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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삭임    
글쓴이 : 김동원    25-12-07 21:49    조회 : 79

                                             속삭임

 

                                                                                                           김동원

 

 

114일 화요일 오후 410분에 금연상담 전화가 와서 받았다.

안녕하세요. 김동원 선생님이시죠?”

.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금연은 아직 하고 계시나요?”

네 그럭저럭 지내고 있고, 잘 참고 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축하드립니다. 금연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금연상담 프로그램은 오늘로 종료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금연하시기를 바라고 힘들 때는 언제든지 다시 전화주세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이 힘든 금연을 1년이나 해냈다니 수고했다고 내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면서 금연에 대한 그동안의 추억이 떠올랐다.

 

2512월에 처음 담배를 시작했다. 그때는 언제든지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1년이 지날 때쯤 부모님께 들켜서 실망하시는 모습을 봤을 때 놀라서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하루가 지나지 않았는데 왼손은 담배를 오른손은 라이터를 들다니.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만심이었음을 알았다. 우선은 계속 피우고 결혼하면 그래서 사랑하는 아내가 원하면 그때 끊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부모님께도 말했다. 혼나도 어쩔 수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40살이 넘도록 미혼이어서 담배도 계속 피웠다. 어머니께서 너무한다고 하셔서 크게 다짐하며 금연을 시작했다. 이틀째부터 귓속에서 어떤 속삭임들이 들렸다.

 

오 하루를 버티다니 대단하네. 내일까지 버틸 수 있겠어?’

어차피 곧 실패인데 그냥 지금 포기하자.’

언제는 담배가 제일 친한 친구라더니, 친구를 그냥 버리는거야?’

 

참으면 참을수록 이런 악마의 속삭임들이 들리고 심장이 뛰면서 몸까지 떨리는 등 금단현상이 생겼다. 힘들었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며 참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참았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 4명 가운데 한 명을 만났다. 금연하는 모습을 본 친구는 놀라더니 내 앞에서 담배를 평소보다 더 많이 피웠다. 헤어질 때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한갑 사더니 나에게 주었다. 왜 주냐고 물으니 친구는 선물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기적인 성향이 있는 친구인 줄은 알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4명이 다 같이 친하게 지내면서 그냥 좀 참으면 되겠지 하면서 잘 지냈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응원은 못할망정 담배를 선물로 주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친구에 대해서 인연을 이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인연을 끊는다면 다른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는데 고민하면 할수록 담배 생각이 났고 그 친구가 준 담배를 버리지 못하고 가져와서 내 눈이 그 담배를 향하니 화가 났다. 이때다 싶었는지 속삭임이 다시 들렸다.

 

머리 아프지? 이럴 때 한 개비 피우면 다 해결되는데~’

친구가 준 담배 피우고 맘 편해지자

딱 한 개비만 피워. 그리고 피우지마. 아무도 몰라.’

 

속삭임 중에 한 개비만 피우고 안 피우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내 머리를 때렸다. 그 속삭임에 넘어가 밖에 나가서 한 개비를 피웠다. 머리가 핑 돌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벤치에 앉았다가 한참 후에 일어났다. 그 친구가 원망스러웠고 참지 못하고 피운 내가 싫었다. 그만 피워야지 했는데 악마의 속삭임이 계속해서 들렸다.

 

좋았지? 그러게 바보같이 왜 참았어.’

한 개비 더 어때? 이번에도 모를 거야.’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웠다. 한 개비를 더 피우고 악마의 속삭임은 더 빨리 들리고 다시 한 개비 피우면서 결국 실패했고 내 돈으로 담배를 구입하고 부터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듯 들리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 부모님뿐만 아니라 형까지 담배 끊으라고 하기에 다시 한번 하였다. 이번에는 보건소에서 금연 패치 패드와 금연 껌 등을 받아서 패드를 부치고 생각이 날 때마다 금연 껌을 씹으며 버텼다. 친구들이나 모임도 최대한 줄였다. 악마의 속삭임이 계속 들렸지만 참고 또 참으며 버텼다. 그렇게 100일이 되었을 때 또 들려왔다.

 

‘100일을 참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 정도 참았으면 성공했네.’

알지? 한 개비 펴도 아무도 모르잖아. 100일 참았으니 문제 없겠는데?’

자신 없어?’

하루에 서너 개비 피우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렇게 하면 어떨까?’

 

그동안 참으면서 하루에 서너 개비 아니 다섯 개비만 피우면 몸에서 냄새 안나고 좋겠다는 생각을 힘들 때마다 했었다. 100일 그거 아무것도 아닌데 스스로 잘했다고 악마의 속삭임에 또 넘어가 내 발걸음은 편의점으로 향했고 담배를 구입해서 한 개비를 피웠다. 정 안되면 하루에 다섯 개비만 피우자. 100일을 참았으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얼마나 어이없는 다짐인지 3일이 지나지 않아 알았다. 또 실패했다 다시 피웠고 부모님과 형은 실망하였다.

 

담배 끊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얼마나 힘들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이제는 처음으로 돌아가 결혼해서 아내가 원하면 끊겠다고 부모님과 형에게 말했다. 나이 50살을 바라보고 있는데 사실상 결혼도 힘드니 금연을 포기한다는 선언이었다. 악마의 속삭임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는 부모님과 형도 끊으라는 말을 하긴 하였지만 거의 포기했었다.

 

20247월 중순에 천호수필반에서 수필 수업을 듣기 시작하였다. 교수님과 수업을 듣는 샘들이 좋았고 이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얼마 후 수업 들어가기 전 담배를 피울 때 악마의 속삭임이 아닌 다른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교수님과 샘들 좋지?’

그런데 뭐하는 거야?’

담배 피우고 냄새나는 그 상태로 수업 들어가려고?’

미친 거 아냐?’

지금까지 그분들 한테 피해준 거 알기나 해?’

죄송스럽고 미안하지?’

세상에 공짜는 없어. 계속 다니고 싶으면 끊어!’

 

천사의 속삭임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인연을 이어가고 싶으면 끊어야 하고, 계속 피우고 싶으면 인연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천호수필반인연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115일이었나보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금연을 시작하였다. 지난 두 번의 실패를 다시 보완하여 이번에는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을 먹으면서 하였고 정확한 날짜도 세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뭐야? 또 시작했어?’

이번에는 얼마나 가려나. 그냥 포기해~.’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는데 이번에는 강하게 들리지 않았다. 교수님, 샘들과 함께 하는 강력한 무기가 장착된 천사의 속삭임이 악마의 속삭임을 잠재웠기 때문이다. 12주를 버틴 후에 전화로 금연상담까지 받으니 악마의 속삭임은 더 약해졌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멈추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한 개비를 피웠다. 머리가 띵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악마의 속삭임이 다시 들렸다.

 

내가 뭐랬어? 피우니까 좋잖아~’

 

, 담배를 사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담배가 생겼는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순식간에 담배 피워서 놀랐고, 화가 났고, 괴로움에 이건 아니야 하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꿈이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꿈에서까지 괴롭히다니 진짜 끈질겼다. 놀랐지만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다면 얼마나 화가 나고 괴로운지 간접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 경험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1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평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금연은 진행 중이고 악마의 속삭임도 빈틈을 노리며 들려오고 있다. 금연상담프로그램은 종료되었고 천호수필반에서 교수님, 샘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언젠가는 멈추겠지만 평생 싸워야 하리라.

 

지금은 다른 속삭임도 들려오고 있다.

 

출출하지? 야식은 라면이 최고인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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