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돌아, 세상 맑아졌다!”는 박상률 작가의 <<개밥상과 시인 아저씨/시공주니어>>에서 시인이 진도개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시인의 눈에 세상이 맑아져 보인다는 이 말은 아저씨 가슴속으로 시 하나가 들어왔다는 뜻이지요.
좀처럼 잠들지 못하던 지난 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다가 문득,
아~ 이렇게 대책 없이 詩가 찾아오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가을’입니다.
** 박상률의 수필, 생활 글 창작(무역센터반, 수요일 11:20~12:30)
* 수업 중 (<한국산문> 9월호도 공부했습니다.)
- 문학은 언어가 도구다.
- 독자가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쓰자. (오독을 피할 수 있도록)
- 내용은 짐작할 수 있지만, 그래도 문장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 마지막 한 문장이 밋밋한 전체를 살리기도 하므로 글의 끝마무리가 중요하다.
- 글이 우연하게 구성이 맞아지기도 하지만, 구성이 안 되었을 때 약간의 가공이 필요하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비틀기)
- 수필은 원래 ‘샛길’로 새는 것.
*<한국산문> 9월호에 이은규 님의 ‘구두 수선공의 월요일’이 실렸지요.
시인의 다른 시 한 편 놓습니다. (세상이 맑아졌거든요. ㅎㅎ)
바람의 지문 / 이은규
먼저 와 서성이던 바람이 책장을 넘긴다
그 사이
늦게 도착한 바람이 때를 놓치고, 책은 덮인다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
덮여진 책장의 일이란
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
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본다
보이지 않는 당신의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 어떤 지문은 기억의 나이테
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바람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겠다
어느 날 책장을 넘기던 당신의 손길과
허공에 이는 바람의 습기가 만나 새겨졌을 지문
그때의 바람은 어디에 있나
생의 무늬를 남기지 않은 채
이제는 없는, 당신이라는 바람의 행방을 묻는다
지문에 새겨진
그 바람의 뜻을 읽어낼 수 있을 때
그때가 멀리 있을까,
멀리 와 있을까
** 작품 합평 (존칭생략)
증조할아버지 오셨다 / 이근자
별은 다 어디에 / 김화순
그녀의 선택 / 정명순
** 안부
반갑지 않은 손님 태풍 ‘찬투’, 명절 앞두고 부디 모두 무탈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수업에 오셨어도 혹여 못 오셨어도, 어디서든 모두 “해피 추석”입니다.
다음 주 22일은 휴강이니 한 주 쉬고, 29일에 뵙겠습니다.