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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개 방향, ‘」’과 ‘「’    
글쓴이 : 오길순    18-12-08 15:12    조회 : 5,973

                            가리개 방향, ‘

                                                                                      오길순

  호흡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더러는 멈춰질 때도 있다. 먼지바람이 폭풍처럼 불어오는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이다. 정류장 가리개판을 대신 으로 방향만 바꾸었어도 숨쉬기가 나으련만.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먼지회오리에 숨이 막히곤 한다.

  지구촌이 몸살이다. 가뭄 수해 지진 등, 화학물질이 섞인 미세먼지로 심각하다. 호흡기가 약한 노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이라니 외출도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침묵의 공격자 혹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며칠 전 어느 신혼부부는 뉘 집 결혼식이라도 참여하려는 듯 깨끗한 정장차림이었다. 그런데 검은 색 마스크와 고글로 감춘 얼굴은 화생방훈련을 하는 병사처럼 우스꽝스러웠다. 방독면 안전을 서로 확인하는 신혼부부가 안타까웠다. 미세먼지가 젊은이들을 시샘하는 것 같아 원망스러웠다.

  한 해 700만 명이 침묵의 살인자로 사망한다고 한다. 국가재난 중 하나라는 말도 과분하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회도 미세먼지로 중단한다는 소식이 당연하게만 여겨진다.

  몇 년 전 영국의 요크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들은 천년도 넘는 돌집에서 추위 쯤 고고히 견디고 있었다. 단열재도 없이 지어진 집에서 에너지 절약을 일상사로 여기는가 싶었다. 더불어 15세기 튜더시대의 전통가옥은 물론 중세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정육점인 샘블즈 거리 등, 천 사오백년 전 문화의 거리를 거닐면서 문명의 더딘 발전이 오히려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현실에 수긍이 갔다. 수선화 튤립은 물론 야생 민들레도 고이 가꾸는 그들에게 청정은 당연한 보은이었을 것이다.

  버스로 외출할 때면 정류장 플라스틱 투명가리개 판이 이채로웠다. 우리의 대신 으로 방향만 바꾸었는데도 미세먼지바람을 막아주었다. ‘속의 벤치에 앉았던 승객들이 그대로 차례차례 승차하는 것도 도로에 인접한 투명가리개 판이 병풍이 되어준 때문이었다. 특히 저상버스를 탈 때면 차도와 인도와의 30센티미터 간격을 절대적으로 지키는 운전기사도 남달랐다. 순식간에 내려주는 경사판으로 유모차를 밀고 오르는 마음은 얼마나 평화롭던지...

  택시를 예약해도 아기가 있는지 물었다. 카시트 장착차를 가지고 오려는 때문이었다. 기사는 우선 아기를 카시트에 고이 태우고는 유모차와 짐들을 짐칸에 넣었다. 씨익! 웃어주는 기사의 미소에 긴장이 풀어지고도 남았다. 지닌 것 적은 유학생이 몇 년 간 버스로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운전문화 덕분이었을 것이다.

  런던에서 요크까지 300여 킬로 스코틀랜드 행 기차를 탔을 때였다. 푸른 평원 어디서나 봄의 소리 왈츠가 들릴 것 같았다. 온갖 새들의 평원인 전원은 백조의 호수를 연상시켰다. 밀밭 위에서 떼 지어 노는 백조들이 참으로 평화를 선사했다.

  아들 집에도 캐나다거위 한 쌍이 날마다 놀러왔다. 베란다에 한 나절 배를 깔고는 음식을 잘도 받아먹었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야생조류. 무엇이 그리 편안했을까?

  몇 십 마리 캐나다거위 떼가 큰 길을 건널 때 해답을 얻었다. 출근길에도 자동차를 세워놓은 채 새들이 줄줄이 다 건너기를 기다려주는 사람들. 뒤뚱거리는 오리 떼를 위해 미소까지 짓는 그들의 자연사랑은 오래 동안 공 들여온 결과였을 것이다.

  아들의 동네인 화이트크로스 언덕 아래, 우즈강과 포스강이 합류하고 있었다. 새들은 그 곳에서 밤새 노래를 불렀다. 오래된 버드나무에 둥지를 틀고는 홍련대 수초 사이로 자맥질을 하는 새들, 청정한 강물을 준 인간에게 사랑과 풍요와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도 오래된 화력발전소까지 휴식기로 정하려 한다는 소식이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온갖 아이디어가 고맙기만 하다. 그래도 정류장 가리개판 만이라도 방향을 바꾸면 어떨까? ‘대신 으로만 바꿔도 미세먼지 병풍이 될 것 같은데...

 

 

 

      (마음의 양식 <<행복의 나라로>> 2018.3.23.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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