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 문학평론가·건국대 명예교수 문학박사 김유조
자녀들과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주들의 아름다운 마음들은 이번 칠순기념 수필집을 엮으면서 모두 빛나는 글 한 꼭지씩으로 꽃밭을 이룬다.
수필가가 자신의 수필집을 엮는 일도 예사롭지 않은데 이렇게 가족들이 모두들 합심하여 글꽃 혹은 꽃 같은 글을 헌정한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안다.
가족애가 절절한 모습을 본다. 글의 내용도 무조건 공경을 내세운 천편일률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지나간 날을 반추하고 오늘을 노래하며 또한 미래를 수놓고 있다.
글쓰기의 기법도 다양하고 놀라우니 아마도 이 댁의 내력인가 싶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올해 초, 문득 시간에 대한 여러 가지 잠언을 떠올리다가 그 가운데 하나인 화살촉이 되어 그간 달려온 뒤쪽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유수보다도 더 한 세월의 지속력과 거기 정신없이 편승해 온 내 좌표는 어떠한가?
당혹과 회한이 그림자처럼 뒤섞인 속에서도 마침내 성취와 자존이라는 한줄기 빛을 발견하곤, 갑자기 조바심이 생기며 마음이 허둥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릴 적 꿈이었던 문학인은 되지 못했을지언정, 내 삶의 작은 흔적은 이 세상에 하나쯤 남겨도 좋지 않을까, 아니 꼭 남겨야 되겠다는 욕망이 격렬히 일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글공부를 열심히, 오랫동안 하지 못한 까닭으로 격조에서의 높이나 사유에서의 깊이도 온전히는 갖추지 못한 그냥 저의 살아온 모양새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 몇 편을 엮었습니다.
어쩌면 제 원래의 꿈을 반쯤은 잊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 온 날들, 아직도 접지 못하고 열어둔 열댓 평 약국이 내 생애를 웅변하겠지만 그 공간이 때론 일탈과 자유를 꿈 꿀 만큼 답답한 공간이었을지라도 그리 억울하고 허무하지만은 않다는 깨달음의 희열을 조금씩 느껴가는 앞날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책 속에서
“할머니가 발 씻겨 줄게.”
요즈음 난 손주들의 토실하고 귀여운 발들을 씻어 주는 일등 선수가 되었다. 비누칠을 하여 살살 문지르면 간지럽다고 키득거린다. 나도 즐겁다. 사랑과 정성을 다하여 내가 그 애들의 발을 씻어 주는 횟수만큼 그 애들이 힘차게 잘 살아가게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씻는다. 손주들이 커서 나를 발 잘 씻겨 주는 할머니로 기억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세족여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