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제 21강 허먼 멜빌과 해양 소설-2
Herman Melville(1819.8.1.-1891.9.28.)
<모비딕>의 세계
<모비딕>은 장편 소설로 1851년 뉴욕에서 출간하여 <리어왕><폭풍의 언덕>과 함께 영어권 3대 비극에 하나이다.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포경선의 선장이 복수를 위해 전 세계를 쫒아다니다 결국 고래에게 목숨을 빼앗긴다는 이야기다. 발표 당시에는 순전히 포경선 이야기로만 이해되어 주목을 받지 못 했으나 지금은 선악의 신비와 인간 실존에 대해 깊이 탐구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은 뉴잉글랜드 중심의 청교도 정신과 민주주의를 바탕한 치열한 생존 경쟁, 원주민이나 흑인 문제 등의 부수적인 갈등이 혼재하는 사회와 문화 풍토에서 초절주의적인 경건한 이상화, 절망과 좌절로 환상적인 미의 추구, 민중과 역사에 투신하기 등의 미학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소설 속 에이허브 선장은 누구인가
에이허브 선장은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잘라간 흰 고래를 찾아서 모든 생애를 바치며 어떤 달콤한 유혹이나 행복도 저지 못하는 "신을 믿지 않는 신적인 남성"이다. "키가 크고 옆으로 벌어진 그의 체구는 칠리니가 주조한 페르세우스 상처럼 순 청동으로 만들어 지고 변경할 수 없게 된 주조틀 속에서 형성된 것 같았다." "그 단호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눈길엔 한없이 공고하고 굳센 정신, 굽히기 어려운 강한 고집이 담겨있었다."
"나는 모욕을 당하면 태양일지라도 무찌르고 만다."
누구든 죽이려고 달려드는 순간 돌이 되어 아무도 죽일 수 없다는 메두사를 처치한 페르세우스를 닮았다니 가히 에이허브 선장의 용맹이 어느 정도일 지 알 짐작할 수 있다. 허먼 멜빌은 당시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시대적 상황을 자신이 경험한 포경선의 이야기를 통해 운명에 도전하는 한 인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부> 합평
신윤옥/ 조성삼/조선근/이영옥/이문자/유양희
* 강의실에서...
한 주 휴강으로 문우들이 다시 한번 강의실에서 뭉쳤습니다. 지난번 미국에서 오신 박진희 선생님에 이어 문영애 선생님의 환영을 겸하기도 할 겸요. 드레스 코드는 '빨간색'이라는 반장님의 어명을 받고 짜잔하고 나타난 문우들의 모습은 오르한 파묵의 소설 제목을 닮은 '내 이름은 빨강' 이었습니다. 혹자는 핑크색과 오렌지 색이었으나 빨강이라 우기는 통해 모두를 색맹으로 만들었습니다.
88 올림픽 자원봉사자 기념으로 받은 스카프, 세상 빛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장롱 속 블라우스, 초등생 딸이 하고 다니던 털실로 짠 목도리, 하얀 레이스 장식을 더한 니트 티, 코트 등 각자 빨간색으로 코디하느라 나름 애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교수님도 붉은색 목도리와 빨간색 한 줄이 애교스럽게 살짝 들어간 줄무늬 남방을 입고 오셨구요. 동지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훈훈한 온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모자부터 마스크, 안경 테, 남방, 잠바, 바지, 양말, 심지어 배낭까지 그야말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빨강으로 도배를 한 대전에서 오신 김대원 선생님이었습니다. 어쩌면 속옷도 빨간색일 지 모른다는 누군가의 재치있는 발상에 빵 터졌습니다. 결국 만장일치로 김대원 선생님이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로 당첨되셨답니다.
그렇게 11월의 만추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깊어갔습니다. 빨강이가 된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쏟아낸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익어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