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문 영 애
1973년, 허름한 김포공항에 배웅 나온 식구들과 친구들의 얼굴이 흑백 사진처럼 뿌옇게 남아있다. 두려움과 희망을 반반씩 끌어안고 남편과 나는 집을 떠나 멀리멀리 미국까지 왔다. 이곳에 둥지를 틀고 거의 반세기 동안, 나름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뒤돌아보니 바람을 잡으려 했던 삶이기도 했다.
때때로 마음은 흘러흘러 집으로 떠내려가고 싶어한다. ‘울긋불긋 꽃대궐’ 같은 집은 여기에도 고향에도 없다고 마음을 다독이며 산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말도 있지만 인생을 고심해본 사람이라면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이 말에 모두 수긍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난 늘 떠날 준비를 하며 살아 낸 나그네로서 조금 더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을까?
천국은 죽은 다음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는 가르침을 좋아한다. 나에겐 몰입할 수 있는 ‘이 순간, 이 자리’가 바로 글쓰기이다.
2008년 《한국산문》 등단
2021년 제14회 한국산문문학상 수상
책소개
아들러의 심리학을 풀이하면서 인간의 행복론 찾기의 비책을 모색한 이 멋진 수필은 “지금, 여기서 춤을 추듯이 살아!”라는 한 마디로 축약된다. 이솝의 우화 <허풍쟁이>에서 유래했다는 이 멋진 술어의 변천사는 매우 철학적이다.
어떤 허풍쟁이가 로도스 섬에서 멀리뛰기를 할 때 자기 능력을 넘는 기록을 세웠다고 허풍을 떨며 “로도스 섬이라면 잘 뛸 수 있는데 말이지.”라고 하자 구경꾼이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Here is Rhodes, jump here! what you can do, here and now)”라고 했겠다.
이 멋진 말을 인류의 대석학 헤겔이 “여기 장미가 있다, 여기서 춤을 추어라!(Hier ist die Rose, hier tanze!, Here is the rose, dance here!)”로 더 멋지게 변형시킨 데서 이 명언은 출생했다.
춤추듯이 즐겁게 살아가기, 이게 문영애 수필집 《지금 여기서 춤추며 살기》가 속삭여주는 가치이다. 모두들 읽고 춤추듯이 살 수 있게 되시기를!
목차
1부 | 보물상자
레테르(lettre) … 014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 018
마누라보다 어머니를 택한 남자 … 024
보물 상자 … 029
심봉사 눈뜨게 하는 일 … 034
여전히 철없는 할머니 … 039
울새 둥지 … 044
‘웬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닮는다 … 050
무늬만 의사 … 055
찰떡궁합 … 060
2부 |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불안이라는 바이러스 … 068
사랑하는 게 부끄러운 일인가 … 074
손을 잡다(Holding hands) … 080
숨을 쉴 수 없어 … 086
전통! 전통! 지겨워 … 092
죽이는 말, 살리는 말 … 099
하얗고 까맣고 빨간 거짓말 … 105
화장실 혁명 … 110
3부 | 미국 속의 나
40에이커와 노새 한 마리 … 118
결혼과 샐러드 볼 … 124
나의 ‘인간다움’은 몇 점일까 … 129
지금 여기서 춤추며 살기
위 캔 두잇 … 135
오, 마이 갓! 미국이 미쳤네! … 140
메이드 인 USA … 145
칠면조와 감사의 안경 … 150
뿌리 내리기 … 155
뉴 아메리칸 드림 … 161
4부 | 멀리서 보면 보인다
그릇, 너는 누구냐? … 168
나의 양심이여 1 … 175
나의 양심이여 2 … 180
뉴 노멀(New Normal) … 185
냉장고 왈 … 190
너의 실수가 나의 복 … 197
미국 안의 조선, 슬픈 역사를 만나다 … 203
아름다운 마무리 … 209
아이고, 빨리빨리 … 214
5부 | 지금 여기에서 춤추며 살기
사막의 거장, 스와로(Saguaro) … 222
색채가 말을 걸어오다 … 228
삶을 활기차게 해 주는 수다 … 234
음치면 어때요 … 239
이름을 잃어버린 사람들 … 244
융합과 일치 … 250
지금, 여기에서 춤추며 살기 … 255
타지마할 … 261
피, 땀, 눈물 … 268
6부 | 세상을 걷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나라, 미국 … 276
로맨틱한 연인으로 태어나고 싶은 곳 … 282
소유의 부끄러움을 가르친 나일강의 여름 … 291
신비의 베일에 가린 인도 … 298
안달루시아에서 찾은 보물, 그라나다 … 306
유카탄에 뿌린 눈물 … 315
이태리에서 ‘아름다운’ 남자를 만나다 … 323
칸쿤의 여왕 … 328
추천사
여기 장미가 있다, 여기서 춤을 추어라 | 임헌영(문학평론가) … 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