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09.5/19, 목)
-사랑이 사는 곳(종로반)
1. 사랑이 사는 곳
사랑이 있다면, 만약 사랑의 원형이 존재한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가. 불특정 시인, 소설가가 추정하는 곳
‘문 잠긴 빈집’ ‘알전구 켜진 장미 여관’ ‘불 꺼진 병동의 낭하’ ‘바닷가 비누 거품으로 만들어진 관속’ ‘이국(異國) 모로코의 쇠락한 골목’이나 ‘안개 낀 12개의 산비탈 어디쯤’ ‘찔레 덤불 아래 엎어놓은 사기 사발 속’ ‘둔황(敦皇)의 허름한 여관방’ ‘쇠북소리 들리는 내속리 마을’이거나 ‘별들이 우르르 몰려간 곳’ ‘먼지가 꽃처럼 떠다니는 회전문의 출구’.
#여기서 잠깐. 위 인용 글에 등장하는 예술가와 작품은?
기형도(빈집), 마광수(가자 장미여관으로), 에드거 알란 포우(애너벨 리), 줄리앙 뒤비뷔에(페페 르 모코), 밥 딜런(세찬 비가 내리려 해), 그 밖에 윤후명, 송찬호, 윤제림, 박범신, 이경임...)
나. 어떤 수필가가 추정하는 곳
북극의 유빙(流氷). 펜 로즈의 무한계단 위, 뫼비우스 띠의 배면. 닿을 수 없는 안개의 중심, 끝없이 확산하는 동심원의 언저리, 성긴 눈발 흩날리고 귀신 울음소리 들리는 자작나무 숲. 넙치 무리가 무덤처럼 엎뎌 있는 늦가을 수족관. 퇴화한 쥐 눈의 가오리가 풀썩 먼지를 일으키며 파묻히는 모래톱. 시간과 또 다른 시간이 맞물리는 협곡의 조야(粗野)한 틈새…. 아무튼 어디 먼 곳에, 그곳이 어디든!
다. 그러니까 사랑은 어디에?
처음에야 누구에게든 사랑의 형상이 시퍼런 깃발처럼 펄럭이고,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기도 하지, 유령처럼. 그러나 시간은 모든 것을 재로 만들더군, 알다시피. 몇 가닥 불씨가 구슬피 저항하다 바스러지더라니까, 불량 과자처럼.
2. 반원 글 합평
한잔 어때ㅡ봉혜선
술이란 앙버티기이다.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쓰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마시는 외로운 몸부림이다. 술 한잔이 작자의 곁에 있는 친구라는 고백 글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숙취가 덜어지겠다. 술을 마시는 건 세상에 참가하려고 힘을 한 번 내 보는 일이다.
3. 종로반 동정
-신입 회원(기젤라/주복희/이기식)
바람 부는 쪽으로 글 바람이 따라 부는 계절이다. 안으로 옷깃을 여미듯 내면을 향한 바람을 제대로 맞고 싶은 신입이 당도했다. 역시 마법 학교의 학생들은 다르다. 범상치 않은 신입 세 분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풍성한 글밭을 일구시기 바랍니다.
-강정자님 귀국
여름 동안 도미해 자리를 비우신 강 작가님. 많이 기다렸습니다. 미소만큼이나 푸근한 여행기와 체류기로 집 지킨 회원들의 갈증을 풀어주세요.
-글 창식 교수님 생일 축하.
하루 앞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두셋이 빠졌어도 교수님 이름 석 자를 바라고 오신 신입이 있어 그득 찬 자리의 풍성함이 추석 연휴 기간 그립던 강의실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920년 전부터 여기에 우리가 예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