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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물 벗는 사회    
글쓴이 : 표경희    18-04-15 06:57    조회 : 7,648
   허물벗는사회.hwp (32.0K) [0] DATE : 2018-04-15 06:57:00

허물 벗는 사회

표 경 희

  온 나라가 여기저기에서 묵은 각질의 허물 벗는 소리로 연일 시끄럽다.

  그 중 하나가 기소독점 무소불위의 권력층인 검찰 내부에서 8년 만에 세상 바깥으로 나온 모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 이어진 Me too 고발이다. 명망 있는 시인으로 추앙받는 노시인의 성추문 파문에 이어 연극계의 거목으로 여기는 예술 감독부터 대학 교수까지 이곳저곳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 모두 여성인 것은 그 동안 남성위주의 권위적인 조직 곳곳에 여성들의 진출이 점점 늘어나면서 생기기 시작한 사회 구조 변동도 한 원인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깊숙이 자리해버린 여성의 성 상품화 풍조와 은연중에 이를 암묵적으로 묵인하던 사고가 복합적인 상황들과 얽혀있다. 그렇게 곪은 상처가 부풀대로 부풀어 이제 터지기 시작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그 동안 권력에 눌려 가만히 있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절규했지만 다수가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은폐하고 관행처럼 수용을 강요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그 이야기들을 경청하려 했던 사람들도 미미했고, 대다수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외면하고 모른척하려 했다.

  또 있다. 그 동안 저마다 가슴 속에 깊이 묻혀있던 의혹들과 획일적인 언론 보도를 어디까지 믿어야하는지 속 답답했던 많은 사건들이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과 피해자들, 다스 실소유주, 맥컬리펀드 실체, 국정원 댓글 등등의 명쾌한 설명에 목말라하는 갈증 환자들도 많다.

  그런데 갑자기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모든 일들이 하나 둘씩 수면위로 밀려 올라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뱀은 여러 차례 허물을 벗으면서 몸집도 커지고 비늘도 단단해지면서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란다. 이렇게 허물을 벗는 것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뱀의 피부는 각질 형태의 비늘로 덮여 있는데 이 각질 피부가 어느 정도 자라면 죽은 피부로 변한다. 계속 성장을 하는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단단하게 굳어서 각질로 변한 비늘에 갇혀 죽어간다. 뱀이 딱딱한 비늘에 갇히기 전에 허물을 벗으려면 적절한 환경과 알맞은 영양 상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제 막 태어난 건강한 정부가 사회의 묵은 각질을 벗기에 충분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열기 위해서 지난해 우리는 후손들에게 떳떳해질 수 있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일을 했다. 유모차 새댁까지 합류했던 촛불 시위, 그 현장을 지켜보면 혹시 그 순수함을 왜곡하려는 무리들의 분위기에 휘둘려서 폭력과 무질서로 번질까봐 마음 졸이던 국민들도 많이 있었다. 이렇게 하나 둘의 촛불로 시작해서 우리는 전직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내고, 국민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대통령을 선출했다.

  이제는 깊이 묻어두었던 억울한 일들과 속말들을 맘껏 쏟아낼 수 있다. 그래서 자고 나면 밤새 새로운 고발들이 언론을 장식한다. 온라인으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대답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다.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는 정부가 공식적인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길도 열려있다. 이런 청원들은 우리 모두가 그동안 알고 싶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공간도 기회도 없어서 못했던 이야기들이다. 참았던 속엣 말을 시원하게 풀어내고 토해내면서 죽어가는 피부의 각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고 있다. 그들은 밝고 행복한 세상을 맞이하려는 희망으로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서 세상을 밝혔던 용기로 마음의 아픈 생채기도 감싸고 보듬어 안으면 머지않아 새살이 돋을 것이다.


박영화   18-04-20 10:47
    
생존을 위해 허물을 벗어야 하는 뱀처럼, 우리 사회가 묵은 떼를 벗어내고 한 층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
박진희   18-04-30 11:36
    
이제라도 미투운동이 사회에서 받아지게 되어 정말 다행이지요. 참여의식의 중요함과 당당하고 씩씩함이 느껴지네요!
김단영   18-05-19 00:00
    
시사적인 글은 딱딱하기 쉬운데 허물벗듯 전개가 술술 잘 풀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최로미   18-05-27 11:31
    
단영학우님 말씀처럼 딱딱한 소재인데 글은 술술 읽힙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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