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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대 소설의 미학적 도전_10주차 (소설반)    
글쓴이 : 김성은    22-05-20 14:34    조회 : 3,118

봄 학기 종강인 10주차 강의에서는 동시대 소설의 미학적 도전이라는 주제로 김기태의 『무겁고 높은』(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과 김유담 『안』(제1회 김유정작가상 수상작)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에 앞서 작가님은 소설 읽기에 대한 중요한 태도를 짚어주셨어요. ‘소설가의 눈으로 보기, 소설가의 눈으로 읽기 그냥 독자의 눈으로 작품을 읽지 말고 내가 이런 동일한 모티프를 가지고 소설을 쓴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을까. 왜 이 작가는 이렇게 풀었을까. 눈여겨봐야 할 장점이 무엇인가를 봐야 한다고요. 우리 모두 소설을 쓰려고 모인 것이기에 감상 위주로 보지 말고 소설 창작과 관련된 논의할 사항이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함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먼저 작가님은 아주 다른 스타일의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여러 스타일의 소설이 있구나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김기태의 『무겁고 높은』은 신춘문예 응모 규정 분량에 맞춘 소설입니다. 소설 80매 분량에 꼭 맞추기 위해 사건이나 인물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서 서브텍스트를 암시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그래서 서브텍스트가 깊숙이 자리 잡은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김유담은 기성작가이다 보니 쓰고 싶은 만큼 다 쓰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해서 분량 상관없이 쓴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분량은 180매 가까이 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 다 설명해주지요. 서브텍스트가 표면에 거의 떠올라 있습니다. 이 안에 감추어진 텍스트를 짐작하거나 재구성하지 않아도 되고 감추어진 서브텍스트를 상상하면서 읽지 않아도 되기에 가독성이 좋고 쉽게 다가옵니다.

여기서 잠깐, 서브텍스트란 지하, 표면 텍스트 밑으로 흐르는 걸 말합니다. 흔히 맥락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서술하고 있는 것만 고려하지 않고 맥락을 고려했을 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들. 바로 맥락을 바로 읽기가 서브텍스트를 읽는 것입니다. 이미지로 생각하는 텍스트 밑에 잠복해 있는 것이지요. 소설에서 서브텍스트는 층위도 다양하여 세분화시키면 단어나 문장마다 존재 가능하답니다. 소설에서 인물의 맥락은 인물의 속마음을 말합니다.

맥락은 표면에 있는 것과 심층에 있는 것이 어긋나기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오해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삶과 일상에서도 서브텍스트를 만나지요. 현실에도 서브텍스트가 있고 소설에도 있지만, 소설의 경우 표면에 거의 가깝게 맞닿아 있으면 독자가 이해하기 쉽습니다. 거기에 표현된 것이 진실이기에 다른 진실이 주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요.

완전히 두 작품은 다릅니다. 김기태 소설은 문장이 중요합니다. 짧은 문장에 서브텍스트를 담아야 했기에 언어에 민감했지요. 세밀하게 구성해야만 했습니다. 김유담 소설에서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건 작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까다로운 과정을 견뎠기 때문입니다. 서브텍스트로 서로의 특징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고로 서브텍스트는 소설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두 작품은 소설을 쓸 때 어떻게 서브텍스트를 만들어낼 것인가. 작가의 의도했다고 해서 100% 의도대로 되는 건 아니며 나의 표현이 나의 의도를 배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출발은 작가가 어떤 자세, 어떤 태도를 지니고 이 소설을 쓰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소설을 쓸 때 서브텍스트를 내 방식으로 해낼 수 있다면 소설의 반 이상은 이미 이루어진 거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봄 학기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인사동 한식집에서 작가님과 수강생 열한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종강모임을 가졌습니다. 부실한 허리때문에 결석한 반장을 대신해서, 뒷정리를 맡아준 고** 선생님과 모임 장소 이동과 계산을 맡아주신 신** 선생님, 떡을 가져오시고 모임 내내 분위기를 책임져주셨다는 이** 선생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름학기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뵙겠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고요. 정말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