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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용사를 발견하면 죽여라 (소설반)    
글쓴이 : 김성은    22-07-30 09:47    조회 : 4,565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여름 휴가철에 접어든 7주차 강의에는 휴가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오신 분을 제외하고도 열여섯 분이나 오셨습니다.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태도는 바깥 못지 않게 뜨거운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 주십니다. 매번 느끼지만 소설반 선생님들의 열의는 정말 대단합니다.

■ 수식어의 거리

*형용사를 발견하면 죽여라-마크 트웨인

*좋은 명사와 강력한 동사를 썼다면 형용사를 굳이 더할 필요가 없다-앤서니 루카스

*글을 수정하는 모든 단계에서 ‘낯설게 하기’ 기법은 매우 유용하게 적용된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예술 기법이다. 자신이 쓴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단어, 문구, 문장, 그리고 좀더 큰 덩어리로서의 문장에 대해 ‘이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보이게 된다. 물론 위화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고쳐 써 보는 데서 수정 작업은 시작된다. 우선 명사의 부정확성이 문제된다. 뒤이어 형용사, 형용구, 형용절의 부정확성과 핵심을 뚫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마음에 걸릴 것이다. 그것을 고쳐 써야 한다. 젊었을 때 나는 고쳐 쓰기, 특히 이러한 형용사, 형용구, 형용절의 고쳐 쓰기에서 불만 혹은 위화감을 느낄 때마다 말을 겹쳐 쓰는 방법으로 보다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 소설가로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없는 경우 어중간한 형용사, 형용구, 형용절들은 완전히 빼 버리는 것이 뒤에 남은 명사의 리얼리티를 확실하게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에 겐자부로)

: 형용사같은 관형어들을 어중간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생략하고 삭제하는 경우에 좋은 결과를 얻지만 절대불변의 원칙은 아니라고 합니다. 퇴고의 원칙은 한글자라도 줄일 수 있다면 줄이는 게 좋다고 하죠. 습작생들의 경우 퇴고할 때 자꾸 더 채우려는 충동을 느끼는데요. 초고를 쓸 때의 선택을 믿고 관형어들을 생략하고도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지 살펴야 하겠습니다.

 
*글쓰기 초기에 나를 매혹한 것은 문장이었다. 며칠에 걸쳐 글을 썼다. 이를 악물고 써내려 가다가 문득 꽤 멋있게 쓰인 한두 구절을 발견했다. 지금 보면 아마도 형편없는 문장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장이 나를 매혹했다. 나는 그것을 일종의 보상으로 여겼다. 글쓰기 자체가 성실하게 노동한 사람에게 주는 보상. 이를 통해 글쓰기가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글쓰기에 관한 기억에서 최초의 흥분이었다. 그리고 미묘해서 표현하기 힘든 내용을 내가 문장으로 쓸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엄청난 힘을 얻었다. 그 이후부터는 천천히 써내려갔다. 나는 이야기를 제법 그럴싸하게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것도 나의 글쓰기에 대한 보상이었다. 처음에는 오자도 무척 많았는데 갈수록 적어졌다.(위화)

: 문법에 맞는 문장이라는 관념 속에는 약간의 권력의식이 있습니다. 지식을 가지고 상대를 누르려고 하는 태도가 있는데 거기엔 권력의 기미가 있다고 합니다. 정서법을 지키라는 것은 정서법의 권력을 획득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정서법을 알아야 어긋난 표현들이 어떤 효과나 어떤 정서를 명확하게 구사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비문 혹은 정서법에 어긋난 표현만이 그것을 제대로 전달되는 때가 있지요. 영혼이나 정신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유용하고 간편한 실천입니다. 

작가님은 정서법이 습작생들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글쓰기 자체가 주는 매혹이 중요하지 정서법에 맞는 옳은 문장은 차차 고쳐 가면 된다고요. 다만 지금 틀린 것을 다음에도 계속 틀리면 문제가 있겠죠. 한두 개쯤이야 괜찮겠지하고 생각하면 안 된답니다.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당부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