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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성이와의 약속(수정본)    
글쓴이 : 이창원    14-02-02 02:03    조회 : 7,949
은성이와의 약속
 
 지난 주말, 초등 1학년인 손자 은성이랑 또 목욕탕에 갔다. 사위는 더위를 싫어해 대중목욕탕은 딱 질색인지라 큰딸도 아예 부탁할 생각을 안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릴 때야 제 엄마 따라다니면 되었지만, 점점 자라 여탕에도 갈 수가 없는 형편이라 몇 년 전부터 큰딸의 주문(?)을 받아 할 수 없이 내가 데리고 다닌다.
지지난 주에는 올겨울 채비로 목욕탕 표를 아예 30장 구매해 두기까지 하였다.
 
 목욕탕에 가면 우선 딸이 챙겨주는 목욕 소쿠리를 들고 가야 한다. 남탕은 이런 게 필요 없다고 해도 굳이 들고 가라는 데는 이길 수가 없다. 머리 샴푸, 몸 샴푸, 때 수건 두 종류, 마실 것, 귤 등을 담은 소쿠리를 들고 가야 한다. 목욕 끝나고 나면 손자가 먹을 간식도 추가된다.
 
 나란히 샤워기에 몸을 씻고 따뜻한 탕에 들어간다. 손자도 뜨거운 물을 싫어해서 한 번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게 하려면 온갖 말로 다 꼬드겨야 한다. 유치원 때는 목욕탕 바가지를 거꾸로 엎어 물속 깊이 담근 뒤 홱 뒤집으면서 물방귀 뀌는 장난을 하면 재미있다고 깔깔 웃으며 같이 장난치고 놀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시시해서 잘 하지 않는다. 물이 뜨겁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뜨겁지 않다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를 않다가 발목부터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품으로 들어와 안겨 있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금방 장난질이다. 따뜻한 물에는 잠시고 곧장 냉탕으로 가서 온갖 물장구를 다 치는데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어 욕이나 한 대 얻어맞기라도 할까 봐 따라가서 지키며 같이 놀아 줘야 한다.
 
 우린 주로 여러 종류의 수영을 하면서 노는데 그중에서 개구리헤엄 흉내를 제일 잘 내며 놀곤 한다. 처음 냉탕에 들어갈 때는 서로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 내가 먼저 냉탕 속으로 첨벙 다이빙하면 손자 녀석은 누가 볼세라 넘치는 물살에 떠밀려 달아난 목욕탕 바가지 줍기 바쁘다. 지난주에는 누가 물속에서 오래 있나 시합도 했다. 귀와 코를 막고 동시에 잠수했는데 가만 낌새를 느껴보니 아직 내가 물속에 있을 때 숨을 못 참고 물 밖으로 나왔다가 내가 나오기 전에 다시 얼른 물속으로 잠수하곤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나오니 녀석이 이겼다고 자랑하며 떠들기에 옆에서 빙긋이 웃으며 쳐다보고 있던 어떤 어른에게 심판을 부탁하며 다시 하자고 했다. 옆 사람이 껄껄 웃으며 ‘할아버지를 속이면 어떡해?’ 하는 한마디에 그만 꼬리를 내려 버린다.
 그러다 우람한 체격의 어른들이 냉탕으로 들어와 눈총을 주면 얼른 내 무릎 위에 올라앉아 그 사람들이 나갈 때까지 꼼짝을 않고 손만 꼼지락거린다. 차가운 물 속에서 따뜻한 몸을 꼭 안고 있으면 나도 따뜻해진다.
 어느 정도 놀다가 내가 먼저 씻고 손자를 불러 전신에 비누칠을 하여 몸 구석구석을 닦아 주고 머리도 감겨 주었다. 그리고 내가 씻지 못한 내 등을 때수건으로 밀어 달라고 하니 녀석도 까불어 가며 등을 밀어주는데 벌써 손에 힘이 들어가 있어 제법 시원하고 좋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가면 병중이라 기운 없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몇 번 목욕탕에 간 적이 있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신 후 내가 때밀이처럼 온몸을 차분하게 밀어드리면 흐뭇하게 받아들이곤 하셨고 나도 아버지의 마른 몸을 보면서 부디 오래 사시라고 기도하곤 했었다
손자에게 물었다.
“너 좀 더 크면 할아버지 등 자주 밀어줄래?”
“어! 할아버지가 밀면 되잖아?”
“아니, 할아버지가 늙어 기운 없을 때 말이야. 그땐 너는 대학생이나 아빠처럼 어른이 되어 있을 테고 할아버진 늙어서 기운이 없을 거잖아. 지금은 내가 널 밀어주지만, 나중엔 네가 할아버지 밀어줘야 해. 알았지? 자! 약속~.”
“어!! 알았어. 약속~”
우린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하고, 엄지로 도장 찍고, 양손으로 서로의 손바닥과 손등을 비비면서 복사까지 했다. 언제 또 오늘의 약속을 잊어버렸다고 할지 모르니 매주 데리고 다니면서 세뇌교육을 해야겠다.
“손자야, 넌 내 손안에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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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화   14-02-04 09:18
    
안녕하세요, 이창원 선생님.
이제껏 올리셨던 글들을 손보신 모양이네요. 고치기가 수월찮은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글은 제목과 결말이 좀 바뀌고, 문장들을 엮어 문단 나누기를 시도하셨네요.
훨씬 글의 모양새가 잡혀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다른 글들도 대충 보니 (물론 시간을 두고 다시 꼼꼼히 읽을 생각입니다) 내용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네요. 선생님 글의 특징이 생활 속의 잔잔한 일상을 적는 글이라 크게 고쳐야 할 점이 없긴 합니다.
다만 다른 글에서라도 고치게 되실 경우엔 당장 여러 편을 몰아서 고치기보다는 오래도록 그 내용들을 염두에 두면서 두고두고 생각하시다보면 어느땐가 '여기는 이렇게 고치고, 저기엔 이 내용을 덧붙여야겠다'는 묘수(?)가 떠오르실 겁니다. 물론 개개인의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글도 글마다 편차가 있으니 한꺼번에 고친다면 큰 차이가 없이 평이해지지 않을까 염려되어서요.
이 글의 마지막 대화체는 어쩐지 약속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좀더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웃음의 코드가 담긴 결말이겠지만 말이죠.
새로 쓰는 것보다 고치는 게 더 힘든데 애 많이 쓰셨습니다. 다른 글들도 차근차근 읽어볼게요. ^^
이창원   14-02-04 14:25
    
마지막 문장은 별 생각없이 웃으라고넣어 봤는데 역시무리군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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