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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완성은 미해결    
글쓴이 : 장정옥    14-01-08 20:09    조회 : 5,627
긴 겨울잠을 자고 온 수요반이지만
숙면을 취해서인지 다들 초롱한 눈동자를 통해 새해의 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옥화재 님의  <<해질 녘>>
신화식 님의  <<나에게 겨울은>>
이건형 님의  <<나도 바보인가>>
최화경 님의  <<신당동 부르스>>
 
언제나처럼 제목과 구성에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글을 시작한다는 강박처럼 첫 문장이 시작되어서는 좋지 않다.
사건을 먼저 집어 넣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전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수필을 쓸 때
 
  - 시작하는 첫 문장은 간결하게
                본론(주제)는 분명하게
  - 마지막 문장은 여운을 남겨두기.
                결말은 미완.....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기.
 
 
  - 글의 말미에 계몽성 있는 글은 절대 배제한다.
     한 말씀 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고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꼭 하고 싶을 때는 애둘러서 다른 표현 방법을 사용한다.
 
 
* 글을 쓸 때
 
  - 희곡이나 드라마는 현재형으로 묘사에 중점을 두며
  - 소설은 과거형으로 사실적 표현을 염두에 둔다.
  - 한편의 글에 여러 이야기가 섞이지 않도록 한다.
     가능한 한 두가지 사건으로 주제를 드러내도록 한다.
 
 
 
<요즘 읽히는 글은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하는 글이다.
  작가의 결론은 훈계나 잔소리가 많다. 그것을 좋아하는 독자는 많지 않다>
 라는 말씀으로 수업을 마쳤습니다.
 
 연말과 연시를 모두 휴강으로 보낸 수요반은
참으로 긴 시간만에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어제 헤어진 사람들처럼 웃으며 손잡고 즐거워했지요.
 
이신애 선생님께서 받아오신 물로 따뜻한 차 한잔씩 마시며
이건형 선생님의 아몬드 들어있는 쵸콜릿으로 달콤함도 맛보고
장 반장의 새콤한 감귤로 입안에 침이 고이기도 했구요.
 
수업 마치고 오랜만에 중식당 룸에 모여 환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중국집의 대세 짜장면, 짬뽕 볶음밥 삼총사와 해물탕면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국가를 걱정하는 시국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경제와 정치에 관하여>
고윤화 선생님의 "모든 것이 헛되도다" 는 말씀에
장반장이 이제 옷 사입는 게 재미가 없다고하자
경제를 살리기위해 사 입으라는 오길순 선생님의 훈시,
우리에게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아줌마 정치가 있다.
수요반은 이 나라의 성장과 미래를 걱정하는 모임 같았습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은 우리 수요반에게
미래 창조와 국민 대통합 위원장 자리를 줘야 할텐데~~~^^
 
 
 
몸살이 심해 말도 잘 못했던 박윤정 총무님,
아침에 갑자기 바이오 리듬이 꿈틀하셨다는 이정희 선생님,
쉬셔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수업이라 나오셨다니 감동이었습니다.
 
여행 가셨나요? 연락 없이 결석하신 이종열 선생님,
어머님과 따님과 즐거운 여행중이신 김현정 선생님,
아직도 말레이시아에 계시는 송경호 선생님,
새해 더욱 사업이 분주하신 하다교 선생님,
백부님 병간호와 막둥이 입시에 혼이 빠질 지경인 우경희 선생님,
 
 
어서 만나 뵙기를 고대합니다.
 
멋진 한 주 보내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김미원   14-01-08 20:41
    
4주만에 나간 수요반은 여전했습니다.
제일 꽃띠인 박윤정 총무님이 감기 심하게 걸렸는데
그놈의 책임감이 뭔지 수업자료 나눠주며 봉사하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라는 말씀 새기며
좀 더 독자에세 친절해야하는지, 아니면 불친절해야 하는지 잠시 생각했습니다.ㅎ ㅎ
내일부터 날씨가 심술을 부릴 모양입니다.
님님들, 감기 따윈 걸리지 마시길....
     
장정옥   14-01-09 13:48
    
모자가 잘 어울리는 회장님!
그 놈의 책임감을 앞서 보여주셨지요.

어느땐 글에서 마침표를 콱 찍어주면
읽고나서 다짐하게도 되던데

마치 베토벤이 곡의 끝 부분에
여러번 끝 날거라는 도장을 꽝 꽝 눌러주는 것처럼요~~ㅋㅋ
이정희   14-01-09 08:43
    
새해 아침에 얼굴을 떠올리며 한 분 한 분 우리 수요님들 모두의 행운을 빌었지요.
반가운 님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좋았습니다.
글로 표정으로 읽는다 하지마는,
마음 같아서는 어디 콘도 하나 얻어 낮이나 밤이나 회포를 나누며 물리게 함께하고 싶은 님들입니다.
사랑 고백을 너무 찐하게 했나요?^^*

그러게요, 3주나 실컷 잘 놀았는데,
왜 학교 갈 날에 여기저기 이상증세가 나온 걸까요?
이렇게 나이 들어 가는 것이겠지요. 조심하며 그래도 한끼도 거르지 않고 있습니다.ㅎ 

첫날 먹거리를 장만해주신 이건형선배님과 반장님,
일찍 나와 애써주신  이신애님, 고맙습니다.
모든 님들의 얼굴에 밝은 기운이 가득했던 날이었어요.  그대로 가는 겁니다!
     
장정옥   14-01-09 13:52
    
이정희 선생님!
설마 더 쉬고 싶었던건 아니셨죠? ^^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도
수요반을 위해 솔선수범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밝고 고운 모습으로 만나뵈어요.
오길순   14-01-09 09:41
    
수요일  한참 만에 나갔더니 모두가 반가웠어요.
양지에서 기다려주신 박기숙 선생님도 여전하시고
모든 미모님들이 더욱 반빡반짝 했습니다.
한 살 더 드시고는 오히려 젊어지는 비결을 안고 오신 걸까요?
짜장면도 우아하게 방잡아 점심을 하고는 찜질방에 눌러 앉은 듯 한나절이 갔지요.

분당으로 가시는 님들 바삐 나서시고,
아직도 그 순간 헤어지는 게 이상하여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하! 분당 가시지?홀로 제 머리 쥐어 박고 싶었지요. 
(망각 중기 증세!!머리 나쁜 것 고백!!)

수요일이면 반장님 8등신미모에 모두들 감탄감탄하는데
옷을 안 사고 싶으시다니!!
미모들마저 옷을 안 사시면 우리 나라 갱제는 어떡하라고?!
울 반장님, 학실하게 기억하셨군요. ㅎㅎ
쵸코렛으로 감귤로 첫 인사를 했으니 올 해도 쭈욱 건강 챙기십시다요.
 
이쁜 울 총무님, 감기는 쫌 어떠신가요?
결석하신 님들 담 주엔 꼭 오시지요?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 보다 행복하였네라
문득 주워들은 시 한 구절 놓고 저도 바삐 나섭니다.
장정옥   14-01-09 13:56
    
오길순 선생님!
새해가 되었으니 지난해의 기억이 안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애꿎은 머리 쥐어박지 마셔요.

그런데 오늘은 짧은 시를 놓고 가셨네요.

나중에 또 들르셔서
좋은 시 한편 부탁드려요.~~
정충영   14-01-09 22:23
    
오후에 외출했더니 칼바람이 매섭게 차가워 진짜 겨울같더군요.
  빙하기의 뉴욕을 그린 영화도 있다는데 행여 미국인들이 따뜻한 땅을 찾아
  이동하는 일은 없겠지만 잠깐 그런 염려까지 하게되는 날씨입니다.
  장장 3주만에 다시 만나니 정말 좋았습니다.
  장반장님이 애써서 일주일 전에 예약한 덕에 우리들은 넓고 쾌적한
  중식당 룸을 차지하고 짜장면과 볶음밥, 해물탕면에 요구르트아이스크림까지
  맛난 점심식사를 하고 찜질방에서처럼 편안하게 수다를 즐긴 행복한 수요일이었네요.
  그 방에선 우리들만 있어서 조용한 우리들의 천국이라서--- 몇년전 솜리의방에서 임샘과
  우리들이 함께했던 일들이 추억이되어 생각나드군요.
  우리만의 방이 있다면 ... 엉뚱한 꿈을 꿔 봤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다음 수요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반가운 님들 또 만나요.
     
오길순   14-01-10 09:31
    
부지런하신 정충영선생님,
어제 오후  진짜 겨울을 맛보셨나 봐요.

칼바람을 뚫고 밤에 살짝 게시판에 오신 거 같아서
여기에 주워온 시 한 수 놓습니다.

이제 우리도 어느새 생의 알밤이 어디에 있던지
경험으로 알아버린 시간이 되었네요.

알밤은 가시 속에서 줍는다는 거,
고개 들어야 벌레 즙만 있다는 거
역시 명시는 작가의 철학이 주는 묘미인가 봅니다.   
모두모두 오늘도 알밤 많이많이 주우시기를...


 생의 알밤-아버지학교 5


                  이정록


 밤송이를 털면 땅바닥이 가시밭이 되지.
알밤은 가시밭에서 줍는 거여.
그것도 모르고 고개 쳐들고 눈물 짜는 사이,
누군가가 알밤 다 주워 가지.
남은 밤 몇 톨 주우려고 이 악물어봤자
벌레 즙만 내뱉게 되지.
세상 더럽다고 욕지거리하다가
시든 밤꽃처럼 끝장 보는 거여.
알밤은 고개 푹 숙이고 가시밭에서 얻는 거여.


ㅡ출처 : 시집『아버지 학교』(열림원, 2013)
정충영   14-01-10 21:25
    
시 참 좋습니다.
    큰 위로를 줍니다.
    알밤을 줏느라고 나의 하루는
  그렇게 고단했나 봅니다.
    시 창고 오길순 선생님
    MANY THANKS! 입니다.
박기숙   14-01-13 07:00
    
깜빡 무엇을 눌렀는지
다 날아가 버렸어요~~~  서문이요 몽땅..

실은 어제 아들을 만났더니
어떻게 지내세요' 하기에
'눈이 아물거려 가볍게 시집 보고 있다' 했더니
요즘 감명 깊게 읽은 시라며 스마트 폰으로 크릭하여 읽어 주었습니다.

새아침에          신경림

간밤 이슥토록 눈이 오더니만
새아침 밝은 햇살 안고
옛친구 날 찾아오다.

찌갤랑 끓거라 두고
이골목 저골목 눈을 밟는다.

고드름 맺힌 지붕
정겨워 창문으 기웃대면
거기 옛날에 듣던
낭랑한 토정비결 읽은 소리

세월은 스치는 바람
삶은 댓돌에 쌓인 눈덩이 문득 서러워 눈을 드니
친구의 허연 머리칼 착한 웃음
어느새 또 한해가 갔구나.

      ---------------------------


새해 첫 기적        반철환

황새가 날아서
말이 뛰어서
달팽이가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채로 도착해 있었다.

          -----------------------


아들의 머리에도 힛긋힛긋 서리가 앉아있어
바라보는 어미의 눈에도 서리가 내렸습니다.
아들이 험란한 세파 속에서도 가끔은 눈을 돌려 시를 읽고 있다는 사실에
에미는 감사했습니다.

김미원님.장정옥님,이정희님,오길순님,정충영님,
매번 다정한 그대들을 불러보며
수요반을 아끼는 마음  동조 합니다.

그리고 박윤정 총무님,감기는 물리치셨나요. 
추위를 물리치는 데는대추차. 유자차, 매칠청에 따뜬한 물로 몸을 달래세요.
그방법 밖에 없지요.

수요반의 함께 못하신 벗님들 그리며 만나고 싶습니다.
이정희   14-01-13 09:40
    
박기숙 샘,
백발이 성성한 어머니와  이제 서리 내리기 시작한 아들,
두 사람 사이를 더 튼튼하게 다리 놓아줄 것 같은 시편들.
아름다운 모자상입니다!!

제 눈에도 서리가 내리려 하는군요.

우리 수요반 님님들,
오늘 많이 춥다지요.
감기 조심하시고, 두 밤 자고 만나십시다/
     
오길순   14-01-13 14:56
    
박기숙선생님의 감성에 취해 한 편 더 놓습니다.
이정희선생님, 두밤 자고 만나는 날, 잊지 않을께요.^^


 악기


―도종환(1954∼)

 

 
언덕 위에서 누군가 트럼펫을 분다
그때 우리가 불었던 악기도 저런 소리를 냈었다
서툴지만 뜨거웠던 소리
열정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라고 믿었던 소리
미숙하지만 노래 한 곡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던 소리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소리
몸속으로 악기소리만을 서둘러 채우고는
민망하여 허겁지겁 악기를 챙겨 넣으며
지퍼를 올리던 날들
너무 이르거나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아
스쳐가고 만 사람들
저 악기소리 속에는
그런 순간 그런 얼굴이 들어 있다
이제 나의 악기소리는 매끄럽지만
열정의 뜨거운 숨소리는 없다
내가 뿜어내는 음표들은 세련된 활이 되어 날아가지만
그때 그 풋풋함은 없다
언덕 위에서 누군가 젊은 트럼펫을 분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200』(동아일보. 2013년 12월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