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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는 예뻤다    
글쓴이 : 김현주    24-03-30 15:39    조회 : 852
친구는 예뻤다

금현주

  "거리에서 본 괜찮은 여자에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보면 항상 젤못생긴 친구가 훼방을 놓지" 라는 노래가 들리면 내 얘기 같아 웃고 만다. 

  

  그래 그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이상아'와 '소피 마르소'를 닮았던 이가 내 친구 P였다. 고등학교 때 반이 같았고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내가 하는 말에 잘 웃어주고 집도 같은 방향이라 15km의 등하교길을 지루하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더불어 P 덕분에 재밌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모르는 여학생이 "언니 너무 예뻐요"라고 말하고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P의 손에 쥐여주고 급히 내렸던 일이 있었다. 버스에서 P와 같이 내리면 창가에 앉은 남학생들이 손을 흔드는 건 흔한 일이었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좀 거시기 했던 적도 있었다. 수학여행 가는 날이었다. 학교 가는 버스에서 큰 배낭을 메고 P와 함께 서 있는데 앉아 있던 남학생들이 P의 가방만 서로 들어주겠다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P는 이런 일에 항상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뻘쭘해 있었고 P는 다행히 괜찮다고 사양했다. 그래 P는 착하기까지 했다. 이쁜 게 착한 거라고 하는데 아니다. 그와 별개로 착한 거다. 

 

  타고난 외모 때문에 받는 관심과 혜택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부러울 만도 했지만 나는 P가 내 친구라서 좋기만 했다. 이 일만 빼고.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총각 선생님이 계셨다. 얌전했던 나도 수업 시간 전에 교탁 위에 캔커피를 놓아 둘 만큼 좋아했었다. 영어 선생님이셨고 교사연극동아리 활동도 하셨다. 선생님 덕분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학로의 뮤지컬 공연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시험이 끝날 때마다 단체로 봤던 공연들은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할 만큼 좋았다. 수업 시간에 보고 왔던 뮤지컬 주제곡도 기타 치며 가르쳐 주셨다. 그런 선생님은 멋있었고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P에게 영어선생님은 그냥 선생님이었다. 

 

  어느 날 P가 내게 "나 영어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모임에 들어가기로 했어" 무슨 말인가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선생님 제자들 중에서 한 해에 3명씩 뽑아 운영하는 동문 모임이었다. P의 다른 친구가 선생님과 친했었고 그 친구가 P를 추천했단다. P는 얼떨결에 들어가게 된 모양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내가 더 선생님 좋아하는데. P를 처음으로 부러워했다. P를 추천한 그 친구가 미웠다. 슬프게도 그 친구도 이쁜 아이였다. 괜히 더 미워지고 서운하고 그랬다. 그때가 졸업을 앞둔 시기여서 그런지 더없이 쓸쓸했었다. 그 후로 캔커피를 놔두는 일은 없었다. 

 

  P는 졸업하고 그 동문 모임에 대한 얘기와 함께 사진을 보여줬다. 설마 사진 속에 선배들이 죄다 이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다. 다행히도(?) 우리 기수만 유독 이쁜 거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다시 좋아졌다. 그 뒤로 꾸준히 모임에 나가서 선생님을 보는 친구가 부러웠는데 이제는 이렇게라도 선생님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30년 넘게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P

"너 그때 버스에서 반지 줬던 여학생 기억 나?" 

"아니 그런 적이 있었어?"

P는 이렇게 그 시절 얘기를 하면 신기하게도 기억을 잘 못한다. 옆에서 경험한 나한테는 특별한 일들이었지만 P에게는 허구한 날 일어나는 일들이었나 보다. 그 반지 나 줬으면 오래오래 기억해 줬을 텐데. 


최성희   24-04-26 15:10
    
친구를 본 적은 없지만 현주 쌤이 더 이뻤을 거예요^^
지금은 작가 타이틀까지 노리고 있으니 이 보다 더 이쁜 사람 있음 나와보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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