 여자교장의 배격운동에 배후인물로 거론되었다. 이후 1925년 상하이의 5.30운동으로 전국이 들끓게 되는데 학생들을 구타, 추방, 체포하고는 학풍 정화를 이룩했다며 강변하는 군부정권 앞에서 학생들은 굴하지 않고 자비로 강의실을 빌려 강좌를 개설교원을 초청한다루쉰은 이에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그는 교육부에서 해직 당했지만 학생 지지를 멈추지 않고 투쟁하여 결국 1925년 11월 30일 학생들의 승리로 정상화를 찾는다.

이후에도 시국은 날로 악화일로였으며 반외세 청원 시위대를 학살한 3.18참사(1926)는 루쉰을 역사의 현장 속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들인다반외세 청원 시위대에게 발포한 이 참사에 대하여 루쉰은 <꽃 없는 장미 2>에서 이렇게 쓴다.

-중국은 호랑이와 늑대의 먹이가 되어 있는 데도 아무도 나서서 간여하려고 하지 않는다나서는 쪽은 소수의 젊은 학생들뿐이다.

-먹으로 쓴 거짓말이 피로 쓴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피의 빚은 반드시 같은 것으로 갚아야 한다그리고 그 갚음이 늦으면 늦을수록 이자는 늘기 마련이다.

 이후, 아모이대학 교수가 된 루쉰은 여기서 걸작 <주검>을 썼고소설집 <<방황>>(1926)을 펴냈이듬해 1월 그는 혁명의 진원지 광저우으로 가서 중산대학 교수가 되어 제자 쉬광핑을 조교로 채용한다그러나 장지에스(蒋介石)의 상하이 4.12쿠데타(1927)가 발생하고 그 여파로 광저우에서도 대대적인 검거선풍이 벌어진데다 대학 당국의 학생 처벌 등으로 루쉰은 사직하고 상하이로 피신하여 쉬광핑과 결혼(10)한.

1928년이 되자 중국문단은 창조사태양사 등 프롤레타리아혁명파가 대두하여 루쉰에게 공격의 화살을 퍼부었는데그는 대응논리를 찾으면서 스스로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프롤레타리아 혁명문학자로 변신한다회상기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1928)를 비롯하여 혁명문학론 번역과 순수문학파 신월사와 격렬한 논쟁(1929)을 전개하기도 했다.

1936년 10월 19그는 폐병으로 민족 독립을 보지 못한 채 타계.

 

후일담아내 주안과 후처 쉬광핑

주안(1878-1947)은 남편이 신변 안전을 위해 여제자 쉬광핑과 베이징을 떠나는 것조차도 허용했고그들이 동거결혼해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심지어는 그들 사이에 아들을 자신의 자식이라며 반겼다반면 쉬광핑(1898-1968)은 루쉰을 무척 존경하고 사랑하면서도 주안에게 항상 죄책감을 느껴 그녀를 찾아가 무척 살갑게 지내며 깊은 정을 지녔다.

 

2부 합평

이명환설영신정민디김숙이영옥김대원


긴 시간 중국문학기행을 강의해 주신 교수님과 함께 동행해 주신 문우들께 감사드립니다.

겨울철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주에 뵈어요!


오길순   24-01-18 06:56
    
먹으로 쓴 거짓말이 피로 쓴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는 한 마디를 되새겨봅니다.
진실을 거짓이 이길 수 없다는 뜻이겠죠?^^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낭중지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주안과 쉬광핑이 서로 살갑게 지냈다는 것도 특별해 보입니다. 신현순작가님, 감사하와요.
다양한 수필작품도 잘 읽었어요.
신현순   24-01-18 22:20
    
오길순 선생님 여기서 뵈니 반갑네요^^
루쉰의 문학과 역사의식이 대단해 보입니다.
서로 한 인간으로 이해하는 주안과 쉬광평의 관계도 아름답죠?
그 배경에는 루쉰이 두 아내들한테도 존경 받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친절한 댓글 감사합니다~
     
오길순   24-01-19 19:13
    
주안과 쉬광평...
상상도 할 수 없는 관계 같아요.
주인이란 본처의 그 통제력이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박진희   24-01-18 23:55
    
우리나라의 1919년 삼일절에 기운을 얻어 중국에서 5.4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어요.
"먹으로 쓴 거짓말이 피로 쓴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피의 빚은 반드시 같은 것으로 갚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갚음이 늦으면 늦을수록 이자는 늘기 마련이다(墨写的谎说, 决掩不住血写的事实./血债必须用同物偿还. 拖欠得愈久, 就要付更大的利息!)"란 말이 많은 생각을 주네요. '이자'가 높아 휘청거리는 정치와 역사가 반복되지 말아야 할텐데...
<아Q정전>을 시작했는데 '아Q'라는 주인공에 푹 빠져들어 서민입장에서 그 시대를 바라보는 것에 자기성찰 등을 하게 합니다. 주안과 쉬광평 같은 한국여인들도 있었죠,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겠지만.
신현순 선생님 후기로 중국사와 한국사를 복습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임길순   24-01-19 11:22
    
신현순 선생님의 강의 요약이 참으로 쏙쏙 들어옵니다.

<주검>에서 왕에게 헌납할 검을 만들면서 자신이 죽을 거를 알고
검을 암수 쌍으로 만들어  유언을 해서 아들이 복수하게 하는 묘사도 대단한것 같아요.

수필에서도 복수하는 문학이 성립할까요^***^


신현순 선생님 후기 쓰시느라 애쓰셨어요,

오길순 선생님, 반진희 샘
날이 너무 푹해요.
이대로 겨울이 끝나진 않겠지요.
     
오길순   24-01-19 19:11
    
길순님, 암수 검이라...^^
천재들은 참 상상력이 하늘에 닿아요^^
오정주   24-01-19 11:41
    
중국 근현대 문학에서 가장 존경받는 작가 루쉰은
 사회운동가 사상가로서도 정말 훌륭합나다.
집안이 맺어준 아내 주안은  쉬광핑을 시기 질투 없이
받아주고 후처 역시 주안을 존중해준 모습이 화도 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대장정  중국문학 기행이 드뎌 끝났네요.
우리 모두 피로써 글을 쓴다면 명작이 나오겠지요?
신현순 선생님 바쁘신데 후기 감사합니다^^
곽미옥   24-01-19 22:02
    
신현순 선생님~ 후기글 잘 읽었어요.수고하셨어요. 동양 근대문학의 거장 루쉰의 문학을
    공부한 시간은 정말 감동이었어요. 긴 여정의 중국 문학이었지만  지루함 모르고  열심히
    경청한 시간이었어요..
    무지몽매한 민족을 구원할 방법이 펜이라는 대문호의 역사의식은  거대 중국인들의 가슴에
    깊게 자리하고 있겠지요.. 광저우의 루쉰 문학관을 다녀왔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중국인들의 루쉰 사랑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었는데...수업에서 그 감동을 오롯이 다시  느낀거 같아요.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