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누구나참여광장 >  수필공모



  나의 봄(수정)    
글쓴이 : 정민영    14-02-05 18:08    조회 : 8,245
 
나의 봄은 아프고 힘들다.
 매년 봄이 되면 당해 연도 사업계획수립이 과제다. 경제 환경이 악화되어 한 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기반시설 엔지니어링 분야의 수주목표를 수립한다는 것은 사막 한 가운데서 나침반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 생각만 해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잔머리를 짜내어 수행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만다. 달성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직장 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밖의 봄은 환희와 희망으로 가득한데 안의 봄은 무겁고 칙칙하다.
 사업 목표가 수립되면 연이어 목표에 이르는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매월 사업의 실적을 취합하고 목표 대비 실적을 평가받게 된다. 직장인에게 실적이란 단어는 저승사자의 명부만큼이나 무서운 의미를 지녔다. 실적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인생이다. 목표와 실적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하는 사이에 봄은 다 지나간다. 세상 사람들이 꽃의 계절, 희망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봄은 우리와 같은 엔지니어에게는 스트레스와의 동행이 시작되는 시련의 시기다. 난 봄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봄은 매년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어쩌면 춘곤증이란 아프고 지친 영혼이 휴식을 요구하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봄이었다. 점심이 잠을 불러왔다. 나른한 몸을 의자에게 맡기고 창문 너머 관악산을 바라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오수는 언제 즐겨도 행복을 안겨준다.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서 옥상을 향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게 담배 연기 한 모금을 날려 보냈다. 바람은 몸 안에서 탈출한 담배 연기를 현란한 운무로 승화시켜 하늘로 실려 보냈다. 어느 날 갑자기 담배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문득 ‘나의 봄이 아프고 무겁고 힘든 것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봄 하늘 아래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관악산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문득 봄은 ‘보는 때’란 생각이 들었다.
 하얀 눈에 가려 보이지 않던 천지만물을 새롭게 본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땅속에 묻혀 동면하던 씨앗은 봄이 되면 세상구경을 나온다. 겨우내 잠자던 나무는 움을 통해 세상을 엿본다. 우리는 그들의 봄을 통해 봄이 왔음을 느낀다. 철쭉은 성질이 급해 잎보다 먼저 꽃을 통해 세상구경을 나온다. 꽃은 세상을 보고 우리는 꽃을 통해 봄을 본다. 봄은 너와나, 온 만물이 서로를 보는 의미 있는 계절로 다가왔다.
 봄에 우리가 보고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지난날의 일들을 돌아보고 앞날을 예견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눈으로 자신의 주변을 꼼꼼히 살피고, 소중한 인연들에게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다시 새겨야 할 것 같다. 봄은 세상 만물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계절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듯 봄에는 할 일이 많다. ‘일 년 농사는 봄의 준비에서 시작되고 인생은 청춘기에 길이 정해진다.’고 한다. 봄은 청춘이다. 봄에는 해야 할 일들이 도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깨어있는 눈으로 세상을 둘러볼 일이다.
 우리는 매 년 봄을 맞는다.
 해마다 봄을 맞이한다는 것은 해마다 새롭게 태어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봄이 오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된다. 아름다운 도전을 하는 사람은 아름답게 보이고,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힘들다. 하지만 아무런 도전을 하지 않게 되면 무기력한 사람이 된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매 년 맞이하는 봄에 그 답이 있다고 본다. 과거를 잘 반추하고 현재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미래를 끌어다 현재의 눈으로 보자. 만족스런 삶이 보일 때까지 계속 다른 미래를 현재로 끌어내보자. 봄은 그런 일을 하는 시기다.
 나의 봄이 아프고 무겁고 힘든 것은 청춘기에 삶을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여기 나의 봄은 아프지만 다가오는 봄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올 해는 미래의 행복한 봄을 미리 볼 수 있는 눈을 가꾸어 갈 것이다. 우리의 형편이 어찌 돌아가는지에 상관없이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끌어다 볼 수 있는 봄이 됐으면 한다.

임정화   14-02-06 09:44
    
안녕하세요, 정민영 선생님.
봄마다 직장에서 겪게되는 업무의 스트레스 때문에 그 계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글이네요.
봄에 대한 선생님의 정의가 참 공감가고 좋습니다.
구성도 매끄럽고 군더더기 없이 하시고 싶은 말씀만 간결하게 하셔서 짧은 생각을 정돈한 글로 손색이 없네요.
다만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이 많이 딱딱하고 건조해서 읽는 잔재미는 다소 적은 느낌이 드는데요.
생각을 좇아 쓰신 문장 가운데 몇 가지를 한두 가지의 짧은 이야기로 대체해보시면 지금보다는 더 읽기에 수월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말씀, 그래서 저도 이번 봄에는 눈을 뜨고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정민영   14-02-06 13:17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선생님의 고견을 듣고 글을 다시 꼼꼼히 읽었습니다.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좋은 글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민영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30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수필 응모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6) 웹지기 05-15 74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