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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행로    
글쓴이 : 서청자    15-10-29 20:26    조회 : 6,728

                     마음의 행로

                                                                          서청자

 

허물없이 대화하며, 즐겁게 웃고, 작은 물건이라도 서로 챙겨 주는 마음의 쉼터인 모임이 있다. 30년이 훨씬 지난 모임이다.

모임 중 한 친구는 남편이 치매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실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친구이다.

내가 남편의 병 수발 하는 동안, 쓰라린 가슴의 고통과 아픈 순간을 절실히 느꼈기에, 그냥 바라보아도 마음 앓이를 하는 친구 생활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그 친구가 모임에 나왔다. 모임에 들어서면서 아침부터 울적하고 마음이 산란해서 참 힘드네라고 하소연 하였다. 왁작 지껄 생활의 얘기가 여기저기 시끄럽게 터져 나왔다. 한 달 만에 만나 얘기꽃이 한창 무르익고 분위가 좋았다. 남편 돌보느라 힘든 친구가 두 달 만에 나오니 하고픈 말이 많은 것 같았다. 내 사정 들어 주는 값으로 오늘 점심은 칠순 생일도 지나고 해서 내가 낼께라고 말했다. 순간 나는 흥분된 분위기에 젖어 점심으로 내려고하며 경상도 말투에 높은 톤으로 말했다. 순간 친구는 무척이나 화를 내며 내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나는 베풀 수 있는 여유로움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말한 것이 점심만 내느냐고 오해를 했던 것이다. “점심 내려고말 할 것을 점심으로 내려고같은 의미이나 점심만 내느냐고 들린 것이다. 같은 마음의 말이라도 단어에 따라 말이란 참 무서운 것을 나중에 알았다.

친구의 의중을 몰라 한참 그의 말을 듣다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에 결국 서로의 언성이 높아졌다. 마음의 혼란과 동시에 분노와 얽혀오는 복잡한 감정을 주체 못해 먼저 나왔다.

 

많은 세월 마음 다스림과, 비움의 경지와, 베풂과 아량을 공부하며 살아 온 시간이 물거품이 되어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지금까지 마음 닦고 반야(인간이 진실한 생명을 깨달았을 때 나타나는 근원적인 지혜)의 세계를 흠모하며 보살의 행을 추구 했던 수양이, 내 자신의 부끄러움이 되었다. 마음 다스림이 아닌 마음에 빗장을 걸고 말았다. 마음에서 지우니 편안해졌다.

완전히 머리에서 지우고 인연의 고리를 잘라내니 평온한 마음이 된 것이다.

 

금강경을 독송하고 명상(참선이라기엔 과분하여)을 하다 전화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친구가 미안하다 내가 너무 마음안정이 안되어 실수 했다고 ....” 마음 풀라고 전화가 왔다. “내가 나간 다음 속상해서 모임에서 울었노라고말도 하였다. 발로참회( 스스로 드러내는 참회) 를 하기가 쉬운 것은 아닌데 너무 솔직하게 얘기하니 명상하고 마음공부 했던 내 자신이 당황스러웠다.

병 주고 약주나생각하며 빗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데 또 전화로 미안하다며 빗장 밑으로 약봉지를 넣어 주는 기분 이였다. 다음날 남편 때문에 보이스병원 가까이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 간다고 전화 왔다. 마음의 빗장을 열게 더 큰 약을 준 것이다.

 

중학교1학년 그 시절엔 집에 피아노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학교 강당 피아노로 연습할 수 있게 음악 선생님께서 배려하셔서 연습하고 랫슨도 받았다. 많이 보살펴 주며 예뻐 해 주셨다. 같이 다닌 친구가 샘을 내 함께 피아노를 연습하게 되었는데 시간 때문에 다투게 된 것이다. 그 후 고등학교 까지 교류가 없다 사회 나와 동창 모임에서 만났다. 서로 반가워 손잡고 정말 철없던 어린 시절 일이였다고 웃었다. 사회에서 큰 단체를 이끌며 활동하고 피아노 치는 것으로 봉사 활동도 한단다. 나는 건강 악화로 피아노를 그만 둔 것이 지금도 후회 되지만 모두 자기 갈 길이 있는 것 같다. 지나고 보면 하나의 추억으로만 남는 것을 당시에는 큰 일 인양 마음의 길을 엇나가게 하는 것이 복잡한 마음 놀음인 것 같다.

 

전화를 준 친구, 지나고 보면 하찮은 추억이 되겠지.

편안한 마음으로 친구를 맞이하자라고 마음에 말을 하며 조각난 마음을 모아 사랑의 퍼즐을 맞추려 한다. 나눔이란 물질만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나누어 주는 것이리라.

잠시 쉬고 싶을 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기댈 수 있는, 마음의 지혜를 볼 수 있는 길을 가야겠다.


노정애   15-11-02 12:18
    
말의 전달이 힘들때가 있지요.
그래도 이렇게 다행히 풀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마음의 빗장
누구에게나 있는데...
늘 넉넉히 품으시는 그 마음을 저는 항상 본답니다.
마음 놀이라는 말도 참 좋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청자   15-11-08 20:45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읽고 다시 쓰야 겠어요
안명자   15-11-13 20:58
    
어려울 때  잠시라도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의 친구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입니다.
서로가 마음을 나눈 친구인지라 때론 오해도 할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래도 친구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우정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늘 온유하시고 겸손하신 서선생님 역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하신 분이시기에
아름다운 우정이 이어질 수 있었겠지요.
마음이 편치 않을 때 저는 늘 역지사지를 생각하며 마음을 보듬곤 합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소지연   15-11-14 21:38
    
서선생님,
여독과 싸우느라 늦게 들어왔습니다.
드디어 다섯번째 글을 올리셨군요.
말없이 인내하며 차곡차곡 쌓아가시는 쌤의 성실한 모습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천천히 익는  벼이삭이 더 여물은 법이지요.
순수하고 꾸밈없는 선생님 마음의 토로가 시간이 갈수록 더 다양하고 깊은 묘사로 피어나길 고대하겠습니다.
마음을 나누어 주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란 말씀,  오늘따라 진하게 와 닿습니다.
잎으로 더욱 글쓰기에 빠지시는 모습을 뵙고 싶은 게  제 욕심이랍니다.
다섯번째 글을  축하드립니다.
서청자   15-11-17 06:12
    
안선생님  항상 격려 해 주시는 푸근한 마음에 제 마음이 함께 녹아듭니다.  감사합니다.

 소선생님 피곤도 풀리지 않았을 텐데 격려 해 주시니 힘이 생기네요.  고맙습니다.
조병옥   15-11-19 19:47
    
사랑하는 서청자님,
    늘 결석을 하다보니 이 글을 이제야 읽었읍니다.
   
    이런 일은, 우리가 사는 동안은, 그리고 사람을 계속 만나는 동안은
    끊이지 않고 있는 일 아닌가요... 그러다가 그 악몽에서 벗어나야겠다 싶으면
    뜬금없는 '의미부여'를 해가면서 결제도장을 쾅 박기도 하고요...

    오랜 세월이 흐르고나서 되돌아다 보면 그 '의미 부여'조차도 별 의미도 아닌 데에 모셔놓고
    '옳거니, 옳거니.. 했더라고요.
   
    너무 오래, 너무 많은 것을 머리 속에 기억해두고 살지 마십시오.
    그 기억들, 거의가 다 쓰레기들이니까요.
    누가 말했듯이 '오늘은 내 남은 여생의 첫날입니다.'
    그렇게 우리 살아요. ^~^*
    서청자님, 사랑해요.
서청자   15-11-20 22:13
    
항상 마음의 안식처를 주시고 인생의 길을 알게 해 주는 글을 주기에 언제나 곱씹어 다시 읽곤 했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여지를 주시더니 댓글도 또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드네요 공감에 공감을 더 하며 감사합니다.
따뜻한 분으로 사랑합니다.
임옥진   15-11-21 01:00
    
서청자님, 전 일초님보다 더 늦었네요.
조용히 모든일에 도뭄 주시고,  적극 나서 주시고 그래서 송교수님 버전으로 "좋습니다!"
사랑을 드린다는 뜻.
금요일은 샘의 날이라고 하셧으니 금욜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만나는 날입니다.
들고오실 담 작품이 기다려지네요.
서청자   15-11-23 17:58
    
사랑으로 품어 주시니 내 마음에 다시 새겨 지내요. 온화한 임선생님 품격에 나도 편안해 진답니다.
 항상 반갑게 맞아 주어 감사합니다. 즐거운 금요반으로 저의 생각이 머물도록 하겠습니다.
갑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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