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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지를 만나며    
글쓴이 : 강병두    19-07-03 15:22    조회 : 5,124

안동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을 통해 만남을 이루어 오고 있지만 근자에 봄이 오면서부터 더더욱 신바람 난 모둠인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사진 적 기록을 남기는 만남이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산업생산시설이 거의 없다시피한 안동이 살아남는 길은 문화컨텐츠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형화된 문화컨텐츠가 아닌 숨 쉬고 있는 컨텐츠인 자연대상물을 아끼고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소수의 사람들이 시간이 맞으면 인근의 야생화를 돌아보고 혹여 사라질세라 기록하는 불규칙모임이 그것이다.

 

며칠 전 대구에서 안동 인근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화를 보러오겠다는 이가 있어 동행한 적이 있었다. 노루귀, 괭이눈, 깽깽이풀 등 처음 듣는 이름도 많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나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한다는 마음에 동행한 내내 순환되는 사계절의 오묘한 진리를 온몸으로 느낀 적이 있었다.

 

영양 수비면의 계곡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외지인을 경계하는 듯이 지지배배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왔으며 사람의 흔적이 없는 야생동물들의 길에서 앞으로 만날 야생화를 상상하며 조심스럽게 전진한다. 누구나가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야생화 탐사지만 조심해야 할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자연보호란 거창한 문구를 들먹이며 남들이 보지 않을세라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능사가 아닌 자연에 내가 왔다 간 흔적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실천과 주위에 알림을 반복하지만 꽃을 보고 교감을 이루어 촬영하노라면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

 

멀리서 얼레지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니 누군가의 다녀간 흔적인 담배꽁초며 어지러운 발자국들로 인해 살짝 낯을 붉히게 만들었다.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한 때 골초로 이름난 기록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교육의 필요성을 또 한 번 느끼게 만든다.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에 앞장서 행할 때나 일상에서 주위의 지인을 만날 때면 항상 20개의 꽁초가 있는 담배갑을 만들어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말하지만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

 

아름다운 꽃에 취해 촬영에 열중하다 보면 같이 간 동료를 잃어버릴 정도로 혼자만의 시간에 매료되어 이곳저곳의 꽃을 찾아 열심히 다닌다. 그러다 문득 지나온 발자취를 보노라면 촬영을 빙자하여 내가 앞장서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죄책감에 젖어 들 때가 자주 있다.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고 겸손해지는 나를 느낄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얼레지를 만나며 일순간 수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지만 화사한 꽃들의 눈웃음과 지나며 만나는 바람의 속삭임이나 말없이 묵묵히 바라보는 나무들의 느낌에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나 자신이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레지는 바람난 여인이란 꽃말을 가진 꽃으로 숲속의 나무 그늘에서 주로 자라는데 나무에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었다가 잎이 나올 무렵에 열매를 맺고 죽기 때문에 봄을 알리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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