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존 쿳시(Jhon Maxwell Coetzee, 1940-)의 생애와 문학
존 맥스웰 쿳시는 1940년 2월 9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네덜란드계 아버지와 독일-폴란드계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우스터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케이프타운에서 중등교육을 받은 후, 케이프타운 근교에 있는 죠셉 칼리지St.Joseph’s College를 거쳐 케이프타운 대학University of Cape Town에서 영문학과 수학을 전공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F. M. 포드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University of Texas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뉴욕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였다. 2002년 호주로 이주하여 2005년 호주 국적을 취득하였다.
1974년에 첫 소설 『어둠의 땅Dusklands』을 내놓은 쿳시는 두 번째 소설 『나라의 심장부에서In the heart of the country』로 남아프리카 최고의 문학상인 CNA(The Contral News Agency Literary Award)를 받았다. 이후 『야만인을 기다리며Wating for the Barbarians』로 남아프리카의 각종 문학상을 휩쓸면서 문단의 영향권을 넓혀갔다. 『마이클 KLife and times of Michael K』로 부커상을 수상한 그는 『추락』으로 재차 부커상을 수상함으로써 최초의 부커상 2회 수상자가 되었으며, 이후 2003년에는 ‘국외자의 놀라운 관여를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한 것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탈식민주의를 비롯한 현대이론과 아파르트헤이트와 그 이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서구 문명의 위선과 야만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는 진보적 지식인과 백인 침략자라는 위치적 양가성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인종차별과 억압에 반대하지만, 백인 침략자의 일원이라고 하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갖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당근과 채찍 중 당근에 해당하는 정책, 즉 유화적인 차별 정책에 필수적인 지식인 계급으로 자기 정체화한다. 그렇기에 쿳시의 소설들은 대개 백인 침략자이자 동시에 진보적 지식인인 등장인물들의 대개 백인 침략자이자 동시에 진보적 지식인인 등장인물들의 자기고백적인 내러티브로 구성된다. 주인공의 유화적인 행위에 담긴 기만과 위선을 폭로하고 그것이 어떻게 제국주의 공고화에 기여하는 폭력이 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많은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된다.
쿳시는 어려서부터 친척들에게서 배워 창작 집필이 가능할 정도로 아프리칸스를 구사할 수 있었지만, 문학작품은 주로 영어로 집필하였다. 문체의 측면에서 전형적인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추구하며, 쉬운 단어와 간결한 문장, 절제된 묘사와 압축적인 표현으로 구성된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없이 오직 이야기를 위해 꼭 필요한 것들만을 드러내고, 드러낼 필요가 없는 대상을 절제하는 기교가 탁월하다.
2. Coetzee, J. M. (2000). 『추락(원제 Disgrace)』. 서울: 동아일보사.
케이프타운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는 데이비드 루리(52세)는 수년 전부터 바이런에 관한 실내 오페라 형식의 남녀 간 사랑을 다룬 명상곡을 구상 중이다. 큰 키에 균형 잡힌 골격의 백인인 그는 이혼 후 동료의 아내, 술집 여행객, 창녀 등과 성생활을 해결했지만, 이제 자기 쪽에서 여자들을 따라다니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최근 1년여를 관계를 지속해 온 여자는 소개소를 통해 만난 이슬람교도 소라야였는데, 우연한 기회로 사적인 접촉을 시도하자 소라야가 거래를 끊는다.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다가 어느 비 오는 토요일 귀가 중에 멜라니 아이삭스를 발견하고 집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그의 유혹에 멜라니가 마음대로 반응하지 않자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에 멜라니의 집에 찾아가 멜리니를 불러내서 자기 집으로 데려가 성관계를 한다. 한주 내내 강의에 결석하던 멜라니가 일요일 밤에 지친 모습으로 그를 찾아와서 딸이 쓰던 방에 내어주고, 멜라니가 머무는 동안 그는 딸의 방에서 관계를 두 번 가진다. 이후 낯선 청년이 교수실로 찾아와 멜라니와의 관계를 추궁하며 행패를 부리고 밤에는 자동차에 손상을 입어 수리해야 했으며, 행패를 부렸던 청년이 수업에 들어와 시비를 걸더니, 멜라니가 수강 취소를 했고, 그다음에는 멜라니의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와 학과사무실에서 멜라니와의 일을 항의한다. 루리의 추락은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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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르트헤이트와 그 이후라는 역사적 문제와 속죄라는 종교적 문제에 대한 알레고리로 씌어진 이 소설에서 쿳시는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하는 주인공의 위선을 조롱하고 그가 속죄해 나가는 과정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체에 걸쳐 중첩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가해자의 입장일 때는 자연스럽게 권력을 휘두르다가 피해자의 입장에 서고 나서야 비로소 그 부조리에 격분하고 조금씩이지만 피지배층 계급을 이해하게 되는 데이비드 루리라는 인물을 특유의 문체로 묘사했습니다. 또한, 쿳시의 소설에서는 ‘객관적 상관물’로서 동물들이 자주 활용되는데, 『추락』에서는 개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인종주의를 우화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오늘 출석하신 23명의 여러분,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점심은 박윤정 님께서, 후식은 오정주 님께서 후원해 주셨습니다.
다음 수업은 7월 6일(목), 교재는 히가시야마 아키라(東山彰良)의 『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