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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곳의 생활....2    
글쓴이 : 이창원    14-01-15 15:20    조회 : 7,452
2.
 오늘은 어제의 산길 대신 넓은 들판 길로 방향을 잡았다.
아파트 초입에서 산비탈 한 구비 돌아 서니 넓디넓은, 그야말로 평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넓은 들판이 나타나고 들판 입구에는 엄청나게 큰 소 우리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아마 우리 집으로 불어오는 향기의 근원지이리라.
 
 잠깐 언덕에 서서 들판을 구경한다. 소 우리 쪽으로 내려가는 농로 옆 산비탈 언덕에는 엄청나게 큰 미류나무 세 그루가 서 있는데 어릴 적 다닌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던 나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정말 크다. 나무 밑에 서니 나뭇가지와 잎 사이를 뚫고 뻗어 나오는 아침 햇살이 참으로 찬란하여 눈이 부신다. 
 
 저 멀리 들판 끝에 집들이 몇 채 보이고 들판의 벼는 누렇게 익어가고 왼쪽 건너편 산 중턱의 묘는 벌초를 아주 말끔하게 끝내 놨다. 들깨와 콩, 고구마들이 심어져 있는 밭 한편 언덕에는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야생초들이 진홍색과 노란색, 보라색과 분홍색 등등의 조합으로 제각각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예쁜 꽃을 보고 그냥 가면 아름다움을 무시하는 거라 생각되어 휴대폰 카메라에 몇 장 담아 본다.
 
 시멘트 농로 옆 수로에는 물이 가득 흐르고 있고,  농로와 수로 사이 포장하지 않은 폭 좁은 빈 땅에 부지런한 농부가 길 따라 길게 콩을 심어 놨다. 일직선으로 뻗은 농로 옆으로 심어져 있는 콩들의 주인은 누구일까, 심어 논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논 주인이 다 다를테니까 이 콩들의 주인도 다 다를테지. 
 
 이곳이 정녕 도시인가라고 생각될 만큼 도시의 한 변두리에 있는 풍경치고는 쉽게 찾아보지 못할 정경들이다. 단지 몇 백 미터만 나가면 시속 80Km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큰 도로가 있는데.  
 
 족히 40m는 됨직한 우리의 길이대로 긴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고 세로로는 소 한 마리씩 들어가 양 쪽에서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칸을 만들어 놨는데 그 중심에 먹이통이 놓여 있다. 그 칸 마다 양 쪽에서 소들이 전부 들어가 있고 나란히 서서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다. 대부분이 농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수입 소에 대응한 누런 우리 한우다.
 
 소 우리를 찬찬히 둘러보는데 나란히 줄을 서서 먹이를 먹고 있는 소의 엉덩이가 군인들의 사열 모습을 연상케하여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꼬리를 흔들어 파리를 쫒다가 한두걸음 제자리 걸음을 할 때마다 실룩이는 엉덩이는 마치 부르스를 추는 듯하다.
 
하얀 바탕에 커다란 검은 점이 있는 얼룩 젖소 몇 마리와 아직 덜 자란 송아지들을 합쳐 모두 200 여 두는 될 듯 싶다. 마당 한 쪽으로는 소 먹이로 쓰이는 사료용 창고가 있고 엄청난 양의 사료들이 마당 여기저기 쌓여있다.
 열심히 사료를 먹고 있는 소들을 보다가 저들이 다 자라 팔려 나가면 저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필연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저 우람한 덩치의 몸이 우리 먹이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안쓰럽기까지 하다. 
‘많이 먹고 튼튼하게 자라 다오’를 빌 생각이 없어진다. 조금씩 먹고 천천히 자라라. 
 
 소 우리를 지나 벼가 익어가는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강변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니 다듬어지지 않은, 제방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둑길에는 태풍 때 쓰러진 커다란 나무들과 잡초들이우거져 더 이상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강물은 만져 보지도 못했고 여름에 송사리가 많이 나오는지 짐작도 못하겠다. 여기도 사람들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원시림이다.
 
 다시 들판을 가로 질러 저 멀리 보이는 부락까지 가볼까 하고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갑자기포도밭이 나왔다. 멀리서 보면 포도밭이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약 이 천 평 정도의 포도밭에 대부분의 포도들은 종이에 쌓여져 있고, 간간히 보이는 미처 종이로 싸지 못한 포도들은 보라색으로 잘 익어 가고 있다. 대부분이 캠벨 포도이고 그 중에는 조그맣고 앙증맞은 초록 빛깔의 청포도도 몇 그루 보인다.
 
 하지만 포도나무 위에는 벌레나 새들로 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비닐하우스 식의 간이 지붕을 씌워 포도밭인줄도 모르게 되어 있고, 출입구를 포함하여 포도 밭 전체를 잘 보이지 않는 그물망으로 둘러쳐 언감생심 포도는 만져 보지도 못했다.
갑자기 어릴 때 시골에서 남의 집 감 따 먹던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콩서리, 밀서리,  수박서리,  닭 서리 등등. 
 
 출입구 안쪽 나무 평상에는 농약 살포하는 기계들과 약 봉지들이 흩어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따가운 가을 햇볕 충분히 받아 비타민 가득한 싱싱한 포도가 아니라 요즘 포도밭은 이런거구나 실망하며 발길을 돌린다. 
 
 다시 들판을 따라 농로를 가다보니 사료용 풀을 보관하는 하얗고 둥글며, 커다란 비닐 덩치의 사일리지가 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저 속에는 무슨 풀이 들어 있을까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의외로 옥수수를 벼 추수하듯 기계로 추수하여 잘 익은 옥수수도 들어내지 않고 곤포 사일리지를 만드는 기계로 단단하게 말아 놓은 것이다
 
여태까지는 볏짚으로 소 먹이용 사일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내 상식을 엎어버린다. 아마 소 먹이로 쓰기위해 넓은 면적의 밭에 옥수수를 심고 그 옥수수가 다 자라면 익은 옥수수를 따 내지도 않고 기계로 한꺼번에 쓸어 담아 놓은 것인가 보다.
 
 곤포 사일리지 사이로 추수가 끝난 밭에 들어가 땅에 떨어져 있는 크고 잘 익은, 좀 더 일찍 발견하여 삶아먹으면 참 좋았을 옥수수 몇 개를 주워 왔다. 내년에 내 텃밭 옥수수 씨앗으로 쓰리라 다짐을 하며 괜히 욕심을 내 본다
  
아직도 저 멀리 보이는 부락까지는 가보지도 못했는데 출근 시간이 가까워져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자전거를 가져 와야 할까 보다

문경자   14-01-15 23:49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곳의 생활' 이란 제목에서 무엇을 쓸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제일 기억하고 싶은 곳이라면 그 한가지를 가지고
글로 표현해 주시면 1,2,3,으로 나누어 쓸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눈으로 본것만 쓰다 보면 읽는 사람들은 지루함을 느끼기기도 합니다.
세 편을 하나로 요약하여 글로 풀어내면 좋은 글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계속 좋은 글을 쓸수 있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이창원   14-02-02 02:24
    
감사합니다.
아직 글쓰기 초보라 여러가지 부족합니다.
계속 공부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정화   14-01-20 09:54
    
안녕하세요, 이창원 선생님.
이 글이 연작이었군요. 새로운 곳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마치 풍경화 같습니다.
풍경화는 주로 장식용으로 걸리고 아름다움이나 기술적인 표현기법 등이 강조되더군요.
그래서 그린 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딱히 적합해보이지 않는 면도 있긴 합니다만
황량한 변두리의 풍경이나 폐허 등을 표현한 경우에 있어서는 작가의 강렬한 메시지가 잘 드러나기도 하지요.
그 풍경이 작가에게 있어 왜 특별한지, 그 특별함을 그림을 보거나 글을 읽는 이들이 왜 같이 느껴야 하는지
그 목적이 뚜렷해야만 가능한 작업이리라 생각되는데요.
그런 것들을 참작하셔서 글을 쓰신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습작기에는 이렇게 배경묘사라든가 어떤 사물을 그림을 그리듯이 글로 써보는 것도 아주 좋은 글쓰기 방법인 것 같아요. 눈에 보일 것처럼 공들여 쓰신 '새로운 곳'이 어디일지 많이 궁금해지는 글이었습니다.
다음 작품들도 많이 기대하게 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이창원   14-02-02 02:26
    
단순히 풍경 묘사에 그치지 말고 글쓰는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서 써 보라는 뜻이지요?
여러 선생님들께 많이 배웁니다.
참고하여 다시 수정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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