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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읽기반] 존 쿳시의 『추락』    
글쓴이 : 박지니    23-06-01 18:48    조회 : 1,696

61() <고경숙 작가와 함께 명작읽기> 반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존 쿳시의 생애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추락을 다뤘습니다.

1. 존 쿳시(Jhon Maxwell Coetzee, 1940-)의 생애와 문학

존 맥스웰 쿳시는 194029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네덜란드계 아버지와 독일-폴란드계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우스터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케이프타운에서 중등교육을 받은 후, 케이프타운 근교에 있는 죠셉 칼리지St.Joseph’s College를 거쳐 케이프타운 대학University of Cape Town에서 영문학과 수학을 전공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F. M. 포드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University of Texas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뉴욕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였다. 2002년 호주로 이주하여 2005년 호주 국적을 취득하였다.

1974년에 첫 소설 어둠의 땅Dusklands을 내놓은 쿳시는 두 번째 소설 나라의 심장부에서In the heart of the country로 남아프리카 최고의 문학상인 CNA(The Contral News Agency Literary Award)를 받았다. 이후 야만인을 기다리며Wating for the Barbarians로 남아프리카의 각종 문학상을 휩쓸면서 문단의 영향권을 넓혀갔다. 마이클 KLife and times of Michael K로 부커상을 수상한 그는 추락으로 재차 부커상을 수상함으로써 최초의 부커상 2회 수상자가 되었으며, 이후 2003년에는 국외자의 놀라운 관여를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한 것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탈식민주의를 비롯한 현대이론과 아파르트헤이트와 그 이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서구 문명의 위선과 야만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는 진보적 지식인과 백인 침략자라는 위치적 양가성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인종차별과 억압에 반대하지만, 백인 침략자의 일원이라고 하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갖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당근과 채찍 중 당근에 해당하는 정책, 즉 유화적인 차별 정책에 필수적인 지식인 계급으로 자기 정체화한다. 그렇기에 쿳시의 소설들은 대개 백인 침략자이자 동시에 진보적 지식인인 등장인물들의 대개 백인 침략자이자 동시에 진보적 지식인인 등장인물들의 자기고백적인 내러티브로 구성된다. 주인공의 유화적인 행위에 담긴 기만과 위선을 폭로하고 그것이 어떻게 제국주의 공고화에 기여하는 폭력이 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많은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된다.

쿳시는 어려서부터 친척들에게서 배워 창작 집필이 가능할 정도로 아프리칸스를 구사할 수 있었지만, 문학작품은 주로 영어로 집필하였다. 문체의 측면에서 전형적인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추구하며, 쉬운 단어와 간결한 문장, 절제된 묘사와 압축적인 표현으로 구성된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없이 오직 이야기를 위해 꼭 필요한 것들만을 드러내고, 드러낼 필요가 없는 대상을 절제하는 기교가 탁월하다.

2. Coetzee, J. M. (2000). 추락(원제 Disgrace). 서울: 동아일보사.

케이프타운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는 데이비드 루리(52)는 수년 전부터 바이런에 관한 실내 오페라 형식의 남녀 간 사랑을 다룬 명상곡을 구상 중이다. 큰 키에 균형 잡힌 골격의 백인인 그는 이혼 후 동료의 아내, 술집 여행객, 창녀 등과 성생활을 해결했지만, 이제 자기 쪽에서 여자들을 따라다니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최근 1년여를 관계를 지속해 온 여자는 소개소를 통해 만난 이슬람교도 소라야였는데, 우연한 기회로 사적인 접촉을 시도하자 소라야가 거래를 끊는다.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다가 어느 비 오는 토요일 귀가 중에 멜라니 아이삭스를 발견하고 집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그의 유혹에 멜라니가 마음대로 반응하지 않자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에 멜라니의 집에 찾아가 멜리니를 불러내서 자기 집으로 데려가 성관계를 한다. 한주 내내 강의에 결석하던 멜라니가 일요일 밤에 지친 모습으로 그를 찾아와서 딸이 쓰던 방에 내어주고, 멜라니가 머무는 동안 그는 딸의 방에서 관계를 두 번 가진다. 이후 낯선 청년이 교수실로 찾아와 멜라니와의 관계를 추궁하며 행패를 부리고 밤에는 자동차에 손상을 입어 수리해야 했으며, 행패를 부렸던 청년이 수업에 들어와 시비를 걸더니, 멜라니가 수강 취소를 했고, 그다음에는 멜라니의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와 학과사무실에서 멜라니와의 일을 항의한다. 루리의 추락은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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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르트헤이트와 그 이후라는 역사적 문제와 속죄라는 종교적 문제에 대한 알레고리로 씌어진 이 소설에서 쿳시는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하는 주인공의 위선을 조롱하고 그가 속죄해 나가는 과정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체에 걸쳐 중첩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가해자의 입장일 때는 자연스럽게 권력을 휘두르다가 피해자의 입장에 서고 나서야 비로소 그 부조리에 격분하고 조금씩이지만 피지배층 계급을 이해하게 되는 데이비드 루리라는 인물을 특유의 문체로 묘사했습니다. 또한, 쿳시의 소설에서는 객관적 상관물로서 동물들이 자주 활용되는데, 추락에서는 개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인종주의를 우화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오늘 출석하신 23명의 여러분,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점심은 박윤정 님께서, 후식은 오정주 님께서 후원해 주셨습니다.

다음 수업은 76(), 교재는 히가시야마 아키라(東山彰良)입니다.


봉혜선   23-06-04 11:31
    
지니 지니 우리 지니. 요술쟁이 지니 차장님의  뚝딱 강의 후기. 멋집니다. 박윤정 3부장님. 오정주 혼주님 따듯한 마음 고맙습니다. 명작반 문제 없이 잘 돌아갑니다. 훈훈합니다.
전효택   23-06-05 13:29
    
명작읽기반에서 존 쿳시의 <추락>을 읽기 전에는 나는 이 작가와 작품을 전혀 알지 못했다. 작가는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고, 이 작품은 1999년 발간, 국내 번역본은 쿳시 작가와 작품의 전문가인 영문학자 왕은철 교수(전북대)에 의해 2000년에 번역 초판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소설은 꽤 읽은 편이라는 내 자존심이 형편없다.
작가는 네덜란드계 백인으로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케이프타운대학에서 수학했고 교수도 역임했다. 소설의 주인공 루리 교수(케이프타운 전문대학)는 현대문학 전공이며 나이 쉰둘의 중년이다. 그는 이혼 경력이 있는 독신이나 섹스를 밝히고 여성 편력이 심하다. 대학에서 그의 강의를 수강하는 여학생과 성관계를 하였음이 알려져서 결국은 추락(불명예 또는 치욕)이 시작된다.

박지니 총무님은 이 작품의 강의 당일 늦은 오후에 수업 후기를 올리며, 그 신속하고 정확한 요약 능력과 성실한 봉사 정신을 보인다. 지금에야 댓글을 다는 나의 게으름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수업 내용과는 무관한 댓글을 참고로 올린다.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하면 다이아몬드를 먼저 떠올린다. 이 나라에서 19세기 중반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이래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생산국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드비어스(De Beers) 회사 광고가 떠 오른다. 이 나라 중부 킴버리(Kimberly) 지역에는 1871년부터 1908년까지 1,450만 캐럿(=2,900kg)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었고 현재도 이 지역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산출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들어 있는 초염기성 암석 이름을 이 지역 명칭을 따서 킴버라이트(kimberlite)라고 한다. 케이프타운대학에는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지구화학연구실이 있다.
케이프타운은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이다. 나는 지난 2000년 4월 이곳에서 국제학회가 있어 논문 발표 승인을 받아 연구비 지원으로 공무 출장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에 출장 일주일간을 시간 내지 못해 연구실의 박사과정 학생을 대신 파견하며 “나는 다음에 가지” 하였는데, 이미 2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가지 못하고 있고 이제는 가더라도 자비로 가야 한다. 해외여행은 기회가 오면 무조건 저지르라는 나의 주장이 굳혀진 계기 중의 하나였다.
박지니   23-06-05 13:52
    
전 교수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관한 상식 덧붙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추락》은 진도가 나갈수록 무엇이 수치(disgrace)이고 추락인 지 몇 번이고 되묻게 되는 책인 듯해요. 1997년에 이르러서야 인종차별법(아파르트헤이트)이 완전히 철폐 되었다니, 자신의 무관심을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봉보로봉봉 봉 국장님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