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수필바운스(12. 03, 목)
- 애너벨 리(Annabel Lee)-서강반
1. 애너벨 리(Annabel Lee)
- 에드가 알란 포우
옛날 옛적 바닷가에
아주 오래 전 바닷가
왕국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애너벨 리라면 당신도 알지 모르죠.
바닷가 왕국에 사는 소녀는 사랑밖에 몰랐죠.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것밖엔.
나도 어렸고 소녀도 어렸지만
바닷가 왕국에서
우린 사랑 이상의 사랑을 했죠.
나와 애너벨 리는.
날개달린 하늘의 천사들이 시샘할만한 사랑을...
<애너벨 리(Annabel Lee)>는 요절한 천재 애드가 앨런 포우(Edgar Allan Poe)가 13 살차 나는 사촌 누이이자 부인의 죽음을 추모하여 지은 유명한 시(詩)를 짐 리브스가 색다른 양식(樣式)인 토크 송(Talk Song)으로 부른 노래입니다. 아름답고 슬프며 몽환적인 시의 분위기에 알맞은 음성은 짐 리브스 외에 달리 생각나는 사람이 없습니다. 'This Little Bird'를 부른 마리안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l)도 호소력 짙은 연극적 발성으로 이 노래를 부르긴 합니다만.
옛날 어느 바닷가에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한(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소년과 소녀가 살았는데 이들의 사랑을 시기한 '높은 계층의 친족(High-born Kinsman)'이 야음을 틈타 얼려 죽였고, 소년은 바닷가 무덤 속에 그녀와 함께 누워 밤새도록 울부짖는 파도소리를 듣는다.'는 슬프고도 섬뜩한 내용인데, 침착하고 절제된 짐 리브스의 목소리로 들으면 반어적(反語的)으로 비극성이 두드러집니다. 한편 '옛날 옛적 바닷가 왕국에(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sea~)'로 시작되는 시 구절은 1960연대 영어참고서인 <<영어정해>> 독해 난에 실려 더욱 유명해졌으며, 당시 청소년들이 짐 리브스를 흉내 내어 목소리를 내리깔고 중얼거리곤 했지요.
-- <<시와문화>>(2010 .10)‘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김창식) 발췌
2. 작품 심층 분석
참으로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김창식)
-- 새롭고 운률이 있는 시적인 산문이다. 실험수필 적인 분위기도 있다.
-- 화려한 수식과 비유가 돋보이는 감각적인 글이면서도 격(格)을 놓치지 않았다. 이미지가 선연하다. 한창 때 이어령 선생의 글을 방불케 한다,
-- 각 단락마다 인용한 구절들이 체화(體化)되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발목 잡혀 떠나지 못하는 현대인의 실존적 고뇌를 표상한다.
--<<한국산문>>(2014. 11)‘김창식의 문화 감성 터치수록
3. 회원 글 합평
십자군전쟁(2)-Kingdom of Heaven(제기영)
<십자군 전쟁> 시리즈의 두 번째 글이다. 지적 충족감을 주는 역사 수필로 십자군 전쟁을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봤다. 승자 독식의 가치관에 사로잡히지 않아 호감이 간다. 십자군 전쟁은 교권확립을 위한 억지 전쟁이었음을 역사가 바로 잡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킹덤 오브 헤븐>를 인용하여 관점과 논리를 강화한 점도 좋다. 십자군 전쟁 발발 순서 기술에서 혼란스러운 점이 있으니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버지의 부르심(형옥주)
서사 능력이 뛰어나다. 스토리가 발생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다. 아버지가 섣달그믐과 새해 첫 날을 자녀들과 함께 지내기를 원하였지만, 화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아버지의 뜻에 따르지 못했다. 그러다 새해 첫 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의 부르심에 응한다’는 내용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화소의 배치 순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후반부의“당시 남편과~~”의 이야기를 앞으로 끌어내고 아버지와 직접 관련 없는 부분을 과감히 축소한다면 더 탄탄한 글이 되겠다.
4. 서강반 동정
눈발 흩날리는 창밖을 보며 짐리브스의 <애너벨리>를 제기영님의 스마트폰으로 들으며 눈에 얽힌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눈이 인간에게 미치는 감각과 사유를 열거하면서 점점 눈 내리는 풍경 속에 침잠하는 수업 분위기였다. <한국산문>의 신인상 수상식과 송년모임을 위한 무대 출연 준비로 수업 시간을 단축하고 연습에 몰두하였다. 출연배우들은 11시부터 특식으로 도시락까지 준비하여 열성을 보였다.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은 미안함만 마음에 어찌 할 줄 몰라 했으며...
# 유머 한마당
김광균의 시가 생각나는 눈발 흩날리는 날“먼데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설야雪夜>
"먼 데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그러자 누군가 히죽거리며 화답했다.
"이웃집 아낙네 옷 벗는 소리."
다른 누군가가 말꼬리놀이 하듯 운을 이어갔다. 그가 나였던 듯싶다.
"우리집 마누라 옷 벗는 소리."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는데 또 다른 누군가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거, 공포스럽네! 왜 이 판국에 마누라가 나와 석죽이냐? 술맛 떨어지게 스리."
- <<시에>>(2012. 2)‘설야’(김창식)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